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새겨야 할 이야기
화합하는 여섯 가지 방법
부처님은 뭐라고 하셨을까?

니까야부터 대승불교 경전 등
약 300개에서 핵심내용 추려
알기 쉬운 오늘의 언어로 서술

인도·중국·한국불교사 등
불교사연표도 한눈에 정리

“전국 곳곳의 사찰 법회마다
독송 연찬하며 법열 넘치길”

첫 종단본 <불교성전>이 최근 발간됐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불교교리와 경전 내용을 오늘날의 언어로 새롭게 서술해 불교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진은 최근 조계사에서 봉행한 봉정식에서 포교원장 지홍스님이 부처님전에 봉정하는 모습.  김형주 기자 

‘사랑하는 사람과 다음 생에서도 함께하고 싶다’는 물음에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답했을까.

이에 대해 부처님은 “남편과 아내가 둘 다 지금 여기에서도 서로서로 보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내세에서도 보기를 원한다면, 그들 둘은 동등한 믿음과 동등한 계행, 동등한 베풂과 동등한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그대들은 지금 여기서도 보게 될 것이고, 내세에서도 보게 될 것입니다 <앙굿따라 니까야>.”

이러한 부처님의 크고 깊은 가르침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통 불서가 나왔다. 바로 첫 종단본 <불교성전>이다.

종단본 불교성전은 방대한 팔만대장경 가운데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을 깔끔하게 정리해 누가 보더라도 불교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총 703쪽 분량의 책은 불자의 기본 덕목인 삼귀의·오계로 시작해 종정예하 진제법원 대종사 법어, 총무원장 원행스님 간행사, 포교원장 지홍스님 편찬사를 앞부분에 실어 발간 의미를 담았다.

순수 우리말로 서술한 성전은 초기부터 대승경전, 선어록 등을 망라해 특정 주제 안에서 다양한 시대의 불교 교리를 만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불교성전편찬추진위원회에 따르면 300여개에 달하는 경전에서 핵심 내용을 뽑았다. 경전들을 죽 훑어 법문들을 발췌한 뒤, 공통분모대로 내용을 추렸다. 예를 들면, 3장 6절에 ‘마음 밝히는 길’에서는 <법구비유경> <선가귀감> <맛지마 니까야> <디가 니까야> 등 30~40여 종에 이르는 경전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자칫 딱딱해 보이는 불교 교리는 이 시대의 새로운 언어로 재탄생했다. 목차만 보더라도 교리서라기보다 사실에 기반한 문학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최초의 재가 남녀 신도가 탄생하다’, ‘존재하는 것은 언젠가 사라진다’, ‘나라는 존재는 인연의 화합물’, ‘몸과 말과 마음의 업을 조심히 하라’, ‘연기를 보면 마음이 과거나 미래로 치달리지 않는다’, ‘참선을 하려면 먼저 계를 지켜야 한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정진하라’, ‘누구나 자기 자신이 가장 사랑스럽다’, ‘수행자는 마음의 농사를 짓는다’, ‘술을 마시면 생기는 서른다섯 가지 허물’ 등등 어느 때라도 쉽게 펼쳐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이런 이점 덕분에 각종 법회나 행사 때 설법 문안 등으로 쉽게 활용 가능하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영상 제작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데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교원에서 성전 발간에 앞서 ‘미리보는 불교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사전에 샌드아트로 제작한 영상이 좋은 본보기다. 포교원장 지홍스님도 편찬사에서 “앞으로 성전을 토대로 경전독송운동, 법회자료, 신도교육 자료, 전법수단 활용 등 수많은 교화방법이 개발되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책은 거룩한 부처님, 위대한 가르침, 보살의 길, 불국토 구현 등 크게 4개장으로 구성됐다. 맨 뒷부분에 부처님 당시 인도 지도와 4대 성지 모습, 불교사연표 등을 수록했다. 초기 대승경전이 출현한 시대부터는 인도·아시아불교사, 중국불교사, 한국불교사를 나란히 넣어 그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1장에선 부처님 생애를 여러 경전에서 발췌한 내용을 토대로 서사식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2장에선 모든 것은 변하며 삶은 괴롭다는 것, 성냄은 자신을 불태우고 어리석음은 우리를 헤매게 한다는 등의 대표적 가르침을 서술하고 있다. 3장은 믿음과 보시의 공덕, 계행과 삼귀의 하는 법 등 수행자들에게 전하는 부처님 말씀을 모았다. 4장에선 특히 현대사회와 접목한 불교의 가르침을 소개해 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돕는다.

한국불교 대강백으로 손꼽히는 무비스님과 지안스님도 자신 있게 전국의 불자들에게 성전을 추천했다.

성전편찬추진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참여한 두 스님은 “시대상황에 맞게 계속 출간됐어야 하는데, 이제라도 새로 출판한 것에 크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새로운 감각으로 책의 체제와 번역어를 끊임없이 연구해 다음 불교성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불교성전 발간으로 부처님 말씀처럼 우리 사회가 더욱 밝은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추천사를 전했다.
 

부처님께 봉정된 첫 종단본 불교성전.

■ 불교성전이 나오기까지…

새롭게 대장경을 만든다는 각오로 시작된 이 대작불사는 많은 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의지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 불교성전 사업은 동국대역경원이 1972년 출간한 불교성전 이후, 이 시대에 맞는 오늘날의 언어로 쓰여진 불교성전 간행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시작됐다. 조계종 총무원은 불교성전 편찬에 앞서 2018년 12월12일 '불교성전편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관한 령'을 제정, 총무원장을 당연직 위원장으로 하는 편찬위 설치 및 운영사항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2019년 4월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포교원 앞에서 ‘불교성전편찬추진위원회 현판식’과 함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상임위원장을 맡은 포교원장 지홍스님은 종단 이름으로 성전을 편찬하는 일이 처음임을 강조하며 “방대한 부처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선별해 일반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성전 편찬으로 불교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6월 중순 성전 수록범위와 편찬체제 등을 확정했으며, 7월 초 기획위원회와 상임위원회 등이 논의 해 온 목차를 확정지었다. 8월에는 기획위원회 전문위원 위촉식을 갖고 각계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사업에 속도를 올렸다. 추진위원회 출범 이후 약 9개월 간의 연구 및 활동 끝에 2019년 말 원고 초안을 완성했다. 2020년 7월에 활용방안 포교종책연찬회를 열고 모든 불자가 한 권의 성전을 수지하는 ‘불교성전 수지 운동’을 전개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2018년부터 약 3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21년 2월24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종단본 <불교성전> 봉정식을 봉행했다. 1쇄는 전부 판매돼 2쇄에 들어갔다. 

불교성전편찬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이자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간행사에서 “불교성전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한 차원 더 신심이 깊어지리라 믿기 때문에 ‘불자를 불자답게 만드는 것이 불교성전’이란 말을 하고 싶다”며 “전국 곳곳의 사찰 법회마다 성전을 독송 연찬하며, 함께하신 불자님들이 무명의 가슴을 휘돌아 법열에 넘치는 날이 도래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656호/2021년3월9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