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인-이숙과’ 인과응보 가르침

악행 계속되면 시간 지난 후
결국 고통의 과보로 나타나
악행의 꼬리를 거둘 일이다

김성철 교수
김성철 교수

 

“꼬리가 길면 밟힌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고 해도, 나쁜 행동을 계속 하면 결국 들키거나 잡히고 만다는 교훈이다. 예를 들어서 한두 번은 들키지 않고 남의 것을 훔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한두 번은 들키지 않고 불륜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계속되면 언젠가 발각되어 봉변을 당한다.


나쁜 행동에는 도둑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나라의 문화나 법률, 종교에 따라서 ‘나쁜 행동’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불전에서는 살생(殺生), 도둑질(偸盜), 삿된 음행(邪婬), 거짓말(妄語), 꾸밈말(綺語), 이간질(兩舌), 험한 욕(惡口), 탐욕, 분노(瞋恚), 삿된 종교관(邪見)의 열 가지를 악행이라고 가르친다. 나쁜 행동은 몸과 말과 마음의 세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데, 살생, 도둑질, 삿된 음행의 세 가지는 몸으로 짓는 악행이고, 거짓말, 꾸밈말, 이간질, 험한 욕의 네 가지는 말로 짓는 악행이며 탐욕, 분노, 삿된 종교관의 세 가지는 마음으로 짓는 악행이다. 이런 열 가지 행동을 지을 경우 앞날에 언젠가 그에 대한 과보로서 불행이 찾아온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듯이, 이런 열 가지 행동을 오래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괴로운 일이 벌어진다. <선악인과경>에 의하면 살생을 많이 하거나 생명을 해치면 인간으로 태어나도 내생에 단명하거나 병이 많고, 도둑질을 많이 하면 빈궁하고 고독한 과보를 받으며, 사음죄를 지으면 배우자가 부정하고, 거짓말을 많이 하면 비방을 많이 받으며, 이간질을 하면 친족이 파괴되고, 험한 욕을 많이 하면 남에게 욕을 먹고, 꾸밈말을 많이 하면 남이 내 말을 믿지 않고, 탐욕심을 많이 내면 욕심이 끝이 없고, 분노심이 많으면 남이 나를 해치며, 삿된 종교에 빠지면 마음이 항상 부정하고 비뚤어져 있다.


그런데 이런 열 가지 악업들은 이를 한두 번 지었다고 해서 그 과보가 즉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악업을 지으면 그 행위가 마치 씨앗과 같이 영글어서 내 마음 속에 저장된다. 유식학(唯識學) 용어로 ‘창고와 같은 마음’인 아뢰야식에 저장되는 것이다. 그 후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그렇게 저장되었던 악업의 씨앗이 점차 무르익어서 발아하게 된다. “꼬리가 길면 밟히다”고 하듯이 악행이 계속되면 시간이 지난 후 고통의 과보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불교전문용어로 이숙인-이숙과의 인과응보라고 부른다. 이숙(異熟)이란 위빠까(Vipāka)의 번역어인데, 문자 그대로 “다르게(異, vi) 익는다(熟, pāka)”는 뜻이다. ‘다르다’는 것은 원인이 선이나 악인데, 그 결과는 낙(樂)이나 고(苦)로 그 질이 달라진다는 뜻이고, ‘익는다’는 것은 선업이나 악업의 과보인 낙이나 고가 즉각 나타나는 게 아니라, 마치 요리에서 음식을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듯이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난다는 것을 비유한다. 선인락과(善因樂果) 악인고과(惡因苦果)의 인과응보다.


만일 선업이나 악업의 과보가 그 업을 짓자마자 즉각 나타난다면 악행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선업만 지으며 살아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마음속에 하나, 둘 저장되었던 업의 씨앗들이 같은 업의 반복으로 인해서 충분히 무르익은 후 나타나기에, 사람들은 악업으로 인한 미래의 불행을 예측하지 못하고, 간혹 악행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 악행의 꼬리를 거둘 일이다.

 

[불교신문3664호/2021년5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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