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잃어버린 60년...‘불법(佛法)에 대처 없다’

1. ‘왜색불교’ 옹호한 법원 판결
2. 불법점거 고착…‘미완의 정화’
3. 소유권 조계종, 권원 없는 점거 태고종
4. 정화 완성이 불교 정통성 회복

순천 선암사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태고종 측 의도가 2014년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조계종선암사를 상대로 제기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소송(등기말소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실체가 확인됐다. 

이 소송은 조계종선암사 소유의 토지와 건물 일체에 있는 등기명의인 대한불교조계종선암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을 삭제해달라는 청구다. 비구 대처간 합의로 구성된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현 조계종)에게 주어진 정통성을 전면 부정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에 주어진 전래 사찰에 대한 권한이 부정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동안 평화적 해결을 위해 유보해왔던 선암사에 대한 실효지배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2011분규 종식극적 합의
순천시 상대 공동으로 법적대응

2014년 태고종 돌연 입장 선회
등기명의(조계종) 말소소송 제기

불법점거서 소유야욕 드러내
4월29일 광주고법서 변론 재개

선암사를 둘러싼 분규는 통합종단 이전인 1961년부터 대처측의 불법점거로부터 시작됐다. 통합종단 출범과 함께 선암사가 제20교구본사가 됐지만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던 대처측은 비구측의 진입에 물리력을 동원해가며 물러나지 않았다.

당시 대처측이 물리력을 앞세워 버틴 사찰 가운데 교구본사로는 유일하게 선암사만 남았다. 조계종은 수차례 선암사에 대한 권리회복에 나섰으나, 그때마다 대치와 충돌을 반복했다. 태고종 창종과 대처측의 태고종 가입으로 종단간 문제로 비화되며 선암사에 대한 불법점거가 장기화되기에 이르렀다.

2011년 분규종식 협의가 타결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조계종과 태고종, 조계종선암사와 태고종선암사 등 4자가 손을 맞잡고 합의를 끌어냈다. 이 합의는 조계종선암사와 태고종선암사가 분규종식을 위해 현실을 받아들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조계종은 50년간 이어져온 대처측의 점거를 인정했고, 태고종은 선암사에 대한 조계종의 소유권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던 성보 일제조사를 비롯한 공동운영의 틀을 만들었다. 공동 요청으로 1970년 이후 이어지던 순천시장 재산관리인 해임도 이끌어냈다.

순천시장이 재산관리인으로 있으면서 선암사 토지에 지은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차체험관)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공동의 대응도 진행했다. 조계종선암사는 태고종선암사의 요청으로 2011년 순천시장을 상대로 차체험관 철거소송을 제기했다.

조계종은 분규종식 합의에 따라 법적 대응과 분규 종식을 위한 실무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종회의 결의로 선암사를 제20교구본사에서 해제했다. 선암사 문제 해결을 위해 범종단적 조치를 취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태고종선암사의 배신이 전면에 노출됐다. 변호사를 공동으로 선임해 소송에 임하던 중 태고종선암사가 순천시장의 보조참가자로 돌아서버렸다. 애당초 이 소송은 2011년 합의 직전 태고종선암사가 순천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바 있었고, 합의 직후 태고종선암사가 요청해 소유권자인 조계종선암사가 대응한 사건이다.

태고종선암사는 한발 더 나아가 2014년 조계종선암사를 상대로 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선암사에서 조계종을 아예 몰아내고 선암사를 완전 장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간의 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야욕의 표출이다.

현재 선암사 소유 토지와 건물은 모두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로 등기돼있다.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1972년 문공부의 태고종선암사는 부존재하고 선암사는 조계종 소속 사찰이라는 확인서 등을 근거로 법원에 등록돼있다. 여기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을 말소시키고 선암사로 바꾸라는 청구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 태고종선암사의 손을 들어줬다. 조계종선암사가 실제 거주하지 않아 사찰로서의 실체가 없다는 것과 선암사 대중의 결의에 의한 조계종 가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실효지배하고 있지 않은 조계종선암사의 권리가 없다는 논리다. 이같은 논리는 지난 12월 나온 차체험관 철거소송의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사하게 명시됐다.

순천지원 판결을 이끈 김형연 재판장과 대법원 김상환 대법관은 법원내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함께 활동한데다 김상환 대법관 임명 시기가 김형연 재판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할 때와 겹친다. 불교계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코드 인사와 그에 따른 코드 판결사례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고유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일본불교화 일환으로 탄생한 대처 제도를 청산하고자 한 역사성을 법원이 이제와서 뒤집은 반민족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광주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등기말소 소송 항소심의 변론이 429일 재개된다. 차체험관 철거소송 대법원 계류 당시 판결 결과를 지켜본 뒤 진행되는 심판이어서 승산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조계종이 종단의 명운을 걸고 선암사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분규 60년이라는 상황이 배제된 채 내려진 법원의 실효지배또는 실제 거주논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실효지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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