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선한 영향력 ‘돈쭐’ 나비효과
[문화인] 선한 영향력 ‘돈쭐’ 나비효과
  • 강산 불교크리에이터
  • 승인 2021.04.05 16:41
  • 호수 36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고픈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줘
요즘 지쳐있던 이들을 미소짓게 한
치진집이 문전성시로 화제가 됐다

‘이런 사장은 돈으로 혼내자’고 해
전국 각지서 치킨 주문이 쇄도했고
수익금은 또다시 기부로 이어진 것…
강산
강산

 

TV 프로그램이 기억난다. 단단단단단단단단 딴 딴~ 따라다라다라다란~♬ 프로그램이 시작되며 흘러나오는 오프닝 음악. 그 음악이 흘러나오면 자연스레 두꺼운 이불 속에 들어가 머리만 빼꼼히 내놓고, 기대감에 부푼 눈빛으로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명은 ‘공개수배 사건 25시’로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를 TV를 통해 공개수배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다. 범죄의 방법을 재연을 통해 보여주며 마지막엔 범죄자의 몽타주를 보여준다. 그 몽타주를 보여주며 진행자는 “이 범인은 여러분의 근처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꼭 많은 제보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설명을 한다. 그때쯤 무서움을 궁금증으로 꾹꾹 눌러왔던 게 터지며 부리나케 전화기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아직 집에 들어오시지 않았던 아버지께 우는소리로 빨리 들어오시라고 얘기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빠, 빨리 와~ㅠ”


요즘엔 식사하며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곤 한다. 어느 날 평소처럼 뉴스에서 들려오는 세상의 소식들을 듣는데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공권력을 이용하여 불법으로 투기를 한 공무원들, 부모들에게 폭행과 방치로 죽임을 당하는 아이들,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고 버스 기사를 폭행한 20대, 서로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정치인들,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2021년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미얀마 군부대의 참혹한 학살, 아시아인들을 향한 ‘묻지 마’ 폭행과 총기 난사들….


어렸을 적 TV에 나오는 범인의 몽타주를 봤을 때의 기분처럼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세상에 도덕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거 같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다시 예전 기억으로 돌아가 이경규의 양심냉장고로 통하고 있는 ‘이경규가 간다 – 숨은 양심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교통단속이 없고 신호에 무관심할 만한 야심한 시간대에 교통안전을 지키는 차량에 냉장고 한 대를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누군가가 교통안전을 지켜 냉장고를 받는 데 성공하면 다음 날 학교에 가서 하루종일 친구들과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실제로 그 방송이 나가고 나서 전국적으로 교통법규를 준수하자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선한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다.


며칠 전 지쳐있던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하는 뉴스가 보였다. 배고픔에 치킨집을 서성이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주며 용기를 줬던 사장님이 1년 만에 형제의 손편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 뒤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일명 돈으로 혼쭐내준다는 ‘돈쭐’에 동참하여 홍대에 있는 치킨집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전국에서 치킨은 받지 않고 주문만 시키는 비대면 돈쭐도 많았다. 하지만 사장님은 본래 그릇이 남달랐다. 비대면 돈쭐을 통해 모인 금액을 다시 기부하였다. 이런 사장님이 돈을 벌어야 한다며 배달아르바이트를 하며 본인의 꿈을 이뤄가던 어느 무명가수는 치킨 120마리를 구매해 기부했고, 또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져 제2의 돈쭐, 제3의 돈쭐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교통법규를 지켜 냉장고를 받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기뻐하고, 배고픈 형제들을 위해 치킨을 내어주는 사장님을 돈으로 혼쭐을 내주는데 많은 사람이 동참하며 우리는 사실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만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제2의 돈쭐, 제3의 돈쭐이 나오듯,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되는 나비효과처럼 지금 우리의 선한 행동이 지금의 시대를 조금씩 바꿔 가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바라본다.

[불교신문3660호/2021년4월6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우)03144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67(견지동), 전법회관 5층 불교신문사
  • 편집국 : 02-733-1604
  • 구독문의 : 02-730-4488
  • 광고문의 : 02-730-4490
  • 사업자등록번호 : 102-82-02197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06446
  • 창간일 : 1960-01-01
  • 등록일 : 1980-12-11
  • 제호 : 불교신문
  • 발행인 : 원행스님
  • 편집인 : 정호스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여태동
  • Copyright © by 불교신문. 기사등 모든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