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사찰] - 희유하신 세존의 숨결 석굴암②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사찰] - 희유하신 세존의 숨결 석굴암②
  •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 승인 2021.04.05 11:15
  • 호수 3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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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제자 함께 한 거룩한 영산회상

법화경 수기 순서대로 좌우도열
수행자 모습 이국적이고 개성적
부처님 당시 영산회상 본 듯 치밀
그런데 지계제일 우팔리 왜 없나?
석굴암의 10대 제자는 법화경 각 품에서 수기한 순서대로 좌우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본존불과 원형 벽면의 10대 제자 중 일부 모습.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석굴암의 10대 제자는 법화경 각 품에서 수기한 순서대로 좌우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본존불과 원형 벽면의 10대 제자 중 일부 모습.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실 때 주변에 보살, 제자, 천신들이 둘러싼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진 모습이다. 그런 영산회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석굴암이다. 주실 입구 좌우에는 늘 불법(佛法)을 수호하며 따라다닌 도리천의 주인 제석천과 색계 초선천의 주인 범천이 있다. <법화경> ‘서품’에 제석천은 2만 천자와 함께, 범천은 1만2000의 천자와 함께 <법화경>을 듣기위해 영산회상에 모였다고 했다. 이러한 무리를 대표하여 좌측의 제석천은 오른손엔 불자를, 왼손엔 다섯 갈래 금강저를 받쳐 들었고, 범천은 오른손엔 정병을 왼손엔 불자를 들고 있다.


부처님 가까이 좌측에는 지혜를 대표하는 문수보살이 있다. 문수보살은 다섯 갈래 상투처럼 화려한 보관을 쓰고 오른손엔 우아하게 찻잔을 들고 서 있다. 그런데 왜 찻잔을 들고 있었을까? 문수보살은 깊이 법의 근원에 도달한 까닭에 새지 않는 지혜의 바다를 나타낸 것으로 여겨진다. 우측엔 실천행으로 이름을 날린 보현보살이 <법화경>을 알리기 위해 보관은 묶어 질끈 동여매고 왼손엔 경전을 들고 있다. <법화경> ‘보현보살권발품’에 보현보살은 “어떤 사람이 이 경전에서 한 글귀라도 잊어버리는 일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로 나아가 그 사람이 도로 환히 알도록 하겠습니다”고 했다.

 

 

사리불 목건련 마하가섭 수보리…


석굴암 원형 벽면에 조각된 좌우 10명의 제자는 <법화경>에서 수기를 받은 차례대로 서 있다는 것을 필자가 최초로 밝혀냈다. 그 첫 번째가 좌측 사리불로 <법화경> ‘비유품’에서 제일 먼저 화광(華光)여래라는 수기를 받았다. 향로와 물병을 들고 걷는 모습인데, 매부리코에 깊이 들어간 눈, 다문 입술, 가는 목과 팔 등 지혜제일 사리불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첫 번째로 수기 받은 사리불.
첫 번째로 수기 받은 사리불.

 

<법화경> ‘수기품’에서는 4명의 제자들이 수기를 받았다. 두 번째가 우측 목건련으로 다마라발전단향(多摩羅跋栴檀香)여래라는 수기를 받았다. 특히 인상적인 매부리코에 살짝 고개를 들어 부처님을 응시하며 왼손은 병향로를, 오른손은 향로에 전단향을 넣어 올리는 모습이다. 향(香)은 ‘믿음을 표시하는 것으로 공덕을 삼는다’고 하였다. 이 두 제자는 부처님과 <법화경>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향로로 표현했다.

‘광명여래’ 수기 받은 마하가섭.
‘광명여래’ 수기 받은 마하가섭.

 

세 번째가 좌측 마하가섭으로 “광명(光明)여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았고, 그의 어진 행동은 300만억 부처님을 공양했으며, 공경, 찬탄하였다”고 했다. 마하가섭은 두 손을 머리까지 모으고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공경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네 번째가 우측 수보리로 명상(名相)여래라는 수기를 받았다. 두 손을 모아 금강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공의 이치를 터득한 모습이다. 다섯 번째가 우측 가전연으로 염부나제금광(閻浮那提金光)여래라는 수기를 받았다. 오른손의 설법인과 입은 법상을 분별하는 논의로 브라흐만을 교화하는 듯하다.


