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세상을 밝히는 연등회’ 특별전

7월23일까지 불교중앙박물관
연등회 역사 담긴 자료 ‘풍성’

석정 이정직의 그림 '짐북사 관등'
석정 이정직의 그림 '진북사 관등'

불교의 연등(燃燈)은 부처님의 탄생을 기린다. 우리 내면에도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불빛을 밝혀 이웃과 세상에 지혜를 일깨우고 자비로 보듬자는 상징을 갖는다. 불교 전파와 함께 시작된 우리나라의 연등회는 때로는 국가의례로 때로는 세시명절로 우리 민족과 1200여 년을 함께 해왔다. 오늘날의 연등회에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성황을 이룬다.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723일까지 불교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마음과 세상을 밝히는 연등회특별전은 이러한 정신을 널리 알리고 힘 모아 실천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각종 사진과 영상, 문헌자료를 통해 국민 모두가 향유해온 문화축제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연등회의 유래는 경전 <현우경> ‘빈녀난타품이다. 가난한 여인 난타가 서원을 담아 부처님에게 공양한 작은 등이 마지막까지 홀로 빛났더라는 기원설화다. 한국의 연등회는 서기 9세기 무렵에 시작됐다. <삼국사기> 11 ‘신라본기에는 신라 48대 임금 경문왕 6(866)51대 진성여왕 4(890)에 임금이 경주 황룡사에서 간등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서기 866년이 연등회의 시작인 셈이다.

고려시대에는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를 받들어 군왕이 주재하는 국가 차원의 축전으로 발전했다. “여섯째, 내 지극한 바람은 연등회와 팔관회에 있다후세에 간신들이 더하거나 줄이려고 건의하는 것을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 본래 연등회는 정월대보름 무렵에 열렸으며 오늘날의 사월 초파일 연등회는 1166년부터다. 특별전에서는 <삼국사기> <고려사>를 비롯해 <운곡행록> <점필재집> <동국세시기> <목은집> 등 연등회의 출발과 의미를 증명하는 다수의 서지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대한불교(불교신문 전신)' 1976년 5월9일자 연등회 보도와 그해 연등행렬 사진
'대한불교(불교신문 전신)' 1976년 5월9일자 연등회 보도와 그해 연등행렬 사진

조상들은 옛 부처님오신날의 풍경을 그림으로도 남겼다. 석정 이정직(1841~1910)진북사(鎭北寺) 관등(觀燈)’이 가장 눈에 띈다.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였던 이정직은 전주 진북사의 연등회를 수묵화로 묘사하고 있다. 부처님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 손에 사각등을 들고 등불을 밝히려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 절 마당에서 놀이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 등 부처님오신날을 즐기던 당시 아낙과 사내와 아이들의 삶이 토속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이와 함께 단원 김홍도의 작품을 추정되는 평안감사향연도는 정월대보름과 사월초파일에 행해지던 대동강 뱃놀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18세기에 만들어진 반구관등은 초파일 무렵 낙동강의 뱃놀이를 화폭에 담았다. 1795년 정조 임금이 친모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매화포를 터뜨리며 불교의 봄날을 즐기던 득중정어사도역시 볼 만 하다. 영국인 엘리자베스 키스가 1919년 펴낸 화집에는 파일빔(부처님오신날에 입는 새옷)’으로 색동옷을 입은 아이 그림이 들어있다. 제목은 ‘Buddha's Birthday.'
 

일제강점기인 1925년 열린 '석가여래경축회'
일제강점기인 1925년 열린 '석가여래경축회'

연등회에서 가장 화려한 볼거리는 결국 연등들이다. 특별전에서는 금강역사의 기개와 완력을 형상화한 인왕등, 까치와 호랑이의 민화에서 착안한 까치호랑이등, 연등을 손에 쥔 소년소녀를 묘사한 연꽃동녀등과 초롱동자등처럼 매년 연등회에서 자주 구경할 수 있는 전통 장엄등을 내놓았다. 불교의 사물을 등으로 만든 법고등 목어등 운판등 범종등 그리고 악기의 모양을 한지와 철사로 조형한 북등 비파등 태평소등 또한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환히 불을 밝힌 각양각색의 연등들은 박물관의 어두운 조명과 조화를 이루며 깊은 운치를 자아낸다.
 

'현우경' 빈녀난타품 필사본
'현우경' 빈녀난타품 필사본

20세기 이후 연등회의 발전상을 일별할 수 있는 사진자료도 풍성하다. 흑백사진부터 디지털사진까지 기술의 발달은 일제강점기부터 21세기 이후까지 연등회의 발달이기도 하다. 부처님오신날 봉축기간의 출발을 알리는 봉축등 점등식 사진은 1971년부터 2019년까지 준비돼 있다.

갈수록 세련되어지는 연등의 디자인을 비롯해 나날이 번화해가는 서울 도심의 모습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한편 특별전은 연등회보존위원회(www.연등회.kr)와 불교중앙박물관(http://museum.buddhism.or.kr) 홈페이지를 통해 VR 전시로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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