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정원의 궁전

이순애 지음/ 도반
이순애 지음/ 도반

장애불자들의 모임 보리수아래의 다섯 번째 감성시집으로 펴낸 <사다리 정원의 궁전>은 이순애 시인이 예순 다섯이 넘어 내는 첫 시집이다. 이 시집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어린 자신을 업고 나와 마당의 대추나무에서 대추를 따 주셨던 그리운 기억에서부터 시작된다. 장애인인 그녀가 두 딸의 엄마로, 여자로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가는 삶은 누구보다 치열한 현실이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 치열한 현실 속에서 시는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면 소박한 생활을 그려나가는 방편이었을 것이다. 특별히 시를 쓴다는 목적을 붙이지 않아도 어려움 앞에서 숨 쉬는 한 숨, 작은 이룸에도 웃는 함박웃음, 가족들의 자잘한 일상사까지 시가 됐을 것이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평범한 단어에도 읽는 이로 하여금 “나도 그랬는데”라며 공감하게 만드는 시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먹을 만두를 빚으며 그곳에 행복과 사랑이 깃들어 있었기에 시인의 삶은 시인의 색으로 충분히 완성된다. 세상을 향한 긍정으로 그것은 다시 한 편의 시로 만들어졌다.

더불어 시를 통해 매일 삼시 세끼를 챙겨 먹고, 일터로 나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부모님을 모시며 사는 우리는 그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다시 볼 수 있다. 시인은 “꺾였던 날개를 깁던 무한한 날들과 자유를 찾아 비상한 날들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하나하나 불러오고 퇴고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면서 “소중한 순간들을 사랑과 희망의 날개에 싣고 단장하며 기뻐하고, 첫 날갯짓이 비록 서툴러도 시작의 신선함으로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어 본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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