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연대기

이학종 지음/ 불광출판사
이학종 지음/ 불광출판사

현재까지 국내에서 저술
‘부처님 전기’ 최대 분량
여성출가도 상세히 설명

“미얀마 수행처 짧은 정진
자양분으로 일대기 정리”

부처님은 80세에 열반에 들기 직전 가장 아끼는 제자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의 열반을 지켜봤다. 두 제자의 열반 소식에 “태어나서 존재를 이루고 합성되었기에 언젠가는 해체되어야만 하는 것이니 어떻게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표현했지만 경전 곳곳에는 두 제자를 먼저 보낸 부처님의 쓸쓸함과 허전함이 행적과 말들로 표현돼 있다. 이는 부처님의 말년에 가장 큰 사건 중에 하나다. 대부분의 부처님 전기에도 이 부분이 삽입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해 부처님이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뜬 어머니를 대신해 양어머니가 되어 자신을 양육해줬으며, 여인의 출가를 관철시키고, 최초의 비구니가 된 고따미의 열반을 다룬 책들은 드물다. 또 같은 해 부처님의 속가 아들 라훌라와 출가 전 아내였던 야소다라마저 열반에 든다. 이를 기술한 국내 저술은 거의 없다. 심지어 야소다라의 출가를 알려주는 부처님의 전기조차 없고, 그녀가 출가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300쪽 혹은 400쪽 내외의 분량의 부처님 전기들은 탄생에서 열반까지 부처님과 주변에서 일어난 80년간의 일을 모두 기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맥락이 많이 생략된 채 독자들과 만났다. 불교전문기자로 30년 동안 활동했던 이학종 전 미디어붓다 대표가 최근 펴낸 <붓다 연대기>는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사건은 물론 생략됐던 맥락이 상당 부분 복원돼 있어 눈길을 끈다. 줄거리를 생략하고 보면 신이었지만 ‘왜’와 ‘어떻게’라는 실마리가 풀리니 인간이었고, 사회상과 시대상까지 살려내니 신화는 역사가 됐다.

이학종 전 미디어붓다 대표가 최근 부처님의 위대한 삶과 가르침을 방대한 분량으로 펴낸 ‘붓다 연대기’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인도 쿠시나가라 열반당에 모셔진 부처님 열반상.
이학종 전 미디어붓다 대표가 최근 부처님의 위대한 삶과 가르침을 방대한 분량으로 펴낸 ‘붓다 연대기’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인도 쿠시나가라 열반당에 모셔진 부처님 열반상.

특히 가장 빛나는 대목 중에 하나는 그동안 부처님의 생애나 전기에서 애써 외면돼왔던 여성 출가자들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다. 전체 8개 장 중 아예 한 개의 장은 여성 수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며 다른 장에서도 여성 수행자들의 수행과 깨달음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부처님의 속가 양모 고따미나 당시 유명했던 기녀 암바빨리 등은 물론 빔비사라 왕의 왕비 케마, 설법에 뛰어났던 담마딘나처럼 위대한 출가해 비구니가 되었던 인물에서부터 위사카 같은 위대한 여성 재가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초기불교 경전 <니까야>에 근거했으며 후대에 나온 주석서 등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경전을 그대로 옮겨놓기보다는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전을 내용을 풀어 엮어 가독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해외에서는 밍군 사야도의 <대불전경(마하붓다왕사>은 3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저술된 부처님의 생애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방대하다.

그렇다고 이 책은 ‘사건’만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 부처님의 전기를 읽으며 대부분 헛헛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싯다르타는 무엇을 얻으려고 했으며 어떻게 얻으려고 했는가, 그리고 붓다는 무엇을 얻었으며 어떤 경지에 머물렀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이 책에는 출가 후 성도 전 알라라 칼라마, 웃다까 라마뿟다 밑에서 수학하며 다다랐던 경지인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은 물론 고행을 하면서 얻게 된 체험의 경지 등에 대해 자세히 밝혀놓았다. 또 고행을 하며 결국은 그 고행을 버려야 했던 과정과 마침내 해탈에 이르기 위해 그가 주목하고 깨달았던 내용에 대해서도 자세히 밝혀놓았다.

특히 부처님을 따라 함께 수행했던 많은 제자들의 수행과 체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부처님의 생애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었는지를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물론 이런 설명이 가능했던 건 잠시나마 저자 스스로 모든 생업을 내려놓고 남방으로 출가를 했던 경험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붓다 일대기를 정리하는 것은 내게 오랜 숙제와 같은 것이었다”면서 “미얀마 양곤 인근에 위치한 사띠파타나 위빠사나 수행처에서의 짧은 정진과 내적 변화가 붓다의 일대기를 정리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고 이제 오래된 숙제를 마친 느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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