진흙 속에서 달이 뜨네

학산 대원 대종사 지음/ 불광출판사
학산 대원 대종사 지음/ 불광출판사

한국 선종사의 산증인
치열한 수행여정 담은
‘법거량의 기록’ 출간

“올바르고 깨끗한 의식
갖는 것이 가장 중요”

“황금으로 만든 집에서 황금 침대에서 잠자고, 황금 쟁반에 음식을 담아 먹는 것이 행복이 아닙니다. 의식이 잘못된 사람이 일시적으로 좋은 환경에 산다고 해도 곧 퇴락하여 가난해져서 열악한 환경으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바르고 깨끗한 의식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계종 원로회의 수석부의장이자 종단을 대표하는 수좌로 출가자와 재가자에 대한 경계를 두지 않고 수행을 지도하며 가르침을 펼쳐온 학산 대원 대종사. 세납으로 팔순에도 안거 때마다 방부를 들인 후학들과 나란히 용맹정진을 이어오고 있는 스님의 치열한 수행여정과 지혜의 가르침을 담은 법문집 <진흙 속에서 달이 뜨네>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을 맡고 있는 대원스님이 오등선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설한 주요 법문들, 대선사들과 나눈 문답 기록 등이 담겨 있다. 더욱이 1956년 만 14세에 출가해 평생 구도의 길을 걸어온 스님이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밝히고 세상을 밝히라는 깨우침의 길을 전하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학산 대원 대종사의 치열한 수행 여정과 지혜의 가르침을 담은 법문집 ‘진흙 속에서 달이 뜨네’가 최근 출간됐다.
학산 대원 대종사의 치열한 수행 여정과 지혜의 가르침을 담은 법문집 ‘진흙 속에서 달이 뜨네’가 최근 출간됐다.

대원스님은 출가 이후 제방 선원을 돌며 효봉, 동산, 고암, 경봉, 전강, 향곡, 성철, 구산, 월산스님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선지식을 모시고 수행하며 공부를 점검받았다. 이 책에 담긴 대선사들과 대원스님이 나누었던 법거량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스승과 제자의 불꽃 튀는 선담(禪談)은 마음의 어둠을 단박에 끊어내는 선의 정수라 할만하다.

이와 더불어 대원스님의 수행기, 법어, 법문, 대담을 통해 스님의 사상과 법향을 느껴볼 수 있다. 행자 시절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스님의 별명은 대근기(大根機)였다. 어려운 수행을 끝낸 큰 수행자라는 뜻이다. 배고픔과 추위는 말할 것도 없고, 참기름 한 방울까지 간섭하는 스승의 훈계와 다그침은 그런대로 참을 만했다. 스승의 행동 하나, 무심코 던지는 말의 행간에서 스님은 고심을 거듭하며 그 깊은 뜻을 헤아리려 했다. 스님은 모두 세 번의 오도(悟道)에 이른다. 깨우침에 대한 간절한 염원, 반드시 이루겠다는 절차탁마의 태도, 스승에 대한 믿음이 그 과정에 녹아 있다.

또한 5년여 공양주 생활을 군말 없이 해내던 스님의 일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50인분의 밥을 가마솥에 안치면 늘 밥이 눌었다. 밥이 눌면 스님이 먹을 밥은 없었다. 배가 고파 눌은밥을 주걱으로 긁어 먹으려고 하면 어느새 나타난 스승이 호통을 치며 몽둥이세례를 퍼부었다. 밥을 태워 절집 재산을 없앴다는 명목이었다. 스님은 밥이 눋지 않게 해달라고 관세음보살님에게 정성을 다해 기도했다. 그 기도 소리를 노스님이 듣고는 밥이 눋지 않는 법을 알려주곤 이렇게 말했다. “다른 놈은 다 도망갔는데 너는 가지 않았구나.” 노 스님은 스님을 내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노 스님이 일러준 대로 했더니 밥은 더 이상 눋지 않았다. 이 이야기 속에는 바로 일념(一念)과 스승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

이후 대원스님은 1986년 공주 학림사를 창건하고 1995년 후학 양성을 위한 오등선원, 2001년에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오등시민선원을 열었다. 스님이 평생 보여준 치열한 구도의 길이 많은 이들의 감화를 불러와 이뤄진 일이다. 수좌들의 공부 점검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가르침을 열어 준 스님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생활선(生活禪)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고(苦)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1997년부터 2020년까지 학림사 오등선원에서 펼친 법문은 물론, 제방의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설하신 수많은 법문 중 31꼭지를 선별해 담았다. 대원스님의 첫 법어집이 출간된 지 15년이 지나 새로 선보인 이 책은 그 자체로 길을 헤매고 있는 대중을 위한 바른 이정표로 삼을 만 하다. “모든 사람이 맑고 깨끗하고 밝은 마음의 에너지 기운을 밖으로 드러낼 때 천하 만인이 다 좋아하게 된다”는 스님의 말처럼 모든 사람이 깨끗한 본성을 드러내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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