석굴암에는 <법화경> ‘오백제자수기품’에서 세 명의 제자가 수기를 받았다. 여섯 번째가 좌측 부루나로 법명(法明)여래라는 수기를 받았다. 오른손은 정병을, 왼손은 설법인을 하여 멀리 떠나 교화하는 모습이다. 10대 제자 가운데 유일하게 편단우견한 옷차림은 부처님을 대신하여 법을 설하는 모습이다. 부처님께서는 “나의 법을 받들며 도와 선설(宣說)하고, 사부대중을 가르치며 이롭게 하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해석하여 여래를 제하고는 그 언론의 변재를 당할 이가 없느니라”고 하셨다. 일곱 번째가 좌측 아나율로 보명(普明)여래란 수기를 받았다. 졸고 있는 아나율을 보고 부처님께서 나무라시자 눈을 감지 않고 용맹정진하여 결국 두 눈을 잃고 말았지만 천안통을 얻었다. 두 손 모아 마음으로 설법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보명여래’ 수기 받은 주리반특가.
‘보명여래’ 수기 받은 주리반특가.

 

여덟 번째 우측의 주리반특가는 보명(普明)여래란 수기를 받았다. 성품이 아둔해서 사람들의 멸시를 받자 부처님께서 ‘빗자루로 마당을 쓸라’는 가르침을 주셨고, 그는 기쁜 마음으로 마당을 쓸기를 거듭한 끝에 ‘빗자루는 먼지를 쓸어내는 팔정도와 같고 쓸어버리는 것은 삼독심과 같은 것’이라는 점을 깨우쳐 아라한이 되어 당당히 석굴암의 10대 제자가 되었다. 부처님의 발우를 든 모습이 인상적인데 발우를 든 사연은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코살라국 파사익왕의 공양을 받으실 때 왕궁에 들어가지 못한 주리반특가는 밖에서 신통력으로 팔을 쭉 펼쳐서 부처님에게 발우를 드렸기 때문이다.

 


 

열 번째 수기 제자 라훌라.
열 번째 수기 제자 라훌라.

 

석굴암 초대 받지 못한 제자


<법화경> ‘수학무학인기품’에서는 아난다와 라훌라가 마지막으로 수기를 받았다. 아홉 번째가 좌측 아난다로 산해혜자재통왕(山海慧自在通王)여래란 수기를 받아 석굴암 뒤쪽에 서 있다. 아난다가 수기를 받자 아직 수기를 받지 못한 대보살들도 있는데 성문들은 어떤 인연으로 수기를 받는가? 궁금해 하자 부처님께서는 “아난다는 전생에서부터 많이 듣기를 좋아하여 부처님의 법장을 수호하고 많은 보살들을 교화하는 서원으로 인해 수기를 받느니라”하셨다. 아난다는 젊고 잘생겼으며, 홀로 정면을 향해 서서 가사를 휘날리며 오른 손으로는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하다.


열 번째가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로 도칠보화(蹈七寶華)여래란 수기를 받았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태자로 있을 적에 라훌라가 장자가 되더니, 내가 부처를 이루었음에 법을 받고 법제자가 되었다. 라훌라의 비밀한 행을 오직 내가 알뿐이다”고 말씀하셨다. 라훌라는 밀행제일처럼 석굴암 우측 뒤쪽에서 왜소한 몸집으로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눈에 뛰지 않게 설법을 듣는 모습이다. 이처럼 석굴암 10대 제자는 <법화경> 각 품에서 수기한 순서대로 좌우로 자리하고 있다. 수행자의 이국적이고 개성적인 모습은 부처님 당시 영산회상을 본 듯 치밀하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10대 제자 가운데 지계제일 우팔리는 <법화경>에서 수기를 받지 못해 석굴암에 없다. 왜 그럴까? 방편이 없는 계율만으로는 깨달음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수기를 받지 못했다.

 


 

원형 주실 뒤쪽 중앙의 십일면관음보살.
원형 주실 뒤쪽 중앙의 십일면관음보살.

 

뒤쪽 중앙엔 십일면관세음보살


원형 주실의 뒤쪽 중앙에는 기도자의 응답을 들어주는 관세음보살의 신통을 극대화시킨 십일면관세음보살이 있다. <십일면신주심경>에 “앞의 삼면은 자비상인데 선한 중생을 보고 자심을 일으켜 이를 칭찬함을, 왼쪽의 삼면은 화를 낸 모습으로 악한 중생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일으켜 그를 고통에서 구하려 함을, 오른쪽의 삼면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는 모습인데 이는 정업을 행하는 사람을 보고 더욱 불도에 정진하도록 권장하는 모습을, 뒤의 일면은 크게 웃는 상으로 모든 부류의 중생들 포섭하는 모습을, 정상의 일면은 부처님의 얼굴로 결국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과 같음을 나타낸 것이다”하였다. 십일면관세음보살은 탐스럽게 활짝 핀 연꽃위에 왼손은 활짝 핀 연꽃을 꽂은 정병을 들고, 오른손은 아름다운 영락을 쥐고 인간사 희로애락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습이다.

<법화경>에 “깊은 마음으로 염불하고 많은 보배 향로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향을 사른다”고 하였다. 향을 사르고 조용히 <법화경>을 독송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불교신문3660호/2021년4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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