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인터뷰] 변영섭 사단법인 고요한소리 공동대표

사단법인 고요한소리는 30년 넘게 빠알리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역경 사업과 이 시대 새로운 불교, 새로운 아비담마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리산 고요한소리 역경원에 주석하고 있는 회주 활성스님과 변영섭 공동대표(사진 오른쪽).
사단법인 고요한소리는 30년 넘게 빠알리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역경 사업과 이 시대 새로운 불교, 새로운 아비담마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리산 고요한소리 역경원에 주석하고 있는 회주 활성스님과 변영섭 공동대표(사진 오른쪽).

빠알리 경전 우리말 번역
매진하는 (사)고요한소리

회주 활성스님 지도 아래
공동대표 맡으며 역경불사
앞장선 이 시대 ‘원력보살’

“30년 세월 돌아보면 인생
佛法 공부한 복된 시간들”

1987년 ‘붓다의 불교, 붓다 당신의 불교를 발굴, 궁구, 실천, 선양’을 기치로 내걸고 근본불교 빠알리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역경사업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고요한소리 창립자이자 회주인 활성스님은 ‘쉬운 우리말로 잘 번역하여 저렴하고 품질 좋은 책을 내자’는 원칙을 제시했고 이에 공감한 각계 인사로 이뤄진 자원봉사자들의 원력으로 30년 넘게 ‘금구의 말씀’ ‘소리’ ‘법륜’ ‘보리수잎’ 시리즈를 통해 100여 권의 책을 발간하고 있다. 30년 전처럼 여전히 책값을 500원, 1000원에 제공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한 달여 앞둔 4월21일 서울 인사동 고요한소리 사무실에서 변영섭 고요한소리 공동대표를 만나 회주 활성스님의 가르침과 근본불교 역경불사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 고요한소리는 역경 불사를 통해 부처님 본래 가르침을 전하는 데 앞장서왔습니다. 불교신문 독자들에게 고요한소리를 소개해 준다면?

“고요한소리는 ‘붓다의 불교, 붓다 당신의 불교를 발굴, 궁구, 실천, 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을 되살려 이 시대의 언어로 담아내는 ‘근본불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초기불교는 시대적 분류이고 남방불교는 <청정도론>을 주로 따른다고 본다면 빠알리 경에 담겨 있는 부처님 원음을 찾아 이 시대 언어로 새롭게 담아내는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근본불교’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지요.”

# 고요한소리는 설립 초기부터 빠알리 경전에 주목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근본불교의 가르침이 갖는 의미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경을 잘 모르는 제가 고요한소리 심부름하면서 듣게 된 부분을 엉성한 채로 말씀드리니 양해해주셔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과학의 시대로 대표되는 전에 없는 변화의 시대입니다. 현대인의 눈높이에 걸 맞는 합리적이며 체계적인 새 불교, 즉 이 시대의 새로운 아비담마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만고의 진리인 부처님 원음은 과연 어떠한지를 찾아 이 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담아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진리’라고 하지요.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해온 대로 종교로서 불교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진리로서 불교의 역할이 커져갑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은 전통 깊은 한국불교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필연적인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부처님 본래 가르침이 어땠는지 그 실상을 접하는 일은 한국불교계에 새로운 다양성을 더하고 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데에 필요합니다. 고요한소리가 설립된 30여 년 전에는 우리나라에 빠알리 경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죠. 뿐만 아니라 우리들 관심이 불교를 신앙의 대상으로만 대하는 경향이 주를 이루다보니 불법의 근본적인 핵심을 간과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환경이 그랬지요. 지금은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가르침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은 빠알리 경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빠알리 경전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빠알리 경이 담고 있는 용어와 의미, 경전 내용과 맥락을 알아야 하지요. 고요한소리에서는 빠알리 경 이해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저변확대를 위한 바탕작업으로 스리랑카불자협회(BPS)에서 나오는 불서들 가운데 선별해 번역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법륜시리즈와 보리수잎 시리즈 75종을 번역 출판했고. 마음챙김 수행을 위한 경으로 <자비경>, <염신경>, <염수경>은 최근에 출간된 <불법의 대들보, 마음챙김sati>에도 실었습니다.”
 

