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허스님
원허스님

 

“밝은 달을 촛불과 벗으로 삼고 흰 구름으로 자리 깔고 병풍을 만든다.
댓잎 소리 솔잎 소리 한가지로 소슬하고
뼈에 사무치는 맑고 찬 기운에 마음도 깨어난다.
오로지 흰 구름과 밝은 달을 두 손님으로 맞으니
도인의 자리가 이보다 더 좋을 손가.”  
             

-초의선사 <동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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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의 하나인 곡우(穀雨)가 지났습니다.
곡우가 지나서 그런지 연초록으로 물든 자연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 듯합니다.
오늘 같은 날은 지리산 쌍계사 차밭의 싱그러운 차 향기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곡우에 즈음하여 따서 덖은 차를 ‘우전’이라고 합니다.
아주 어린잎만 따서 만들기 때문에 그만큼 귀하고 맛 또한 으뜸입니다.

수행자들은 일찍이 차를 많이 마셔 왔습니다.
차의 다양한 약효 성분은 이미 알려져 있어 알고 있지만
그러한 많은 효능보다 더 멋진 것은
차 한잔 마시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를 잘 마시려면 먼저 찻물을 끓이면서
자신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두 손 가득 느껴지는 찻잔의 따스함, 코끝으로 전해오는 향긋한 차향,
마른 목으로 넘어가는 감미로운 전율까지….

오늘은 봄기운을 듬뿍 받으면서 찻잔을 펼쳐놓고
차 한잔 마시는 멋이 있는 하루였으면 합니다.
차는 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님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불교신문3663호/2021년4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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