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보는 불교 가르침]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속담으로 보는 불교 가르침]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 승인 2021.04.05 16:41
  • 호수 3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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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락 정체 알아야 깨달을 수 있어

부처님 교화방편 차제설법 부합
‘보시ㆍ지계ㆍ생천’ 가르침 통해
세속적 복락 모호함 사라질 때
사성제 통찰에 들어갈 수 있어
김성철 교수
김성철 교수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아무리 좋은 구경거리도 허기를 채운 뒤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며칠을 굶은 사람에게는 ‘밥’과 무관한 그 어떤 것도 관심을 끌지 못한다. 여기서 말하는 ‘금강산 구경’은 정신적 활동이고, ‘밥’은 그런 정신적, 문화적 향유를 위한 물질적 바탕이다.


부처님의 교화방식 가운데 이와 부합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제설법(次第說法, Anupubbikathā)이다. 차제설법이란 ‘순서에 따른 가르침’ 또는 ‘점진적인 가르침’ 이란 뜻이다. 불교의 지적(知的)인 깨달음은 사성제에 대한 통찰을 통해 얻어지지만, 부처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사성제를 가르치지 않으셨다. 특히 재가불자를 교화하실 때에는 먼저 세속적 복락을 얻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셨고, 이어서 감각적 쾌락의 위험성에 대해 가르치셨으며, 다음에는 그런 쾌락으로부터의 해탈을 가르치셨고, 마지막에 가서야 사성제의 진리를 가르치셨다.

세속적 복락 가운데 최고의 것은 천상락(天上樂)이리라. 내생에 천상에 태어나려면 남에게 많이 베풀고(보시), 청정하게 계를 잘 지키면(지계) 된다. 소위 ‘시(施), 계(戒), 생천(生天)’의 교화다. 내생까지 갈 것도 없다. 현생에도 내가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면, 남에게 많이 베풀고, 항상 절제하며 청정하게 살면 된다. 재물만 보시하는 게 아니다. 내가 접하는 모든 사람에게 말 한마디라도 좋게 하고 표정 하나라도 잘 짓는다. 모두 다 보시행이다. 적든 많든 모은 재산을 허비하지 않으며 절제하며 살아간다. 지계행이다. “선행을 쌓은 집안에 반드시 뜻밖의 경사가 있다”고 하듯이 이렇게 사는 사람에게는 만복이 깃들지 않을 수 없으리라. 보시와 지계. 미래의 행복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얻어진 세속적 복락은 영원히 지속하지 않는다. 언젠가 모든 게 무너지고 만다. 감각적 쾌락은 오래 지속되면 반드시 고통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오래 서있으면 앉고 싶고, 그래서 오래 앉아 있으면 눕고 싶지만, 계속 누워있으면 그 편안함이 다시 고통으로 변하기에 자리에서 일어선다. 잠을 자면서 밤새 엎치락뒤치락 거리는 이유도 안락이 지속되면 반드시 고통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윤회의 세계가 바로 그렇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쾌락도 그 궁극적 본질은 고통이다.


교화대상이 이런 사실을 직시하게 되면, 부처님께서는 비로소 그런 쾌락조차 추구하지 말 것을 가르치셨다. 해탈을 추구할 것을 가르치셨다. 그리고 그 방법은 사성제에 대한 통찰에 있다. 고통이든 쾌락이든 모든 것의 궁극적 본질은 고통이다(苦). 그런 고통은 쾌락을 추구하는 마음 속 번뇌에 있다(集). 그런 번뇌를 제거하면 고통도 사라진다(滅). 팔정도 또는 계정혜 삼학의 수행을 통해 공성의 진리를 체득하면 그런 번뇌의 뿌리가 뽑힌다(道). 차제설법의 종점, 사성제의 가르침이다.


차제설법 가운데 ‘보시, 지계, 생천’의 가르침을 통해 그동안 동경했던 세속적 복락에 대한 모호함이 사라질 때, 비로소 세속적 복락의 정체를 철견하여 해탈을 희구하며 사성제의 통찰에 들어갈 수 있다. 금강산 구경도 밥을 먹어서 허기를 채운 후에야 가능하듯이, 세속에서는 복락에 대한 한(恨)을 제거해야 깨달음을 추구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선교방편(善巧方便)의 차제설법을 베푸신 이유다.

[불교신문3660호/2021년4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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