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불법점거에도 '선암사는 조계종 사찰'
60년 불법점거에도 '선암사는 조계종 사찰'
  • 박봉영 이경민 기자
  • 승인 2021.02.25 11:36
  • 호수 3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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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잃어버린 60년...‘불법(佛法)에 대처 없다’
<2> 불법점거 고착…‘미완의 정화’

1. ‘왜색불교’ 옹호한 법원 판결
2. 불법점거 고착…‘미완의 정화’
3. 소유권 조계종, 권원 없는 점거 태고종
4. 정화 완성이 불교 정통성 회복

비구·대처 통합조계종 출범 따라
통합종단 20교구본사 지정 등록
대법 판결 ‘통합종단 종헌 합법’

태고종, 등록 때 포기각서 제출
문공부 “태고종선암사 부존재”
확인서 근거 ‘조계종’ 명의등기

통합종단 이전도 '비구측' 상주
'지속적 실효지배' 판단은 오류

# 1998년 2월23일 오전5시30분께, 조계종 스님 60여 명이 순천 선암사에 도착했다. 조계종에서 새 주지로 임명한 세민스님 등이었다. 조계종 스님들이 선암사를 돌려받기 위해 대웅전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태고종 측이 이를 막아섰다. 소식을 들은 태고종 총무원은 광주 전남 지역 태고종 사찰 스님들을 속속 불러 모았다.

물리적 충돌이 예상됐다. 순천경찰서 전경 5개 중대가 선암사 곳곳에 배치됐다. 11시간 넘는 대치 끝에 양 측은 협상을 이어갔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조계종의 진입 시도가 있은 후, 태고종은 선암사를 태고총림으로 격상시켰다. 서울 성북동 태고사에 있던 태고종 총무원 간판도 선암사로 옮겨 달았다. 

비구와 대처의 첨예한 싸움이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찰, 선암사 소유권 문제는 사실상 60년 전 마무리됐던 사안이다. 1962년 비구와 대처를 아우르는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이 출범하며 ‘한국불교 1700년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한 유일한 종단’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선암사는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이하 통합종단) 제20교구 본사가 됐다.  

“임석진 스님 취임사에 이어 문교사회위원장 문교부장관 정두석 동대 총장의 각계 축사로 ‘종단발전과 국리민복에 지난날의 기침을 벗어나서 본래 한국불교의 역사적 전통을 되살려 혁명대열에 서는 전국민사상에 밑받침이 되는 참신한 불교가 되도록 바란다’라는 축사를 하였다(1962년 5월1일자 불교신문 기사 발췌).” 1962년 4월11일 조계사에서 열린 조계종 간부 취임식을 보도한 불교신문 기사는 비구와 대처측이 참여했던 통합종단 출범의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배경속에서 5월31일 ‘불교재산관리법(불재법)’이 공포됐다. 불재법은 사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불교단체 재산 및 관리 운영을 규정한 것이 핵심이었다. 정화 운동 과정에서 사찰 재산이 망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도 포함됐다. 불재법에 따라 당시의 사찰 주지는 문교부에 등록을 필해야 했다. 경내지 건물 또는 이외의 건물 폐지, 동산과 부동산의 양도 담보 등 사찰 재산 전반에 걸친 허가 조항도 포함됐다. 선암사 또한 불재법에 따라 1962년 통합종단 제20교구본사로 등록됐다. 1965년에는 전남도에 ‘조계종 선암사’로의 등록과 함께 주지 유엽스님을 임명하며 절차를 마무리했다.

선암사에 대한 모든 권한은 사실상 1962년 통합종단 조계종 출범과 함께 통합종단으로 귀속됐다. 조계종 선암사가 성립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암사는 통합종단 출범 이전 정화운동이 한창이던 때 이미 비구측에 의해 운영된 사찰 가운데 하나였다. 1955년 비구와 대처 양측 각 5인이 참여한 사찰정화대책위원회 결의로 전국승려대회가 개최됐고, 그 승려대회에서 개정된 종헌에 따라 종정에 석우스님이 추대됐다.

