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인터뷰] 서산 서광사 주지 도신스님

‘노래하는 수행자’ 유명
문화포교 공신 도신스님

코로나19로 지친 현대인
위로하는 시로 역량 펼쳐

“내 시 읽고 많은 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문화포교의 일등공신이자 ‘노래하는 수행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서산 서광사 주지 도신스님. 수덕사로 동진 출가해 일찌감치 불문(佛門)에 들어온 스님은 7장의 정규음반을 냈고 단독공연만 20여 차례 개최한 ‘가왕 조용필’의 음색을 지닌 실력파 가수다. 그동안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 슬기동과 스님들의 만남, 거리음악 자선콘서트, 산사음악회 등 다양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왔다. 또한 도신스님은 시인의 길을 걸으며 문예포교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노래와 시로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있는 도신스님을 만나 수행자로서 시인으로 가수로서 삶의 소회를 들어봤다.
 

노래와 시로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있는 서산 서광사 주지 도신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4월26일 불교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에는 나 자신을 위해 시를 썼다면 앞으로는 내 시를 읽고 많은 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노래와 시로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있는 서산 서광사 주지 도신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4월26일 불교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에는 나 자신을 위해 시를 썼다면 앞으로는 내 시를 읽고 많은 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이시영 충청지사장

부처님오신날을 20여 일 앞둔 4월26일 서산 서광사 경내는 봄기운과 함께 형형색색 연등으로 가득했다. 이런 가운데 주지 도신스님을 비롯한 모든 사찰 대중은 봉축행사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인 만큼 서광사도 팬데믹의 여파가 적지 않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도 행사를 연기해 치렀던 산사음악회는 지난해부터 아예 취소됐다. 스

님은 “서광사 산사음악회는 매년 경찰 추산 대략 8000명 정도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루는 지역의 대표 문화행사”라며 “주위에서 비대면 음악회도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역병을 두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오는 모든 신도들의 출입이 제한됐고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은 거의 만나지 않으면서 생활을 해야 했다”면서 “가장 곤란했던 것은 만나서 정신적으로 위로를 드려야 할 분들을 돌봐드릴 수 없었던 만큼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기도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럼에도 부처님오신날을 맞는 불제자들의 마음만큼은 예년과 다름이 없다. 여기에 중앙대 대학원에서 시(詩) 전공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경허스님과 오현스님의 선시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 심사를 앞두고 있는 도신스님은 주경야독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스님은 “다분히 시가 좋다는 느낌으로 대학원에 입학해 시를 공부할수록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면서 “앞서 시를 잘 몰랐을 때는 곧잘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압축적이면서 나를 담지 않는 객관화한 시 한편을 쓰는데 산고의 고통을 겪는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2019년 5월 서산 서광사에서 열린 산사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도신스님.

1980년대 후반부터 대중음악을 시작해 ‘음성공양’으로 불교계 안팎에서 입지를 다져온 도신스님이지만, 시와 인연은 2016년 지역 인사들과 시모임을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각자 외워 온 시를 한편 씩 낭송하면서 시의 매력에 빠졌다. 이전에도 노래 때문에 시에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의 세계에 들어선 후 300여 편의 시를 외우며 시작(詩作)을 했다. 그리고 스님은 2018년 문예지 월간 <우리시>에 ‘네거리 여인숙’과 ‘천장암 가는 길’, ‘능쟁이’, ‘동자와 달’, ‘산벗꽃’ 등 5편의 시가 당선돼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의 길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님은 지난해 계간 <서정시학>에서 ‘술래의 어머니’, ‘창공을 세시는 노스님’, ‘유년의 뺨’ 등 3편의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서 자리매김했다. 당시 심사를 맡은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와 김종훈 시인은 도신스님의 작품에 대해 “세계와 사물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내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유년의 슬픔을 시화(詩化)하여 주목할 만하다”면서 “잃어버린 시간, 우리 눈앞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찾으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인간의 평생 삶이라는 진실을 숙연하게 전하는 목소리에 무게가 느껴졌다”고 호평했다.

어린 시절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 무척 새롭고 행복하게 보였다는 도신스님은 벽초스님에게 “별은 어떻게 생기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에 “감동을 주는 사람이 별이 된다”는 벽초스님의 가르침을 내렸는데, 이는 스님에게 출가수행자의 길을 걸어가는 데 이정표가 됐다. 스님은 “벽초 노스님의 가르침대로 그 동안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면서 “언제쯤 별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별이 되면서 세상과의 인연을 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를 쓰는 지금도 그 가르침은 여전히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스님은 나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객관화된 시를 통해 사부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스님은 “내가 좋아서 시를 쓰는 것일 뿐 수행자로서 문학을 하거나 종교적인 것을 부여하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불교적 색채가 크게 드러나지 않은 시를 쓸 계획이다. 스님은 “내 신분이 스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교적인 것과 연결되는 것이 있겠지만,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 “그냥 내 자신이 문인이길 바랄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에는 나 자신을 위해 시를 썼다면 앞으로는 내 시를 읽고 많은 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서 읽는 사람을 위한 시를 쓰고 싶고, 쉽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정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도신스님은 코로나19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어려운 시기지만, 인생의 긴 구간에 한 부분 일뿐 예방수칙을 잘 지키며 지혜롭게 잘 살아가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따뜻한 위로를 담은 자작시 ‘내 눈물 같은 사람’을 전했다. “내가 촛불을 밝히면/ 어둠을 불러 내리는 사람// 내가 노래를 부르면/ 붉어진 눈시울을 몰래 찍어내는 사람// 내가 아파 누우면/ 험한 비탈을 거뜬히 밟는 사람// 내가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가 되어 춤을 추는 사람// 해 질 녘 노을에 한숨이 깊으면/ 작은 콧노래로 마이웨이를 불러주는 사람// 슬픈 소식에 얼이 빠지면/ 나보다 더 아파하는 사람// 내 모습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가로등처럼 길게 배운하는 사람// 내 삶의 울퉁불퉁한 계곡을 채우고 흐르며/ 울고 웃는 사람// 아, 내 눈물보다 더 내 눈물인 사람//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의 눈물이 되지 못하는 사람.”
 

■ 도신스님은…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법장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불교 가르침을 쉽게 전하겠다”는 원력으로 찬불가와 가요를 수행의 방편으로 삼았다. ‘노래하는 수행자’로 산사음악회와 방송 등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신성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시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18년 <월간 우리시>, 2020년 <서정시학>과 충남시인협회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총무원 조사국장, 초심호계위원, 제16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하고 서산 서광사 주지로 전법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3월 재심호계위원으로 선출됐다. 앞서 2019년 제31회 조계종 포교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노래하는 도신스님의 사부곡>이 있다.

[불교신문3666호/2021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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