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엔아 평론가
김엔아 평론가

 

지난 몇 년은 내게 악몽과 같은 세월이었다. 태어나서 아주 평탄하게 살아온 적은 없었건만, 근래에 펼쳐졌던 일들은 소위 ‘파란만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법했다.


요즘의 나의 기억은 몇 년 단위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시간의 테이프를 되감아,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부모님 따라 해외로 이민했던 내가 20년 만에 한국문학 연구자의 꿈을 안고서 조국으로 돌아왔던 때를 생각해본다. 또 ‘빨리감기’를 하여 몇 년 후로 간다.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표절 교수를 만나서 고생했던 일들, 어쩌다 내 일이 언론을 오르내리게 된 것 등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조용한 삶을 살길 바랐던 나를 전연 딴 방향으로 끌고 간 그 일련의 사건들 이후 나는 그토록 부인해왔던 운명이란 걸 인식하고 그 실체를 믿게 되었다. 이제 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파란만장한 시간 속에서 내가 목격한 것은 ‘어글리 코리안’이란 말 밖에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 한국이라는 특정 사회의 민낯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할 기회는 앞으로 또 있으리라. 나는 사랑해야 할 조국의 땅에서 원치 않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겪었다.


요즘 나는 내가 한국에 온 이래 ‘낭비’하게 되었다고 생각되는 젊음의 시간들, 그 어긋나버린 역사를 만회하기 위해 불면의 고민에 빠져 있다. ‘덕분에’ 오랫동안 과거로 치우쳐져 있던 나의 마음은 요새 저 먼 미래에 주로 가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사이, 나는 이미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 들어섰다. 그리고 올해 나는 내 인생의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살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캐나다에서 성장한 내가 수년 전 한국의 대학원에 입학하기로 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다른 길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로는 돌아갈 수는 없고, 그때의 결정은 나의 삼십 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번에 내리는 결정은 앞으로의 나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요즘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것이 ‘연습’인 이유는 사람이 자기 마음을 알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세월>의 전개처럼 마음이 시간의 널뛰기를 거듭하는 요즘, 나의 마음을 가만히 응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마음이 어려운 것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 마음을 가리켜 ‘소’와 같다 했던가. 이 소의 고삐를 제대로 잡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이는 한평생을 보내고 나서야 자신의 진짜 마음을 깨닫기도 한다던가.


지난날 나는 고심 끝에 어떤 결정들을 내려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늘’ 후회스러웠다. 아마도 ‘나’ 아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내 마음으로부터 진정으로 우러난, 내 ‘소’가 시키는 결정을 해야겠다.

[불교신문3655호/2021년3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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