“활성스님께서는 늘 일정한 일과로 365일을 지내십니다. 일 년 내내, 날마다 결제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새벽 예불부터 3번의 예불과 지리산 길을 포행하고, 출간할 책들의 내용도 공들여 보아주십니다. 활성스님께서는 사성제, 팔정도, 12연기를 중심으로 법문하십니다. 30여 년 동안 한결같이 팔정도 법문만 하셨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죠. 스님께서는 저희들이 불법의 핵심인 팔정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빠알리 경전을 근거로 다각적으로 접근하십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불법 가운데 ‘성스러운 진리’라고 이름 붙은 건 단 하나 사성제, 즉 고성제·집성제·멸성제·도성제입니다. 고를 벗어나는 바른길, 도성제가 팔정도이지요. 팔정도 중에 바른 마음챙김(正念), 사띠(Sati)는 부처님 발명품으로서 팔정도가 팔정도답게 하는 항목이지요. 그만큼 바른 마음챙김, 즉 사띠는 불법의 대들보 역할을 합니다. 활성스님께서는 늘 간곡히 당부하십니다. ‘인간은 향상하는 존재다.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길은 팔정도다. 상(想) 놀음에서 벗어나 빤냐(般若) 지혜의 세계로 향상하라. 부디 사람 몸 받아 났을 때 불법 만난 소중한 인연을 잘 살려 연기법의 원리를 알고, 일상에서 소욕지족의 삶을 살도록 하라. 그리고 가능하면 부처님 원음을 접할 수 있도록 빠알리어를 공부하라’고 권고하십니다.”

# 고요한소리는 전적으로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운영진과 회원들의 원력에 대해서도 한 말씀.

“고요한소리 운영에 필요한 크고 작은 모든 작업이 울력하는 분들의 정성으로 이뤄집니다. 각자 형편에 맞게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합니다. 더욱이 고요한소리 주된 사업 중 하나인 출판·윤문이나 명상지도는 성격상 전문지식을 가진 분들과 외국어 전문 교수님들이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도 부처님 말씀을 깊이 있게 접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외국어 전공하고 또 전문지식을 쌓은 것이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보람을 찾은 게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 진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불법을 이해해가는 즐거움을 누리는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이기에 고요한소리 인연이 계속되는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 고요한소리와 인연을 맺은 이후 보람을 느끼셨을 때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사람은 왜 사는가?’ 늘 궁금해 하던 저는 활성스님 덕분에 ‘사람은 향상하는 존재요, 향상하기 위한 삶’이라는 불교적 인간관을 가질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삶에 목적성과 방향성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님께서는 ‘인생은 향상하는 학교’라고 하십니다. 저는 일상에서 겪는 모든 일들이 인생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통과해야 하는 교과서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30년 세월을 돌아보면 인생 공부, 불법 공부하는 복을 누리는 시간들이었지요. 불법 덕분에 고생살이 인생이 의미 있게 보이니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 앞으로 구체적인 활동계획과 비전이 있다면.

“제가 공동대표를 맡은 지 5년이 됐습니다. 바로 이듬해 2017년 고요한소리 30주년을 맞아 ‘중도포럼’을 개최했지요. 중도포럼을 2017에 이어 2018, 2019 3회를 개최했고 코로나 이후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고요한소리 설립 정신에 따라 부처님 원음을 찾아 궁구하고 실천하고 선양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번역작업도 계속하면서 회주이신 활성스님 소리문고를 발간하고 <불법의 대들보, 마음챙김sati>에 이어 ‘붓다의 고귀한 길따라’ 시리즈를 계속 출간하겠습니다. 그리고 소리문고를 영어로 번역해 세계인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특히 부처님 원음을 공부할 수 있는 ‘빠알리어 클라스’를 엽니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접속하면 함께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불자들에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한 말씀.

“제가 말씀드리기보다 고요한소리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활성스님 소참 법문 동영상이 있으니 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소리문고 23권에 ‘윤리와 도덕’과 함께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실려 있습니다. 이제 일상생활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국면을 만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세상사 우연은 없다고 볼 때 어려운 시기를 교과서로 삼아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향상의 기회로 삼도록 노력하는 게 상책이 아닐까요. 어려움이 왜 오게 되었는가를 깊이 생각하고, 자비구조인 우주의 경책과 가피를 믿고 거듭 인과응보와 소욕지족 지혜를 배울 때가 아닌가 합니다.”
 

변영섭 사단법인 고요한소리 공동대표. 사진=김형주 기자

■ 변영섭 공동대표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미술사학자다. 1991년 고려대 교수로 부임한 후 한국미술사교육연구회장, 충북 문화재위원, 서울시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했다. 국내 미술사학회 최대 학술단체로 꼽히는 한국미술사학회장을 지냈으며 2013년 첫 여성 문화재청장에 임명돼 우리나라 문화재 정책을 이끌었다. 특히 독실한 불자로 2016년부터 고요한소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불교신문3666호/2021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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