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불교가 생의 전부이기를…
이제는 불교가 생의 전부이기를…
  • 장영섭 기자
  • 승인 2021.02.22 15:33
  • 호수 3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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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음악의 대부 '이종만'
과거 명곡들 모은 LP음반 출시
이종만 좋은벗 풍경소리 대표가 과거 명곡들을 모아 한정판 LP음반으로 발매했다.
이종만 좋은벗 풍경소리 대표가 과거 명곡들을 모아 한정판 LP음반으로 발매했다.

대중가요는 흔히 유행가라고 불린다. 시류에 따라 잠시 반짝일 뿐 생명력은 약하다는 뜻이다. 다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가치가 변치 않는 노래들도 있다. 찬불가를 제작 보급하는 좋은벗 풍경소리이종만 대표가 과거의 명곡들을 모은 한정판 LP음반을 발표했다. 지금이야 불교음악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이 대표는 한때 젊고 팬들깨나 따르는 포크가수였다. <장돌뱅이>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1980년대 후반 라디오와 음악다방에서 곧잘 흘러나오던 노래들이다. 이제는 7080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게 됐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앨범에 수록된 칼럼에서 가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곡들은 청자(聽者)의 심장을 저격했던 노래들이다. 슬픔을 머금은 그의 회색빛 음색은 한번 들으면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을 발휘하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고 상찬했다.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대중음악의 역사는 아직 그를 잊지 않고 있다.

19881집 음반 발매 때부터 큰 줄기는 휴머니즘이었다. 주로 힘들고 외로운 삶에 대해 따뜻한 눈길을 보이며 희망과 위로를 전했다. 새 음반에는 10곡이 실렸는데 하나하나 곡절 없는 것이 없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친구의 노랫말로 만든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벅차서 만든 <장돌뱅이>, 1집의 실패로 강원도에서 폐인처럼 지내며 만든 <소금강에서> 자신이 노래하던 야간업소의 종업원이 간곡히 부탁해 쓴 <어느 보조 웨이터의 이야기> 등등. 희로애락의 곡조들은 낮게 낼 때는 그늘이나 습기를 닮아있다. 그러다 지를 때에는 톱날로 변하는 목소리와 어울려 여러 빛깔의 감동을 자아낸다.
 

이종만 대표의 한 서린 가창을 곱씹고 있으면 번뇌가 곧 보리라는 선가(禪家)의 격언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가수의 인생은 노래 제목 따라 간다는 시쳇말이 있다. <장돌뱅이>가 대표곡이다. 내용은 절창이지만 제목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음반을 낼 때마다 사기를 당했고 회사 대표가 죽거나 구속됐다. 새 음반에는 정식 유통조차 되지 못한 마지막 4집 앨범의 노래가 가장 많이 수록됐다. 음반 안의 속지에는 가사와 함께 가수의 행적이 자세히 적혀 있어서 파란만장했던 인생사와도 교감할 수 있다. 주로 슬픈 사람들에 대해 노래했던 이유는 그 자신이 불운하고 기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고통 없는 인생은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다는 이치를 새삼 실감한다.

뮤지션 이종만1996년부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자꾸만 밀려나는 몸을 부처님이 받아줬다. 매년 여름과 겨울 꾸준히 내놓고 있는 음반 찬불창작곡집 풍경소리는 어느덧 51집 째다.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의 주제곡이라 할 오늘은 좋은 날을 비롯해 좋은 인연’ ‘너와 나’ ‘님이 오신 날등등 600곡쯤 만들었다. 어린이 찬불동요 분야에서도 굵은 한 획을 그었다. “아이들 노래를 만들 때에는 착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막장인생을 살았거나 감옥에 갔거나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훌륭한 노래들만큼이나 기억해줘야 할 것은 그의 절박한 포교다.

노래는 대체로 애절하거나 심각하지만 평소의 얼굴에는 응달이 전혀 없다. 결국 다 이겨낸 모양이다. 앨범 표지는 영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딸이 직접 도안했다.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는 푸근한 음악인의 모습으로 멋지게 늙어가는 중이다. “음악은 가사에 맞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이 나오면 노래를 이야기하는 공연을 꿈꾸고 있습니다. 제 노래로 활동을 너무 오랫동안 못했으니 큰 극장에서 공연하면 누가 올까 싶네요. 그저 10명이 오든 1명이 오든 소통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게 마련이고 노래에 대한 호불호도 갈릴 것이다. 그래도 진정성 하나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눈빛이 너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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