종정 석우스님이 발령한 선암사 주지가 비구니 안광호 스님이다. 안광호 스님은 대처측 이지우에 의해 점거된 1961년까지 선암사를 관리했다. 대처측이 한번도 변함없이 선암사를 실효지배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억측에 불과하다. 
 

문공부가 1972년 2월1일 전남도에 보낸 시정 조치 공문서.

이를 법적으로 확인하는 중요한 판결이 나온다. 1969년 10월23일 대처측이 제기한 ‘통합종단 종헌 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은 비구측 손을 들어주며 통합 종단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고등법원 판결을 인용해 대처측이 통합종단과 4개월 간 함께 집무를 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대처측도 종헌에 따른 통합종단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취지로 원고(대처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통합종단 출범 7년 만의 판결이었다.

대처측도 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1970년 대처측이 불재법에 의거해 문공부에 한국불교태고종 종단 등록을 신청할 때 함께 제출한 각서와 태고종 최초 종헌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태고종 종정 박대륜 스님과 총무원장 박갑득 스님 명의로 제출된 각서는 "…(전략) 앞으로 소송행위 등 일체의 분쟁요인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을 거듭 맹서합니다. 현재 경향 각지의 사찰의 관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각급 법원에 계류 중에 있는 소송 사건은 본 종단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음을 아울러 천명하는 바입니다. 만약 본 종단에서 등록을 필한 후에 위 각서에 위반되는 행위가 있을 때는 귀부의 어떠한 처분이 있을 지라도 감수하겠기에 본 각서를 제출합니다"라고 명시했다. 2014년 태고종선암사가 조계종선암사를 상대로 제기한 ‘조계종 명의 등기말소 소송’은 이 각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태고종 종정 박대륜 스님과 총무원장 박갑득 스님 등 명의로 제출된 각서.

선암사가 조계종 사찰임을 명기한 사실은 1972년 문공부가 발급한 확인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통합종단에서 이탈한 대처측은 태고종 창종 후 1971년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태고종 선암사’ 명의 등기를 시도했다. 문공부는 다음해 전남도에 등기 시정 조치를 내려 바로잡았다.

이어 조계종선암사의 신청에 따라 조계종 명의로 등기를 완료했다. 등기 시정 과정에서 문공부는 1972년 8월23일 ‘태고종선암사는 부존재하고 선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이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했다. 

불재법에 따라 선암사에 대한 모든 권한이 통합종단에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은 60년 넘게 계속돼 왔다. 통합종단 출범 후 조계종은 1962년 선암사 주지로 대처측 이지우를 발령했다. 1964년에는 비구측 유엽스님을 임명했다. 그러나 유엽스님은 대처측의 물리적 방해와 불법 점거로 인해 갈등을 겪었다.

그럼에도 통합종단 조계종은 1967년 제3대 주지로 대처측 최원종을 임명, 1972년 제4대 주지로 비구측 윤선웅을 임명하며 선암사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해나갔다. 불재법에 따라 사찰 대표자로서 주지 소임을 부여하고 일체의 재산 관리에 대한 권한을 위임해온 것이다. 그러나 대처측의 주지 거부와 물리적 방해는 계속됐다. 

태고종선암사가 매번 소송 제기와 물리적 불법점거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1962년 선암사가 통합종단 제20교구본사로 지정되면서 모든 권한은 ‘조계종선암사’로 넘어왔지만, 60년 가까이 정당한 관리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1970년 태고종이 분규 사찰에 대한 소유권을 사실상 포기한 점,  1972년 문화공보부에 의한 시정 조치로 등기 등 절차를 완료한 점, 나아가 2011년에는 조계종단과 합의해 선암사에 대한 소유권이 조계종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점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태고종 측은 지속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면서 불법 점거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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