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의 가수 김국환

사진제공=작곡가 김순곤
사진제공=작곡가 김순곤

한국인이고 중장년층 이상이라면 노래 타타타를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도 다 안다. 1991~92년 시청률 65%를 찍던 주말연속극에 삽입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 노래를 부른 이도 오랜 무명 설움을 떨치고 스타덤에 올랐다. 그렇다. 가수 김국환이다.

종교가 어릴 때부터 불교여서 이런저런 산사음악회와 대형법회에도 자주 출연했다. 대한불자가수회 회장으로도 2년 정도 일했다. ‘김국환은 그렇게 모두에게 추억의 이름이고 불자들에게도 반가운 이름이다. 1948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일흔넷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KBS 가요무대에선 현인의 신라의 달밤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그가 녹음을 마치면 가끔 들르는 서울 용산 근처의 식당에서 5월초에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연예인들만큼 한 방이 절대적인 직업도 없을 것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부처님 가피예요.” 김국환은 타타타를 작곡한 김희갑 악단의 단원으로 1969년 데뷔했다. 주로 야간업소를 뛰었다. 1979년 비공식으로 개인음반을 냈으나 조용하고 빠르게 묻혀버렸다. 1977꽃순이를 아시나요가 조금 뜨기는 했는데 누가 부른 노래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후 한 살 두 살 나이는 먹어가고 아내와 자식까지 생기니 다급해졌다.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아다녔는데 그러다 얻어걸린 일이 애니메이션 주제가다. 그때 웬만한 만화영화의 주제곡은 마상원 악단의 마상원 단장이 만들었다. “어느 날 선배님이 어느 날 갑자기 녹음실로 당장 오라고 전화를 한 거예요. 던져주는 악보를 받아 허겁지겁 불렀는데 이튿날 일요일 아침 TV에 내가 전날 부른 그 노래가 나오더군요.” 그게 바로 은하철도 999’.

그 뒤로도 마징가Z, 메칸더V, 천년여왕, 미래소년 코난, 태양소년 에스테반 등 4~50대 이상이면 누구나 아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30곡쯤 불렀다. 물론 훌륭한 곡들이지만 어린이용이라면 일단 깔보고 시작하는 게 어른들의 인지상정이다. 밥벌이 때문에 불렀고 그래서 가창자에서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할 만큼 창피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생 최고의 히트곡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지금껏 기억해주는 분들은 타타타보다 은하철도999’를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지금 와 돌이켜보면 은하철도 999가 있었으니까 타타타도 있었던 겁니다.”

은하철도 999’가 그를 살려준 노래라면 타타타는 인생을 바꿔준 노래다. 여기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운이 없었으면 아예 남의 노래가 될 뻔했다. “원래는 서울패밀리의 리드보컬 위일청이 불렀고 이미 방송까지 탔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별로 반응이 없으니까 제작자들이 당대 최고의 가수 조용필을 섭외하려고 했죠. 그런데 노래 마지막 부분의 웃음 파트라거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또 대체자를 물색하다가 제가 우연히 선택된 겁니다.”

그렇게 첫 앨범의 수록곡이 됐으나 늘 그랬던 것처럼 지지부진했다. 발매 초기에는 그냥 그런 노래로 또 잊히는 줄 알았는데 인생은 정말 모르는 것이다. 당시 인기 절정의 사랑이 뭐길래와 인연이 맺어지면서 그야말로 초대박을 치게 된다. 국민 애창곡으로 자리했고 김국환은 가요톱텐에서 골든컵을 수상하며 기염을 토했다. 전성기는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무대가 마음에 안 들면 아파트 한 채 값의 개런티도 거절할 만큼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어쨌든 버텼으니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했으니까 기회가 온 것이겠죠.”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가수로서의 프로의식은 투철하다. 10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 “몸이 특별히 안 좋아져서가 아니라 문득 노래를 하는데 원한 만큼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자 너무 겁이 나서.” 연예인들도 정치인들처럼 기불천교(기독교+불교+천주교)’를 믿는다. 돈이 된다면 어느 종교행사든 가리지 않는 게 관행이고 어쩌면 현명한 처세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시대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쉽사리 비난하기도 망설여진다.

그래도 나는 엄연히 불자이며 사찰에서만 노래를 부르겠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성공은 우연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버텨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다. 얼굴은 주름이 깊지만 목소리는 30여 년 전 안방에 있던 칼라TV’에서 들었던 음성 그대로다. 청아하면서도 단단한 음색은 어느 곡조에 실려도 좋다. 그것이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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