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계 28천 깨우치려 28번
저녁엔 선경궁 포함한 도리천
33개 나라 불음 전하려 33번 타종
일체중생 구하려 불전사물 울려

이정우 법사
이정우 법사

 

Q 사찰에서 치는 범종은 새벽에는 28번, 저녁에는 33번을 친다고 한다. 이렇게 새벽·저녁에 범종을 치는 이유는 무엇이며 숫자가 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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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찰에서 울리는 종은 종소리라고 하지 않고 종성(鐘聲)이라고 합니다. 그냥 울리는 평범한 소리가 아니라, 부처님의 음성을 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법당 내의 작은 종은 소종이라고 하고 도량 내 종각의 큰 종은 범종이라 부르는데, 이 범종은 새벽에 28번, 저녁에 33번을 타종합니다. 이 타종의 숫자는 불교의 세계관 속에 나온 것입니다. 아침의 28번은 ‘감각적 욕망에 사로잡힌 세계’인 욕계(慾界)의 6개 하늘나라, ‘몸이나 물질을 살펴 선정을 닦는 고귀한 세계’인 색계(色界)의 18개 하늘나라, ‘물질이 아닌 대상으로 마음을 집중해 얻어진 고귀한 세계’인 무색계(無色界)의 4개 하늘나라를 합쳐 3계 28천을 다 깨우치게 하려는 부처님을 대신하는 울림입니다. 저녁의 33번은 제석천왕이 머무는 선견궁을 포함한 도리천 등 33개의 나라에 부처님의 음성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상세히 설명하자면 새벽의 28회 타종은 사천왕천·도리천·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이라는 욕계의 6개 나라와 범중천·범보천·대범천·소광천·무량광천·광음천·소정천·무량정천·변정천·무운천·복생천·광과천·무상천·무번천·무열천·선견천·선현천·색구경천이라는 색계의 18개의 나라, 공처천·식처천·무소유처천·비비상천이라는 무색계의 4개의 나라를 위함입니다. 여기에는 욕계의 지옥·축생·아귀·아수라·인간 세상은 빠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녁에는 이 다섯 세계를 더하여 33번을 친다는 설이 있습니다.


저녁에 33번을 타종하는 것에 대한 또 하나의 주장은, 불교의 전설적인 산인 수미산의 꼭대기에는 제석천이 있고 이곳에 도리천왕이 사는데 이를 선견궁이라고 합니다. 이 선견궁을 중심으로 사방에 각각 여덟 하늘나라씩이 있어 모두 합하여 33개 천국이 됩니다. 이 33개 천국에 사는 이들을 위하여 저녁에는 33회 타종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앞에서 육도윤회 하는 세계도 포함해서 저녁에 33번 타종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주로 28번 혹은 33번을 하늘세상만을 위해 타종한다고 하면, 이 지구 중생들에 대해서는 타종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닙니다. 절에서는 새벽과 저녁에 범종 외에 목어·운판·큰 북도 같이 울리는데, 이 사물(四物)로 천상계뿐만 아니라 지구의 물속 생물과 허공을 나는 생물, 가죽을 지닌 육상 생물들에게도 부처님 법음을 듣게 하고 구제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는 그 어느 것 하나 소외됨 없이 우주 만물 전체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대자대비가 충만한 최고의 종교입니다.

 

[불교신문3661호/2021년4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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