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

함민복 지음/ 시공사
함민복 지음/ 시공사

1996년 함민복 시인은 강화도 마니산을 찾았다가 그곳의 풍광에 매료됐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갯벌에 뻗은 수백 갈래의 물길이 바다의 뿌리를 이루고 있었다. 부초처럼 떠돌던 그의 영혼과 육신이 쉬어갈 만한 곳이었다. 이후 시인은 ‘섬사람’으로 살면서 텃밭을 가꾸고 어선을 타고 동네의 잡일을 돕고 글을 쓰고 시를 썼다. 하나라도 더 취하려고 부단히 달려가는 자본주의의 트랙에서 벗어나 느리고 가난하게 살았다. 최근 출간된 <섬이 쓰고 바다가 그려주다>는 바람결에 떠돌던 씨앗이 흙에 뿌리내리고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듯, 함민복 시인이 강화도라는 밭의 양분을 빨아들이며 삶을 더욱 깊이 체험했던 십여 년의 기록을 담고 있다. 늘 같은 듯하면서도 서서히 변화하는 자연의 소박한 경이로움은 큰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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