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퇴전 정진으로 선행 통달

발원ㆍ가행ㆍ끝없는 노력 통해
열정적 선행 통달한 ‘보살 4지’
찬란히 빛나는 그가 바로 염혜지

등현스님
등현스님

 

모든 뛰어난 공덕은 정진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선행을 닦음에 있어서 열정이 부족하면 보시 등의 수행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뛰어난 공덕을 획득하고 그것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정진은 필수적이다. 또한 정진은 불과(佛果)를 얻기 위한 공덕의 축적과 지혜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불퇴전의 정진을 통해 열정적인 선행에 통달한, 찬란히 빛나는 보살 4지를 염혜지라 한다.


정진(vīrya)은 힘 또는 에너지라는 의미가 있고, 발원, 가행, 끝없는 노력이라는 세 가지 특성이 포함된다.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군인의 예를 들자면 갑옷을 입음, 전쟁터에서의 싸움 그리고 적을 모두 없앨 때까지 싸우는 것으로 비유가 된다. 첫째는 선행하기 전에 선행에 대한 세부 계획을 짜고 발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갑옷을 입는 것과 같다. 둘째는 선행에 대한 가행(加行)의 노력이다. 이것은 군인이 전쟁터에 나가 싸우듯이 선행을 직접 실천하는 것이다. 셋째는 끝없는 노력이다. 이것은 전쟁터에서 적을 모두 없앨 때까지 싸우듯이 불과를 얻기 전까지 공덕 쌓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질이나 견해에 대해서는 탐욕을 부리거나 집착해서는 안 되지만, 공덕에 대해서는 불과를 얻기 전까지 그 집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불과를 얻기 위한 모든 공덕은 정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을 노력론자(prayatnavādin)라고도 한다.


이 4지가 염혜지(焰慧地, arciṣmatī)로 불리는 이유는 훨훨 타는 빛(arciṣ)의 지혜(matī)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광지보다 더 뛰어난 이유는 37보리분법을 수행해서 마음이 더 맑아지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에서 빛이 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인간이 본래 빛으로 충만한 색계 사선천에서 내려왔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물질이 빛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분별망상의 번뇌가 이 빛을 차단해서 마음이 어두워진 것이다. 보살3, 4, 5지에서는 선정이 더욱 깊어져 본래의 빛이 점점 회복되어 드러나기에 염혜지라 하는 것이다.


인욕과 삼매 바라밀을 닦아 발광지에 든 보살이 윗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욕계, 색계, 무색계와 그 안의 중생을 알아차리고 관찰해야만 한다. 37조도품(助道品, bodhi pakkhiyā-dhammā)은 깨달음을 도와주는 37가지 요소인데, 4념처(念處), 4정근(正勤), 4여의족(如意足), 5근(根), 5력(力), 7각지(覺支), 8정도(正道)의 일곱 가지 수행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수행방법을 통해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 대부분의 기쁨이나 괴로움은 물질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물질에 대한 바른 자세가 중요한데 유식에서 물질은 기억과 습관들이 투사된 영상으로 본다. 그러므로 물질은 곧 마음이고, 물질을 다스리려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마음속에 일어나는 강한 욕망을 관찰하여 다스리는 대신, 그 일어난 욕망을 숨기고 컨트롤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욕망은 다스릴 수 없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충동적 마음의 상태를 다스리는 것이 근본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습관화되고 프로그램화된 기억들을 어떻게 다스리는지가 바로 마음공부이다. 몸은 본래 부정하고, 느낌은 긍극적으로 괴로움이며, 현상적 세계는 오직 잠재된 프로그램의 투사일 뿐이고, 그 프로그램을 깨끗이 지운 청정한 마음을 보는 것이 바로 4념처의 수행인 것이다.


물질이 마음의 습관적 투영임을 알아도 무시이래의 습관 때문에 인간은 다시 물질의 실제를 믿으며, 물질에 의해 감정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오직 마음만이 존재하고 물질은 마음의 비추어진 영상임을 지속적으로 관하면, 대상에 대한 집착 때문에 발생했거나 발생할 불선(不善)을 모두 다스릴 수 있다. 그 후에 경계에 끄달리지 않아서 발생했거나 발생할 선(善)을 모두 증장시키는 것이 바로 4정근의 수행이 된다.

 [불교신문3655호/2021년3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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