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전남대 불교학생회 지원하는 ‘마음쉬는 곳’

광주전남 스님 불자들이 나서
고사 직전 불교학생회 살려내
법당 리모델링하고 전폭 지원

스님과 지도교수 직접 참여해
온라인 법회와 독서모임 지도
코로나 이전엔 템플스테이도

미래불교 위해 인재불사 절실
광역시별 주요사찰들이 나서
주요대학 불교학생회 지원해야

왼쪽부터 전남대 불교학생회 ‘마음쉬는 곳’ 회원인 김태영 씨와, 정응스님, 김승희 회장, 박홍규 씨, 강경석 씨가 용암사 마당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왼쪽부터 전남대 불교학생회 ‘마음쉬는 곳’ 회원인 김태영 씨와, 정응스님, 김승희 회장, 박홍규 씨, 강경석 씨가 용암사 마당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20대 불자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요즘, 광주전남지역 대학생 불교동아리를 후원하며 청년 불자를 키우는 스님들 모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과 담양 용흥사 주지 덕유스님, 전 화순 쌍봉사 주지 시공스님, 화순 용암사 주지 정응스님이 결성한 승가결사체 ‘마음쉬는 곳’이다. 광주광역시 대학 중 유일하게 남은 전남대 불교학생회 ‘마음쉬는 곳’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됐다. 스님들이 있어 전남대 불자 학생들은 신생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코로나19로 동아리방이 폐쇄돼 온라인 법회를 보고 있다는 학생들과 정응스님을 4월28일 용암사에서 만났다.

전남대 불교학생회는 60년이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신행단체다. 코로나 이전에는 회원이 8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활발했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동아리방이 폐쇄돼 교내에서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매주 화요일 저녁 줌으로 법회를 한다. 일요일에는 중현스님, 불교학생회 지도교수인 장춘석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함께 온라인 독서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위기의 시절에도 신행활동을 이어가지만, 전남대 불교학생회가 늘 잘나간 것은 아니다. 김승희 회장 혼자 쓸쓸히 동아리방을 지키던 시절도 있었다. 2018년 2학기부터 회장 소임을 맡아온 그는 무한 책임감으로 불교학생회를 이끌고 있다. “제가 불교학생회 활동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당시 회장이 인도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힌두교인인 인도인이 불교에 대한 관심이 있어 활동을 시작하며 회장까지 맡은 상태라, 회원들 다수가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교환학생으로 온 유학생들이 2년 정도 체류한 후에 돌아가기 때문에 나중에는 저 혼자 남게 됐다.”

다행히 혼자 있는 게 힘들지 않았다는 그는 나 홀로 동아리를 지키며 시간이 날 때마다 광주 자비신행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렇게 지역 불자들과 교류하면서, 여의치 않은 동아리 사정을 털어놨다. 광주에서 유일한 대학생 불교학생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지역에 빠르게 공유됐다. 고사 직전의 불교학생회를 살린 건 스님과 불자들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팔을 걷고 나선 이가 정응스님(당시 송광사 교무국장)이었다. 중고차를 한 대 사려고 모았던 돈을 탈탈 털어 우선 동아리방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창고 같은 동아리방을 카페처럼 리모델링했다. 커피머신과 냉장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빔프로젝트까지 갖추고 학생들이 편하게 와서 커피 한 잔 하고 갈 수 있도록 개방했다. 스님은 “학생들이 ‘마음쉬는 곳’으로 와서 불교의 맛이 어떻다는 것을 느끼고, 불교라는 관념의 벽을 허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며 “불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불교의 문턱을 낮출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인재불사를 추진했다.

