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일 줄이야’ 코로나 이전 청년회의 마지막 신년 사찰순례.
‘이게 마지막일 줄이야’ 코로나 이전 청년회의 마지막 신년 사찰순례.

 

봄꽃이 거리를 수놓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니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요즘이다. 다만 코로나19로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청년회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으라면 단연 사찰순례이다. 산사에는 산사만의 기운이 있다. 번잡한 도시와 바쁜 일상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사찰순례는 신심을 키우기에 좋은 활동이다. 처음 사찰순례를 갔을 때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어딘지 불편한 시설, 이른 새벽예불 시간에 당혹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어느 순간 자율적으로 새벽예불에 동참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법우들과의 관계도 일반 법회나 모임 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돈독해진다.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조계사청년회는 새해가 되면 신년 사찰순례, 여름에는 수련회를 진행해왔다. 동안거와 하안거 해제에 맞춰 진행되는 두 번의 생명살림기도와 같은 조계사 사중행사, 대한불교청년회에 진행하는 대불청 대회 같은 불교단체 행사 참가를 통해서도 사찰순례가 이뤄진다. 이뿐 만이 아니다. 부서별로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사찰순례까지 포함하면 1년 동안 청년회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찰순례 기회를 얻는다. 그러다 보니 청년회 활동을 몇 년 만 해도 전국의 주요 명찰과 명산을 방문하게 된다.


작년 조계사 동안거 생명살림법회는 코로나19 유행의 시작으로 인해 행사 직전에 취소되었다. 이때만 해도 다들 일시적인 상황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워낙에 행사가 많은 청년회이다 보니 오히려 모처럼 여유로워서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넘은 지금, 코로나19의 유행은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지난 1년간 대부분의 법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이제는 조계사 방문조차도 생소할 지경이 되었다.


그렇다고 포기한다면 청년 불자가 아니다. 비록 과거와 같은 대규모 사찰 방문 행사를 하지 못하더라도 소규모로 인원을 제한하고 철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서울 근교의 사찰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활기찬 활동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사찰순례를 알차게 만드는 방법은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함께한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사찰을 다녀온 사람들은 함께하지 못한 도반들을 위하여 기도를 올리고, 아쉽게 함께하지 못하였더라도 공유된 사진과 영상을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사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각자, 그러나 함께 사찰순례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불교문화사업단의 한국33관음성지 인증에 도전하는 것이다. 각자 33관음성지를 다녀와 인증한 것을 공유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도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다. 실제로 조계사청년회의 여러 법우들이 33관음성지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사찰순례의 아쉬움을 달래며 언젠가 다시 도반들과 함께 사찰순례 가게 될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불교신문3664호/2021년5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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