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려관-근대 제주불교를 일으켜 세우다

혜달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혜달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입적지 ‘산천단’ 아닌 ‘관음사’
법정사 항일운동 참여 누락도
자료 보완 후속집 발간 예정

“자료에 근거해 있는 그대로
봉려관 스님을 평가해 주길”

입적 82주년을 맞아 근대 제주불교 최초의 비구니 봉려관(蓬廬觀, 1865~1938) 스님의 업적을 ‘있는 그대로’ 조명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는 책이 나와 주목된다.

사단법인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 혜달스님이 펴낸 <봉려관-근대 제주불교를 일으켜 세우다>가 그것이다. 혜달스님은 “근대 제주불교사 연구물을 교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봉려관 스님의 발자취가 왜곡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도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라고 이 책의 저술 배경을 설명했다. 문헌과 구술에 근거해 봉려관 스님의 생애를 사실적으로 기록하여 처음으로 드러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여 년간 봉려관 스님의 수행이력과 제주불교사를 검증한 혜달스님은 봉려관 스님의 항일 독립운동을 최초로 알린바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1900~1930년대 제주의 종교 분위기 △산천단-출가 수계 의지확립·하화중생 의지 발아 △대흥사-근대 제주불교 최초 비구니 탄생·항일 독립 의지 발아 △관음사 -근대 제주불교 발원지 △법정사-항일 독립실천 △봉려관, 근대 제주불교 역사를 써 내려가다 △누가 봉려관 생애를 망쳐놓았는가 등 모두 8장으로 구성됐다.

지난 2018년 사단법인 탐라성보문화원이 주관한 ‘해월당 봉려관 스님의 발자취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 ‘근대 한국여성의 선구자-해월당 봉려관 스님’을 기반으로 각종 자료를 수집해 보완하고 재정리 한 것이다.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회명문집>, <근대 제주불교사 자료집>는 물론 법선스님(1899~1991, 제주 보현암)과 정대원각(1900~1991) 불자의 생존 육성 녹음테이프를 비롯해 90여명의 구술 자료를 분석했다. 또한 한라산 관음사의 ‘봉려관 비문’, 이은상의 ‘탐라기행’, 진원일의 <제주도> 기고를 참고하는 등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 봉려관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그 결과 그동안 발표된 각종 논문과 자료에서 잘못 기술한 점을 확인했다. 특히 은사 유정스님(비구니)을 청봉스님(비구)으로 표현하고, 관음사와 법정사의 창건자에 봉려관 스님 외에 다른 인물도 서술하였음을 밝혔다. 또한 법정사 항일운동에 관련이 없는 인물을 언급하면서 봉려관 스님의 항일 행적을 누락시키는 한편 입적지를 관음사가 아닌 산천단 소림사로 기술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스님은 “각종 학회에 수 없이 찾아가 스님의 항일운동을 구술하고 업적을 증언했지만 그에 대한 구술 채록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혜달스님은 “1909년 봉려관 스님이 관음사를 창건하면서 맥이 다시 살아나 근대제주불교가 시작됐다”면서 “봉려관 스님은 200여 년간 종교로서의 불교가 없었던 암흑기를 끝내고 근대 제주불교를 써 내려갔다”고 강조했다. “봉려관 스님은 출가수행자로서 가난한 민중의 아픔과 민족의 아픔을 도외시 하지 않은 리더십을 갖고 있었습니다.”

봉려관 스님의 생애와 업적이 과장되거나 축소되는 등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혜달스님의 소신이다. 스님은 “심혈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미비한 점이 있다”면서 문헌과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교차 검증을 거쳐 추후에 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근거자료를 더 찾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기존 자료는 사실에 맞는지 더 철저하게 고증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혜달스님은 1982년 법희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자운스님에게 사미니계와 구족계를 수지했다.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1988)과 국립 대만사범대학(1994)을 졸업했다. 이어 대만사범대에서 각각 석사학위(1997)와 박사학위(2002)를 취득했다.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교환연구생, 일본 하나조노대학 연구원, 동국대 강사, 보조사상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제주 관음정사 문화원장, 제주불교방송 운영위원(감사), 사단법인 봉려관선양회 이사, 사단법인 봉려관불교문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근대 제주불교 연구자와 관계자에게 혜달스님은 “억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추측이나 상상을 공적인 역사적 사실로 내세울 수는 없다”면서 자료에 근거해 ‘있는 그대로’ 봉려관 스님을 평가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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