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에서 깨달은 삶의 행복과 자유
‘무소유’에서 깨달은 삶의 행복과 자유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1.04.02 11:06
  • 호수 3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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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무소유

정찬주 지음/ 정민미디어
정찬주 지음/ 정민미디어

‘법정스님’ 재가제자
소설가 정찬주 작가
헌정 마지막 ‘산문집’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있겠는가?”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역사적 인물과 수행자들의 정신세계를 탐구해온 소설가, 정찬주 작가는 30대 중반에 법정스님을 처음 만났다. 그가 샘터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스님의 글을 매만지던 때의 일이다. 스님은 노년에 접어든 나이인데도 그때까지 상좌를 두지 않았다. 당시 스님은 “부처님보다 이른 나이에 감히 상좌를 들일 수는 없다”고 했다. 정 작가는 그렇게 스님과의 인연을 이어가다가 재가제자를 허락받았다. 스님이 제자에게 내린 법명은 ‘무염(無染)’이다. ‘저잣거리에 살되 물들지 말라’는 뜻이다.

이후 정 작가는 스님의 산문집 10여 권을 만들었다. 스님의 글을 매만지며 그 의미를 천착하는 일을 수십 번 반복했다는 의미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지닌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스님의 글을 읽고 옆에서 오래 지켜보았던 그였던 만큼 그 진의를 깨달은 이도 드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 작가가 법정스님 입적 11주기를 맞아 마지막으로 스승에게 헌정하는 산문집 <행복한 무소유>을 출간했다.

법정스님의 재가제자인 정찬주 작가가 마지막으로 스승에게 헌정하는 산문집 ‘행복한 무소유’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법정스님의 원적 11주기를 맞아 3월9일 서울 길상사 설법전에서 열린 추모법회.
법정스님의 재가제자인 정찬주 작가가 마지막으로 스승에게 헌정하는 산문집 ‘행복한 무소유’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법정스님의 원적 11주기를 맞아 3월9일 서울 길상사 설법전에서 열린 추모법회.

이 책에는 스님의 말씀과 일화를 통해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며 사색해온 저자의 온유한 글들이 가득 담겨 있다. 무소유에서 깨달은 행복과 자유가 어느 사인엔가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독자들에게 스며든다. 코로나19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안한 시대에 마음이 어지러운 이때, 봄날 햇살처럼 삶의 신산한 그림자를 걷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정스님은 누군가 무소유의 의미를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무소유가 아니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좀 더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가 있다.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유보다 값지고 고귀하다.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나눔이 없는 무소유는 허망한 주장에 불과하다. 스님은 불필요한 소유를 경계하면서 나눔의 삶을 이루라고 강조했다. 결국 무소유에는 자비와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이다.

또한 스님의 말씀 가운데 ‘선택한 맑은 가난’이란 청빈(淸貧)의 삶을 뜻한다. 풍부하게 소유하기보다는 풍요롭게 존재하기를 바라는 수행자들의 덕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법정스님은 수행자나 저자 같은 재가제자를 만났을 때는 좀 더 깊이 있는 가르침을 줬다.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공(空)하고 내 것도 공(空)하다는 도리를 알아야지. 그것을 말하기 위해 무소유란 말을 만들어낸 것뿐이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그 의미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산방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법정스님의 ‘무소유’ 뜻을 전한다. 행복이 돈이나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밤새 내리는 봄비, 잠든 세상을 깨우는 산새 소리, 목련 꽃봉오리가 개화할 때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법정스님이 무소유라는 화두를 꺼낸 든 계기와 무소유를 나눔으로 승화한 이야기, 무소유 삶을 살다간 인물 이야기, 무소유의 철학적인 뿌리를 밝히는 산문 10편이 담겼다. 2부는 저자가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면서 명상한 글들이다. 자신의 산방에서 자연을 스승 삼아 벗 삼아 살면서 깨달은 바를 ‘자연’이라는 제목으로,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한미한 작가로서의 인생을 성찰한 이야기를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고희의 삶을 살아오면서 얽혔던 인연을 ‘인연’이라는 제목으로 엮었다. 3부에는 저자가 ‘법정스님의 사상과 진면목’이라는 제목으로 월간 <불교문화>에 게재했던 논문 형식의 글을 실었다. 저자는 “법정스님의 사상과 가풍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한다. 마지막 4부는 ‘법정스님 무소유 암자 순례’ 편이다. 스님이 <무소유> 산문집을 펴낸 불일암, 스승인 효봉스님으로부터 무소유 정신을 익힌 쌍계사 탑전, 말년에 무소유 삶을 보다 철저하게 사신 강원도 오대산 쯔데기골의 수류산방을 소개했다. 저자는 사진을 함께 실어 독자들이 눈으로라도 스님이 무소유라는 지복의 삶을 설파한 장소를 순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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