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불교기초강의] <96> 스님들은 고기를 먹어도 될까?

Q 스님들은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일부 외국의 스님들은 고기도 먹는다고 한다. 스님들은 고기를 먹어도 되는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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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명쾌한 답을 먼저 드리자면, 부처님은 고기를 먹지 말라고 계율로 정해 금지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스님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반은 먹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고 반은 먹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범망경> 등 대승불교의 계율에서는 육식을 금하고 있으니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상좌부불교의 계율에서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스님들은 승단에서 제정한 계율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 없음을 떠나 대승불교에서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고 상좌부불교에서는 먹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승불교권이지만 티베트 불교에서는 고기를 먹습니다. 왜냐하면 티베트는 추운 고산지역이라 농사를 거의 지을 수 없고 소나 양·염소 등을 목축하다 보니 이에 따른 고기나 그 부산물이 필수 식량이므로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상좌부불교 국가인 스리랑카·미얀마·태국·캄보디아·라오스 등의 스님들은 고기를 먹습니다. 이곳의 스님들은 전통적으로 걸식(탁발)을 하거나 신자들의 식사초대에 의한 청식(請食)으로 밥을 먹는데, 스님들은 신자들이 공양 올리는 음식을 거절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부처님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입니다. 그러니 공양 받은 고기류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좌부불교의 계율에 따르면 ‘죽이는 장면을 보지 않은 고기나 죽이는 소리를 듣지 않은 고기, 자신을 위해 잡은 것이 아님을 알고 난 고기, 수명이 다해 스스로 죽은 생물의 고기, 매나 독수리 따위가 먹다 남은 고기 등의 오정육(五淨肉)’은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걸식은 육신을 지탱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수행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며, 그 과정 중 고기가 포함돼 있으면 그대로 먹는 것은 불살생계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부처님도 극단에 치우친 고행을 버리고 수자타의 우유죽 공양을 받아 건강을 유지하여 깨달음을 이루신 것처럼, 부처님의 중도사상에는 무조건 고기를 먹어야 한다거나 먹으면 안 된다는 원리주의적 기준은 세우지 않으셨습니다.

대승불교권에서 고기를 금하게 된 것은 걸식이 아닌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지리적·문화적 수행환경의 영향도 있습니다. 우리가 고기로 먹는 동물들이 대개 참혹한 환경 속에서 사육되고 있고, 그 고기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양의 곡식이 쓰이면서 식량과 물 부족으로 굶어 죽는 지구인구가 매년 늘고, 사육되는 가축들로 발생하는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볼 때 스님들의 육식금지는 이 시대에 더 부합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교가 중도사상의 종교이기 때문에 스님들의 건강과 질병 회복 목적 등으로 피치 못하게 고기를 먹는 것마저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신문3662호/2021년4월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