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의 선암사 야욕…실효적 지배로 맞서야
태고종의 선암사 야욕…실효적 지배로 맞서야
  • 박봉영 이경민 기자
  • 승인 2021.03.09 13:47
  • 호수 3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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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잃어버린 60년...‘불법(佛法)에 대처 없다’
4. 정화 완성이 불교 정통성 회복
불법에 대처승 없다”정화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 11월19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스님과 신도들이 ‘불법에 대처승 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불교 말살을 위해 일제가 강제한 대처승 제도를 청산하는 정화운동의 결실로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통합종단)이 출범했다. 선암사는 이때 제20교구본사로 지정됐으나, 대처측이 60년째 불법점거 중이다.
정화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 11월19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스님과 신도들이 ‘불법에 대처승 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불교 말살을 위해 일제가 강제한 대처승 제도를 청산하는 정화운동의 결실로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통합종단)이 출범했다. 선암사는 이때 제20교구본사로 지정됐으나, 대처측이 60년째 불법점거 중이다.

대법원 판결이 재갈등 불당겨
‘180명’ 범종단적 대책위 출범

선암사 20교구본사 지위 회복
재적승 등록…정화결사단 구성
‘정화 완수’ 특별법 제정 계획

순천 선암사가 조계종단의 사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종단내 힘을 얻고 있다. 핵심은 정화의 완성을 위한 실효지배다. 

조계종은 대법원의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철거 소송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선암사에 대한 실효지배에 나설 뜻을 강하게 천명했다. 조계종이 실효지배를 하지 않고 있고, 선암사 대중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한 조계종 가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단 때문이다.  

3월3일 상임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조직 구성안을 확정한 ‘한국불교 정체성 확립과 정화정신 계승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위원장으로 18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중앙종회, 전국 24개 교구본사와 주요 사찰, 전국비구니회, 신도단체와 포교신행단체 등이 폭넓게 참여한다. 정부의 종교편향에 항의해 범종단적 역량을 모았던 2008년 상황과 비슷한 규모다. 종단의 명운을 걸고 선암사를 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실천행동 계획도 나왔다. 선암사의 교구본사 지위 회복이 첫 조치다. 선암사는 1962년 교구 획정 당시 20교구를 관할하는 본사였다. 대처측의 불법점거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50년 동안 20교구본사 지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조계종선암사와 태고종선암사 간 분규종식 합의가 이뤄진 2011년, 원활한 실무협의를 위해 교구본사 지위를 해제했다. 그러나 선암사를 완전 장악하려는 태고종선암사의 의도가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조계종은 선암사를 교구본사로 재지정하고 미뤘던 정화불사를 완수해 나갈 계획이다.

특별법 제정과 정화결사단 구성도 추진된다. 특별법은 선암사 정상화를 위해 재적승을 등록하고 이를 중심으로 정화결사단을 꾸려 실효적 지배까지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법원이 조계종선암사의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첫 번째 근거가 실효지배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계종은 물리적 지배에 나섬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비난을 감안해 그동안 대화와 타협의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실효지배 등을 주요 논지로 삼은 차체험관 소송의 대법원 판결로 인해 실효지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계종단 내 강경한 여론은 현재 광주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선암사 등기말소 소송과도 관련이 있다. 이 소송은 태고종선암사가 조계종 선암사를 상대로 2014년 제기했다. 선암사 소유 토지와 건물에 대한 등기명의인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을 삭제해달라는 청구다. 1심을 진행한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6년 태고종선암사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대법원이 야생차체험관 소송 판결에서 명시한 내용과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이 소송은 조계종선암사와 태고종선암사, 조계종과 태고종 간 오랜 논의 끝에 결실을 맺은 2011년 합의를 파기한 대표적인 사례다. 태고종측이 선암사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의도를 전면에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조계종은 최근 법원의 판결이 한국불교 정통성과 역사성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재의 선암사 상황에 비중을 두는 추세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광주고법에 계류 중인 등기말소 소송 대응을 위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선암사 실효 지배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2011년 조‧태 간 선암사 합의를 이끌어냈던 덕문스님(화엄사 주지)은 “최선의 방법은 대화와 타협으로 선암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최근 법원 판결로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불교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정화운동이 미완성으로 남은 선암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은 “종단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중앙신도회 또한 호남지역 신도회를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조계종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부분에 대해선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화운동은 일제강점기 한국불교를 말살하기 위해 일제가 강제적으로 도입한 대처승 제도를 청산하는 민족적 과업이자 일제 잔재 청산 운동이다. 이를 통해 1962년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현 조계종) 출범을 일궈냈다. 그러나 선암사는 대처측의 물리적 불법점거로 지난 60년 동안 완수하지 못한 정화운동의 상징으로 남은 ‘마지막 사찰’이 됐다. 선암사에 대한 정화는 한국불교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며, 60년 과제로 남은 정화운동의 완성인 셈이다. 
 

“한국불교 정통성 훼손 안 돼”

선암사 주지 금곡스님
선암사 주지 금곡스님

2011년 조‧태 합의 물거품 안타까워
소송 등 소모적 다툼 이제 그만해야

선암사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철거 소송과 관련 대법원의 비상식적 판결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소송 당사자인 금곡스님이 인터뷰에 응했다. 금곡스님은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왜색 불교에 물들지 않고 정법 당간을 바로 세우고자 했던 정화운동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며 “오늘의 한국불교를 이뤄낸 피와 땀을 훼손하는 일은 그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이자 선암사 주지를 맡고 있는 금곡스님은 종단 분규를 수습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협상을 이끌어온 해결사로 꼽힌다. 스님은 대처측 점거로 인해 50년 간 조계종 관할권이 미치지 못했던 흥천사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선암사 주지로 임명됐다. 재직 당시에도 태고종과의 불협화음을 최소화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조‧태 합의가 이뤄진 후 태고종 측이 입장을 바꾸며 또 다시 갈등을 촉발시키자 2017년 주지로 재임명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왔다.

종단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입장도 단호했다. 선암사에 대한 소유권 문제는 현재의 법적 분쟁을 넘어 이미 반세기 전 당시의 현행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확정지은 사안이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대내외적으로 공표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금곡스님은 “선암사는 1962년 통합종단 출범에 따라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모든 절차를 완료했다”며 “절차적, 실체적 하자 없이 다른 누구도 아닌 국가가 인정한 단일 교단 소속으로서의 사찰임이 일찍이 증명됐다”고 했다.

나아가 “사찰의 실제 모습에 근거해 실체를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은 물리력을 동원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위험성은 안고 있다”며 “태고종선암사의 불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행위를 배제한 채 지금까지 수십년 간 최소한의 행정 조치만 해 온 데에는 한국불교의 화합을 위한 방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분규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무엇보다 어렵게 이룬 2011년 조태 합의가 물거품이 돼 버려 다른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분규의 상징이기도 한 선암사 문제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곡스님은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암사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명백히 조계종에 있다는 점, 소송을 통해서라도 한국불교 정체성에 흔들림이 없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편으로는 소통과 대화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곡스님은 “수차례 반복되는 소송과 때마다 불거지는 논쟁은 이제 그만해야 할 때”라며 “경제적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선암사를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이 마치 다툼을 지속하는 것처럼 보여 지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들에게는 낯부끄러운 일로 생각한다”고 했다. 

스님은 “정화운동 정신을 계승해 한국불교 정체성을 확립하고 종단 발전을 위해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방법을 모색해나가겠다”며 “하루빨리 법적 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불교 전체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일불제자로서 어떤 것이 최선인지 함께 고민하고 고려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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