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당 혜원대종사 49재 쌍계사서 봉행

“스님 곁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태양이 빛을 잃고 세상이 온통 어두운 밤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때로는 엄한 스승이셨고, 때로는 따뜻한 어머니셨고, 때로는 자상한 아버지셨습니다. 스님 앞에서 저는 아직도 13살의 임 행자이고, 스님은 저에게 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너무 보고 싶은 우리스님, 이제는 편히 가십시오, 큰 나무 밑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지만 큰 어른 밑에는 큰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위로는 든든한 사형님들이 계시고 아래로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아우님들이 있으니 가람수호는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편히 가십시오, 스님의 유지를 잘 받들겠습니다. 스님께서는 항상 사차생피(死此生彼)라고 하셨습니다. 이 세상 어디엔가 태어나셔서 저희들을 지켜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고산당 혜원 대종사의 49재를 맞아 고산문중의 문장인 쌍계사 주지 영담스님은 추모의 글을 낭송하는 내내 자식이 부모를 떠나보내 듯 그리움에 사무쳐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대중도 함께 흐느꼈다.
 

쌍계총림 쌍계사는 고산 혜원대종사의 49재를 5월10일 경내 팔영루에서 봉행했다.
쌍계총림 쌍계사는 고산 혜원대종사의 49재를 5월10일 경내 팔영루에서 봉행했다.
쌍계사 주지 영담스님이 고산스님을 그리워하며 쓴 추모의 글을 낭송하고 있다.
쌍계사 주지 영담스님이 고산스님을 그리워하며 쓴 추모의 글을 낭송하고 있다.
새벽 4시부터 고산스님의 속환사바를 염원하는 영산재에 대중이 함께하고 있다.
새벽부터 고산스님의 속환사바를 염원하는 영산재에 대중이 함께하고 있다.
전 조계종 어산 의장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43호 경제 어산 보유자 동주스님과 영산재이수자 스님들이 영산재를 봉행하고 있다.
전 조계종 어산 의장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43호 경제 어산 보유자 동주스님과 영산재이수자 스님들이 영산재를 봉행하고 있다.

쌍계총림 방장 고산 혜원대종사의 49재가 5월10일 쌍계사 팔영루에서 봉행됐다.

새벽 4시 도량석이 울리고 스님의 속환사바를 염원하는 영산재가 시작되자 원근각지에서 찾아온 스님과 불자들로 도량이 가득했다.

영산재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43호 경제 어산 보유자이자 종단 어산어장을 지낸 동주스님과 영산재이수자 스님들의 어산작법으로 오전10시까지 봉행됐다.

의식은 쌍계사 염불원장 승원스님 집전으로 영담스님 분향, 삼배, 강성다, 참성다와 대중 3배, 개시거반이 순서대로 진행됐다.

스님의 건당 전계제자인 보광스님의 ‘초헌다’에 이어 전계제자인 덕민, 수불스님의 ‘아헌다’가 이어졌으며, 손상좌인 지웅스님과 마지막 시자인 도일스님이 ‘종헌다’를 올렸다.
 

고산문중의 문장인 쌍계사 주지 영담스님이 고산스님 영전에 차를 올리고 3배를 드리고 있다.
고산문중의 문장인 쌍계사 주지 영담스님이 고산스님 영전에 차를 올리고 3배를 드리고 있다.

마지막 작별을 의미하는 ‘전별다’는 원로스님을 대표해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대원스님이 차를 올리고 대중이 함께 3배 했다.

가수 조영남 씨는 49재에도 참석해 고산스님의 글에 곡을 붙힌 ‘인생무상’과 영담스님의 글에 곡을 쓴 ‘고산의 노래’, 고산스님 글, 조영남 작곡 ‘열반의 노래’ 3곡을 부르며 스님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대중의 마음을 위로했다.
 

가수 조영남씨가 고산스님과 영담스님의 글에 곡을 붙힌 노래들을 불렀다.
가수 조영남 씨가 고산스님과 영담스님의 글에 곡을 붙힌 노래들을 불렀다.
조영남씨와 동료들이 영담스님의 글에 곡을 쓴 '고산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조영남씨와 동료들이 영담스님의 글에 곡을 쓴 '고산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49재의 진행을 맡은 남해 염불암 주지 성전스님은 “존경하면 그 모습을 뵐 수 있고, 그리워하면 그 음성을 들을 수 있고, 열심히 정진하면 큰스님의 그 자비로운 미소를 만날 수 있다”며 “떠나셨어도 떠나지 않은, 그래서 늘 우리 곁에 계신 우리들의 위대한 스승이신 고산당 혜원 대선사의 49재를 존경과 추모와 발원의 마음으로 봉행한다”며 스님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고산당 혜원대종사는 3월23일 오전8시46분 쌍계총림 방장실에서 임종게를 남기고 법납 74년, 세수 88세로 원적에 들었다.

“春來萬像生躍動(춘래만상생약동)
秋來收藏待次期(추래수장대차기)
我於一生幻人事(아어일생환인사)
今朝收攝歸故里(금조수섭귀고리)

이날 49재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 대원스님, 불국사 승가대학장 덕민스님,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 전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 안국선원장 수불스님, 표충사 주지 진각스님 등 제방의 스님들 뿐 아니라 부천 석왕사와 연화사를 비롯해 스님을 그리워하는 재가불자들도 대거 참석해 스님을 추도했다.

한편 쌍계사는 5월23일까지 경내에서 고산스님의 생전 발자취를 기록한 사진전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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