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담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이야기다. 임인구의 ‘어엿한 그대’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체험하는 마음이, 또 그 마음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온전한지를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이미 어엿하게 서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연기법에 근간하여 역설과 상호관계성의 원리로 안내한다.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그리고 마음 자체를 친구처럼 또는 연인처럼 대하는 직접화법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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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많은 것을 한 번에 만족시키려 하니,
그대는 그저 어렵고, 막연하고, 짜증만 나는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목마름과, 배고픔과, 심심함과,
외로움을 한 번에 해결해줄 음식을 찾고 있다.
아무리 배달앱을 뒤져봐도 그러한 음식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이 세상에는 왜 나를 만족시켜주는 음식이 없는지 화가 난다.
대체 나는 뭐가 먹고 싶은지를 모르겠어서 더욱 화가 난다.
나중에 가서는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한 그대여, 단 하나만 채우면 된다.
눈 앞에 있는 단순한 하나만 하면 된다.
수도를 틀어 물을 한 입 마셔봐라, 그대여.
그렇게 단순하게 물을 마셔 목마름을 채우면,
그 다음 것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며, 그렇게 배고픔을 채우면,
다시 또 심심할 때 하고 싶은 것도 떠오른다.
그대는 부족함없이 다 이루게 된다.
지금 그대의 상태가 필요로 하는 가장 단순한 것만 하면,
그대는 끝내 다 이루게 된다.
많은 것이 알아서 그대에게 다가온다.
그대가 풀어야 할 문제로서가 아니라,
그대가 누려야 할 기쁨으로서 그대에게 다가온다.

 

그대여, 너무 그렇게 짜증만 내지 마시라. 많은 것이 다 꼬여 있어서 대체 어떤 것부터 풀어야 할지, 도무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그대의 마음이 참 복잡하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 가챠(뽑기기계)도 잘못 뽑았고, 성장의 테크트리도 잘못 탄 것만 같다. 구제불능이야, 누가 나 대신 이 꼬인 삶을 좀 풀어줘, 그대는 그렇게 울고만 싶다.


마법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대에게 힘겹게 꼬인 이 많은 것을 한 번에 해결해줄 마법지팡이가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그대여, 한번 생각해보자.


그대는 마법처럼 이 많은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그대가 힘든 바로 그 이유다.


많은 것을 한 번에 만족시키려 하니, 그대는 그저 어렵고, 막연하고, 짜증만 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대는 그대의 목마름과, 배고픔과, 심심함과, 외로움을 한 번에 해결해줄 음식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배달앱을 뒤져봐도 그러한 음식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이 세상에는 왜 나를 만족시켜주는 음식이 없는지에 대해 화가 난다. 대체 나는 뭐가 먹고 싶은지를 모르겠어서 더욱 화가 난다. 나중에 가서는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한 그대여, 단 하나만 채우면 된다.
눈 앞에 있는 단순한 하나만 하면 된다.
수도를 틀어 물을 한 입 마셔봐라, 그대여.


그렇게 단순하게 물을 마셔 목마름을 채우면, 그 다음 것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며, 그렇게 배고픔을 채우면, 다시 또 심심할 때 하고 싶은 것도 떠오른다.


그대는 부족함없이 다 이루게 된다.


지금 그대의 상태가 필요로 하는 가장 단순한 것만 하면, 그대는 끝내 다 이루게 된다. 많은 것이 알아서 그대에게 다가온다. 그대가 풀어야 할 문제로서가 아니라, 그대가 누려야 할 기쁨으로서 그대에게 다가온다.


그대 앞에 놓인 이 많은 것을 한 번에 풀어내는 것이 마법이 아니라, 그대 한 명을 위해 이 많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마법이다.


그러니 그대여, 어떤 것을 먼저 먹고, 마시고, 즐겨야 할지에 대해 너무 그렇게 짜증만 내지 마시라.


어떤 것도 다 그대를 위한 그대의 것이다.
많은 것이기 이전에 그대의 것이다.
천천히 다 누려도 도망가지 않는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유튜브를 보고, 거울에 비친 용모를 단장하며 너무 짜증내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만 해보자. 그래서 확실하게 그것이 그대의 것임을 확인해보자.


그러면 그대는 그대 앞에 있는 이 많은 것이 참 좋은 것임을, 이 참 좋은 것이 다 그대의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그 실감은 어렵지 않다.


그대라는 존재가 어려운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꼬이고 꼬여 복잡하고 힘든 존재가 아니다.


어떤 저주 속에서도 그대는 목마를 때 물만 마시면 다 채워지는 아주 명쾌한 존재다. 아무리 복잡한 상황에서도 그대는 단순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존재다. 이 단순한 명쾌성이 그대라는 존재의 최고의 특성이다.
그래서 많은 것이 그대 앞에 있는 이유는, 그대가 그 많은 것으로 다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인 까닭이다.


그대여, 그러니 하나씩 행복해지자.
아무리 오래 또 천천히 그윽하게 누려도 결코 도망가지 않는다.
행복은 참 쉬운 그대의 것이다.

[불교신문3660호/2021년4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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