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불교학술원 백련불교문화재단
3년 작업 끝에 아카이브 구축
인터넷으로 누구나 볼수 있어
‘성철스님의 책’ 도록 선보여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발간한 '성철스님의 책(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과 풍계집.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발간한 '성철스님의 책(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과 풍계집.

한국불교의 선지식 성철스님의 소장 고문헌들이 3년간 아카이브 작업을 거쳐 대중에게 공개됐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자광스님, 원로의원)과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스님)은 6월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철스님 소장 고문헌을 정리한 <성철스님의 책(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의 발간을 알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단장 김종욱)의 집성팀은 성철스님의 주석처인 백련암에 있는 고문헌을 2017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11회에 걸쳐 조사와 촬영을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50여 항목에 이르는 서지사항에 대한 정밀 조사와 고해상도(5000만 화소) 촬영을 실시했다. 고문헌은 한국본 584책, 중국본 1646책, 일본본 1책 등 모두 2231책에 이르는 방대한 양으로 불교학을 비롯한 학문적 가치가 높은 자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선지식으로 존경 받는 성철스님. 생전에 선원에서 수좌들을 지도하는 모습.
한국불교의 선지식으로 존경 받는 성철스님. 생전에 선원에서 수좌들을 지도하는 모습.

이번에 불교학술원이 조사한 성철스님 소장 고문헌 가운데 주목받는 불서(佛書) 전적(典籍)은 <십현담요해언해(十玄談要解諺解)>로 조선 명종 3년(1548) 강화도 정수사에서 간행된 목판이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유일본이자 희귀본으로 불교사상사뿐 아니라 16세기 국어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자광스님은 “성철스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사이면서 학승이고 세계적인 인물로 정신세계를 선도하는 선각자”라면서 “큰스님께서 소장하신 귀중한 문헌을 학자들로 하여금 연구할 수 있도록 흔쾌히 서고(書庫)를 열어주신 원택스님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자광스님은 “불교학술원은 ABC 사업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기록문화유산인 불서들이 서고 속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의 물음에 답하는 살아 있는 지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성철 스님 고문헌 정리에 노력해준 불교학술원 학자들에게도 고마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은 “큰스님의 과거 유산으로만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해 스님이 애독하신 책을 열람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된다기에 기꺼이 장경각 문을 열었다”면서 “큰스님의 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선학(先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큰 성과”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원택스님은 “백련암의 책이 한국의 불교기록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모두 전승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자광 큰스님과 불교학수원 구성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남권희 경북대 명예교수는 도록에 게재한 ‘해인사 백련암 소장 한국본 불서의 현황과 가치’에서 “수집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비교적 시대별 중요한 문헌을 포함하고 있고 고려의 대장도감, 조선시대의 간경도감 판본을 비롯하여 당대의 중요 사찰에서 간행한 판본들을 다수 찾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권희 교수는 “특히 절첩 형태의 대장경 인출본이나 조선 전기 왕실에 의해 주도된 불서 출판활동도 부분적으로 확인되고 지방사찰에서의 중요한 언해본 간행 활동도 살펴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절첩(折帖)은 ‘책종이를 이어 붙이고 똑같은 크기의 장방형으로 접어 앞뒷면에 보호용 표지를 붙여 만든 장정 형태’이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자광스님(왼쪽)과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이 6월3일 성철스님의 책 발간에 즈음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자광스님(왼쪽)과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이 6월3일 성철스님의 책 발간에 즈음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조선 후기 백련암에 주석한
풍계명찰 스님 문집도 발간

〈성철스님의 책>에는 성철스님이 직접 작성한 증여 및 장서 목록과 이전에 고문헌을 소장한 유성종(1821~1884), 유경종(1858?~?), 김병룡(189~1956) 거사 내용을 실어 백련암 불서 전래 경위도 밝혔다.

이번에 나온 도록은 성철스님의 사상과 수행 실참의 기반을 새롭게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종욱 동국대 ABC사업단장은 “그동안 제대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중국과의 교류와 국내 불서 출판의 영향 등을 밝힐 수 있는 다양한 학문적 토대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성철스님의 고문헌 자료 원본은 동국대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kabc.dongguk.e여) 등을 통해 모두 공개된다.

한편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조선후기 고승으로 해인사 백련암에서 입적한 풍계명찰(楓溪明察, 1640~1708) 스님의 시문지 <풍계집>도 발간했다. 조선 숙종 37년(1711) 문일(聞佾)스님이 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풍계집>은 다양한 형식의 시와 전국 명산을 노래한 스님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시문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와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풍계집> 목판은 현재 해인사 백련암이 소장하고 있으며, 2017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602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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