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만의 특별한 승려 주거복지 지원사업 ‘주목’

현재 한국불교가 맞닥뜨린 중차대한 화두 중 하나는 승가공동체 정신의 회복이다. ‘승가(僧伽)’라는 말의 뜻처럼, 수행자들이 함께 모여 살며 결계와 자자 포살을 통해 수행 정진하는 게 부처님 당시부터 이어져온 불교 고유의 전통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서 물질 중심의 거대한 흐름과 갈수록 심각해지는 개인주의 성향 탓에 불교의 전통이 희미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가운데 법보종찰 해인사(주지 현응스님)가 불교 전통을 복원하고 화합 승가 공동체 형성에 진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구본사 중에선 처음, 승려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주거복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해인총림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해인사 복지국장 혜철스님이 조주원에 입방한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 모습.
해인사 복지국장 혜철스님이 조주원에 입방한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 모습.

해인사만의 특별한 승려복지사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910월이다. 해인총림 임회를 열고 해인사 교구 승려복지규정을 제정해 재적 스님들에 대한 승려복지 시행 근거를 마련한 것. 규정 준비 과정 또한 대중들의 공의를 모아 진행됐다. 주지 현응스님과 국장 스님, 종무소 소임자들이 함께 모여 총 6회에 걸쳐 승려복지 시행 방안에 대해 집중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해인사는 교구 승려복지제도의 중심 방향을 주거 환경 조성으로 설정했다. 실제로 주거와 관련된 스님들의 요구와 관심이 많지만, 종단에서 조계종 스님 전체를 대상으로 혜택을 주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해인사에 선 종단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교구 재적 스님을 대상으로 한 주거 복지를 실시했다. 해인사 복지국장 혜철스님은 스님들이 개별적으로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재화를 모아야 하는 번다스러움을 해소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작년 9월 주거복지 지원 ‘시작’
재적 스님 대상 방사 제공하며
안정적 주거 및 수행환경 조성

해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승려 주거 복지 지원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해인사가 소유 중인 소리원조주원의 방사를 새롭게 리모델링해 교구의 중덕(정덕) 이상 10명의 스님에게 방사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해인사 승려복지주거 사업이 의미를 더하는 점은 입방한 스님들이 청규에 의거해 생활한다는 것이다. 해인사에선 별도로 교구 재적승 주거복지를 위한 방사관리 및 운영 청규를 제정해 주거 기간 동안 해인총림 산중 구성원으로 의무와 역할을 다하게 했다.

해인사 주거복지 시설에 입방한 스님들은 종단 법령과 해인총림 임회 회칙 등 제반 규정을 준수함은 물론 해인사로 결계신고를 하며, 안거 중엔 해인사 법문과 포살에 참석토록 하는 게 청규의 골자다. 또한 해인사에서 시행하는 각종 법회와 행사, 지역사회 포교를 위한 역할을 하도록 하고, 해인사에선 역할의 정도를 고려해 소정의 보시를 지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야산 해인총림 수행공동체를 다시 구현함으로써, 승단의 위상과 역할을 높이고 승가를 진정한 인천의 사표로 자리 매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시범사업을 원만하게 마친 해인사는 올해 인원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2019년 교육청으로부터 인수한 해인초등학교 건물과 합천면 치인리 소재 건물 1동을 매입해 방사로 리모델링 중이다. 더 많은 교구 재적 스님들이 혜택을 입음으로써, 승가공동체 정신 복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해인사 승려복지제도의 특별함은 이 뿐만이 아니다. 복지국장 혜철스님과 전담 승보공양복지사를 별도로 임명해 교구 재적 스님들에 대한 현장 밀착형 승려복지제도가 가능토록 했다. 복지국장 혜철스님과 승보공양복지사는 교구 재적 스님의 거주 사찰과 연락처를 일일이 파악하는 작업을 통해 해인사 재적 스님 1500여 명 중 1400명에 대한 개별복지카드작성을 완료했다. 승려복지 지원을 위한 기본 데이터를 교구 차원에서 최초로 완성한 사례로, 승려복지 지원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복지국장 혜철스님은 개별복지카드를 통해 의료보험, 연금보험, 실비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자료로 축적해 나가고 있다해인사 재적 스님에 대한 승려복지 지원 방향과 개별 스님들의 복지 수요를 파악해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혜택을 입지 못하는 스님들을 위해서도 밤낮없이 일한다. 복지국장 혜철스님과 전담 직원은 문자 안내 등을 통해 종단과 교구의 승려복지 지원제도를 상세히 설명하고,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해인사는 전국 교구본사 중 가장 많은 국민연금보험 가입을 이뤄냈고, 지원 금액 또한 최고로 높은 성과를 올리게 됐다. 지난해 8월 종단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인사 재적승의 상반기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370명이며 지원금은 76882000원이다. 복지국장 혜철스님은 “2020년에 해인사 교구에서 주거복지에 소요된 비용을 제외하고 의료비, 간병비, 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 등에 지원된 금액은 총 13천여 만원에 달한다해인사 승가대학 및 해인사 율학승가대학원 교직자와 학인스님들에게는 승복지원비로 1435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성과를 밝혔다.

이같이 승려복지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해인사는 지난해 조계종 승려복지회로부터 총무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스님들이 승려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진력하고 있다.

‘운영 청규’에 따라 생활하며
불교 고유 수행공동체 복원
공로 인정 ‘총무원장 표창’ 수상

이는 방장 스님들을 비롯한 사부대중의 관심과 지원 덕분이다. 복지국장 혜철스님은 타 교구에 비해 막대하게 소요되는 승려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총림의 가장 웃어른인 방장 원각스님을 비롯한 산중의 어른 스님들, 그리고 주지 현응스님과 소임자 스님들부터 기금 마련에 솔선수범 하며 적극 동참하고 있다방장 스님께서 먼저 앞장서서 기금을 희사하심으로써, 산중 대중 스님들과 각 산내 암자 문중 스님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다만, 복지국장 혜철스님은 승려복지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인사와 같이 타 교구에 비해 재적승이 많은 교구는 교구부담 비율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승려복지회와 종단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해주길 요청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스님들의 안정적인 수행 환경 조성을 위한 교구 대중들의 원력이 모아진 해인총림 해인사. 그곳엔 여전히 수행공동체가 살아있었다.

[불교신문 제3657/20213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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