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마녀’ 한영애

어느새 음악인생 46년
늘 ‘과정’에 충실했던 삶
“내가 가진 것 이상의
트릭을 부리지는 말자.”

3월3일 가수 한영애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제공=나무뮤직
3월3일 가수 한영애를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만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제공=나무뮤직

어릴 때부터 그냥 튀는사람이었다. 자신은 그냥 남들처럼 살았을 뿐인데 남들은 항상 이상하게 쳐다봤다. ‘어떻게 하면 최선을 다해 튀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쨌든 시간은 가고 어떻게든 삶은 이어진다. 누가 뭐라 해도, ‘팬데믹이 덮쳐도 상관없다. 세상은 변화하고 재편될 뿐 멸망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게 답이다.”

가수 한영애를 3월3일 서울 대학로에 있는 연습실에서 만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세는 여전하고, 공연과 무대를 잃어버린 문화예술인들이 유난히 힘들어하는 시절이다. 그녀도 20193월의 콘서트가 마지막 공식 활동이었다.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물론 원래 살아가던 모습은 언제나 그대로다. 연습하고 산책하고 독서하고 등산하면서 여여(如如)하게 흘러간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바로 적응하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며 나긋하게 웃었다. 한쪽 벽에는 법정스님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이 글귀와 함께 걸려 있다.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스님이 주석하던 길상사가 연습실에서 멀지 않다.

그녀는 2015년 데뷔 40주년 기념공연을 가졌다. 특별히 꿈을 갖는 성격은 아니었다. 아무튼 서울예술대학을 다녔고 자연스럽게 배우를 하게 될 줄 알았다. 1975년 녹음실에 무심코 놀러갔다가 엉겁결에 마이크 앞에 서게 됐고 가수의 길이 덜컥 열려버렸다. “()이라는 게 참.” 그때의 가수는 잠깐의 소동에 가까웠고 전공을 살려 이후 10년 동안 극단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한 우물에만 있다 보니 답답함을 느끼던 찰나에 문득 ! 내게는 노래라는 게 있었지라는 생각이 스쳤어요.”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데뷔연도는 조금 다르다. 1985년 개인 첫 음반을 발표했다.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걸어야 할 길을 알게 된 것 같네요.” 이른바 소리의 마녀가 탄생하던 순간이다.

한영애의 노래에는 제목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목소리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독특한 음색과 특유의 아우라로 자신만의 일가견을 세운 지 이미 오래다. 국내 여가수 중 허스키 보이스로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호평을 듣는다. 흉내 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데에 다수가 동의한다. 묵묵히 자기 자신을 살아온 대가로 보인다. 팬들은 그녀를 딸기님이라고 부른다. 누군가 나이를 묻자 편견에 갇히는 게 싫어서 딸기띠라고 대답했던 일에서 유래한다.

후배들은 그녀가 나무를 좋아해서 나무님이라고 부른다. 이밖에도 별명은 여러 가지다. 50년 지기는 뚝심 위의 카멜레온이라고 붙여줬고 어느 프랑스인 친구는 그녀는 늘 출발 중이다라는 제목의 시를 선물했다. “어떤 음악을 추구하느냐고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단지 거짓되게 부르진 말자’, ‘내가 가진 것 이상의 트릭을 부리지는 말자.’ ‘음악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임하자.’ 이런 건 늘 생각합니다.”

산사음악회에 곧잘 출연했다. 인터넷 프로필에는 불교를 믿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하나의 등불이 천년의 어둠을 없애고 하나의 지혜가 만년의 어리석음을 없앤다<육조단경>의 글귀를 아주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불교를 믿는다기보다는 불교를 하고있다. “언젠가 TV에서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인터넷상에서의 나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현실에서의 나를 말하는 건지를 되묻던 초등학생 친구가 참 기억에 남네요.”

나는 과연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묻고 있다면 누구나 수행자다. 객관적으로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돌이켜 보면 내 삶에는 결과가 없고 언제나 과정만 있었어요.” 그렇게 그 과정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한다. 올해는 음원을 내든 공연을 하든 뭐든 할 계획이다. 다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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