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제53권변상>
- 세간과 출세간에 얽매이지 않는 경계를 보이다

무엇이 불법이며, 보살행이며…
하나 물으면 열 가지로 답변
의심과 궁금증 해소시켜 버려

대방광불화엄경제53권변상도. 보혜보살이 묻고(普慧菩薩問), 보현보살이 답한다(普賢菩薩答). 변상도 좌측은 여래의 경계에 들어가는 열 가지 법문을(十種諸如來) 도상화 한 것이다.
대방광불화엄경제53권변상도. 보혜보살이 묻고(普慧菩薩問), 보현보살이 답한다(普賢菩薩答). 변상도 좌측은 여래의 경계에 들어가는 열 가지 법문을(十種諸如來) 도상화 한 것이다.

80화엄경 제53권부터 제59권까지가 3차 보광명전의 설법이자 여덟 번째 법회인 ‘이세간품(離世間品)’이다.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세계의 티끌 수 보살마하살들이 세존과 함께 계셨는데, 그 때 보현보살 마하살이 넓고 큰 삼매에 들었으니 불화장엄(佛華莊嚴)이요, 이 삼매에 들었을 때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가 여섯 가지 열여덟 모양으로 진동하며 큰 소리를 낸다. ‘여섯 가지 열여덟 모양’이란 백여덟 가지 모양이다. 모든 세계가 백여덟 가지 모양으로 진동하였다는 것은 세상의 번뇌가 진동하는 것이자 그 백팔번뇌의 진동소리를 모든 보살과 모든 중생이 듣게 되었다는 것이니, 진동소리를 들었으므로 해탈의 길과 깨달음 이후 보살행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보혜보살이 대중이 모인 것을 알고 보현보살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이에 대해 보현보살의 대답하게 되는데, 바로 ‘이세간품’이다.

‘이세간(離世間)’이라는 말은 ‘세간을 떠났다’는 의미이지만, 부처를 이루어 세간을 완전히 떠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부처님으로 출현하여 세간과 출세간에 얽매이지 않는 경계를 보인다는 의미로서의 ‘이(離)’인 것이다.

그렇다면 보현보살을 향한 보혜보살의 궁금증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보혜보살은 보현보살에게 이백 가지의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버이께 세상에 보고 듣는 것마다 질문공세를 퍼붓는 것과도 같다. 무엇이 불법이며, 부처님이며, 보살이며, 보살의 행이며, 무엇이 깨달음이며, 평등함이며, 마음이며, 해탈이냐고 묻는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백 가지의 보혜보살의 궁금증에 이천 가지로 답변을 하는 보현보살이다. 하나를 물으면 열 가지로 답을 해줌으로써 의심과 궁금증을 해소시켜버린다. 지극한 자비법문이 곧 구경각의 법문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보현보살의 모든 대답에는 ‘이 법에 편안히 머물면’이라는 말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데,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말이 주는 의미가 대단히 중요하다. 일체의 가르침에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단계가 되려면 부처님 법이 얼마나 우리의 몸과 입과 뜻에 온전히 익어야 하는 것일까?

[불교신문3655호/2021년3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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