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 서울시청 앞 봉축 점등식을 시작으로 불기 2565년 봉축행사가 본격적으로 막 올렸다. 광화문 광장 재조성 공사로 인해 오랜만에 시청 앞으로 자리를 옮긴 봉축등 점등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각 종단 대표자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수 인원만 점등식에 참여했지만 의미는 남달랐다. 점등식 후 참석자들은 하루 빨리 전염병이 종식되고 다시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며 탑을 돌았다.


미륵사지석탑 모형을 한 높이 18미터의 웅장한 석탑등은 이 날부터 5월30일까지 서울 한 복판을 밝히며 오가는 사람들의 지켜줄 것이다. 비록 모형이지만 미륵사지탑은 희망을 담고 있다. 지난 2009년 1400여년 만에 세상에 나온 ‘사리봉안기’에는 “위로는 정법(正法)을 받들고 아래는 중생을 교화하며 모두 성불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발원문이 담겨 있었다. 부처님 법을 받들어 중생을 교화하고 성불하는 그 염원이 바로 세상을 밝히는 희망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이 본래 완전하며 모든 인간이 고귀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셨다. 어느 가문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사람의 귀천이 나뉘고, 생김새로 구별하고, 성별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차별이 잘못되었음을 일깨워주셨고, 행위 주체가 오직 나 자신임을, 그리하여 선(善)도, 악(惡)도 스스로의 책임임을 들려주셨다.


본래 완전하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진리가 희망이다. 운명의 주체는 자기라는 진리가 치유다. 캄캄한 동굴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알 때 비로소 빛을 향해 나갈 희망을 얻으며, 스스로의 노력과 지혜로 어둠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때 현재 처한 고통을 극복할 힘을 얻는다. 그것이 치유다. 미륵사탑 속 발원문이 바로 오늘날의 치유와 희망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받들어 모두가 잘사는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염원을 담은 미륵사탑 조성 원력이 코로나로 힘겹게 버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염원이다. 1400년 세월의 간격과 시대 상황은 다르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받들고 의지하여 함께 고통을 이겨내려는 원력은 동일하다. 코로나로 인한 고통이 길어지는 오늘 미륵사탑등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봉축 점등식을 시작으로 연등회가 본격 막을 올렸다. 종로와 우정국로, 조계사 일원, 청계천 에도 봉축등이 환히 불을 밝혔다. 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인천 등 전국의 도시와 시골에도, 구름과 바람만 오가는 암자에도 등이 달렸다. 예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행사를 갖지 못하지만 연등은 올해도 불을 밝힌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 주었지만 세상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라는 소중한 진리도 일깨웠다.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가리키는 대로 걸어가면 나와 이웃이 행복한 세상과 만날 수 있음을 5월의 거리를 밝히는 연등이 말해준다.


아직은 힘들지만 고통은 반드시 끝난다는 희망을 갖고 아름다운 이 계절에 부처님오신날을 즐기자.

[불교신문3664호/2021년5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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