스님은 신입회원 모집에도 동참했다. 모든 동아리들이 학교 잔디밭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동아리 홍보 및 신입회원을 모집하는 ‘알림아리’ 행사에도 참석했다. 스님이 잔디밭에 자리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차나 커피를 한 잔 씩 내어주며 고민들을 들어주고 있으니 신입회원이 절로 찾아왔다. 스님은 권선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역 스님과 불자들을 찾아다니며, 십시일반 후원하도록 했다. 전 쌍봉사 주지 시공스님을 비롯해 불일불교대학 동문들이 청년 불자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당시에는 회원 확대를 목표로 ‘마음 쉬는 곳’이란 이름처럼 종교를 떠나 누구나 올 수 있게 문호를 개방했다. 스님은 “오늘날 교회가 대중적으로 자리매김 하면서도 자신들 가르침을 유지하는 것처럼 불교도 오래된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학생들끼리 친목을 다지고 불교도 접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지금 활동하는 학생들 대다수는 시절 인연을 맺은 회원들이다. 회원이 많아져 동아리방도 큰 곳으로 옮길 정도였다. 박홍규 씨는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좋았던 것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배울 점이 많다는 점”이라며 “20대 시절에 불교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물론 딜레마도 있었다. 편안함과 친목에 무게를 두자니 신심 있는 불자들이 오히려 활동을 주저하고, 불교에 무게를 두자니 회원 유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고, 신행생활을 함께 하며 돈독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그 중간점을 찾기 위해 지금도 회원들은 고민이 깊다. 법회와 독서모임, 템플스테이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 회원들이 골라서 활동하도록 해 ‘중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보성으로 엠티를 간 전남대 불교학생회 회원들
보성으로 엠티를 간 전남대 불교학생회 회원들

지난해부터 지속된 코로나로 인해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학생들은 떠나고 지금은 20여 명 회원이 활동 중이다. 올해 신입 회원 8명을 영입해, 새로운 활동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직접 만날 수 없는 까닭에 온라인으로 홍보했는데 다행이도 신청자가 있어 희망이 보인다. 총무 김태형 씨는 “대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에브리타임’이라는 앱을 통해 홍보했는데 쪽지가 왔다. 신입생의 경우 소규모로 학교 밖에서 만나기도 했는데 회원 전체가 모이긴 어렵다. 줌을 통한 화요법회와 일요 독서모임이 전부인데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 조만간 다 같이 모이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또 신입생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는 게 대학교지만, 불교를 매개로 하는 동아리가 탈종교시대에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초중고시절 불교와 인연을 맺은 학생들의 경우 재적사찰에서 충분히 활동하기 때문에 굳이 불교학생회 가입을 하지 않기도 한다. 아무 인연 없이 불교학생회에 오는 경우는 더 드물다. 입학하자마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니 동아리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취업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대학생불교활동은 난관에 부딪혀 있다. 이들은 불교학생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원 과정에 재학 중인 강경석 씨는 전남대 불교학생회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정응, 중현, 시공, 덕유스님처럼 꾸준히 도와주는 스님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한다. 스님과 지역의 불자들의 든든한 후원이 있어 문 닫기 직전의 동아리가 살아나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지원과 함께 때로는 친구처럼 선배처럼 청년들 고민과 얘기를 들어주고 격려해준 덕분에 회원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고 신심도 생겼다고 전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야 말로 진짜 불사라는 생각으로 불교학생회 지원을 시작했다”는 정응스님은 그러나 출가자 혼자의 힘으로는 버거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스님 또한 승가결사체 스님 외에도 정안사 동초스님을 비롯해 지역 불자들의 조력이 있어서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스님은 대학생 불교학생회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지역 사찰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개개인이 원력을 가지고 학생들을 후원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한두 번 정도야 할 수 있지만 학생회가 명맥을 이어가려면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광역시 별로 수사찰이나 도심포교당에서 주요대학 불교학생회를 맡아서 도와준다면 학생들이 걱정 없이 신행 활동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미래 불교를 위해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
 

용암사를 방문해 정응스님과 함께 한 모습.
용암사를 방문해 정응스님과 함께 한 모습.
동아리 지도교수인 장춘석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함께 담양으로 외출한 기념사진
동아리 지도교수인 장춘석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함께 담양으로 외출한 기념사진
송광사 템플스테이 체험.
송광사 템플스테이 체험.

화순=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maha0703@ibulgyo.com

[불교신문3666호/2021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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