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은 모든 스님들의 도반
신문 보면 자부심에 고마움 느껴
이름없는 사찰 소소한 일상들도
편안하고 아름답게 담아주길 바래

스님 한 명 한 명이 좋은 콘텐츠
인재육성 발굴만이 불교중흥 토대
종단·불교신문이 해결해야 할 과제

선엽스님은 “불교신문은 6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스님들의 도반이었을 것”이라며 “불교신문이 자부심을 갖되 그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엽스님은 “불교신문은 6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스님들의 도반이었을 것”이라며 “불교신문이 자부심을 갖되 그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가한지도 어언 20여년입니다. 불교신문은 출가하고 나서 처음 만나 지금껏 늘 곁에 두고 사는 귀한 도반입니다. 고령의 불교신문 나이를 생각하면 너무 늦게 친구를 맺어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만, 그래도 만나면 언제나 마음 따뜻해지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매번 새롭게 나온 불교신문을 펼칠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설렙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다른 신문 펼 때와 차원이 다른 기분이랄까요? 출가하고 병원법당이나 군법당에서 오랜시간 전법포교를 했습니다. 그 때도 역시나 불교신문은 나보다 먼저 와서 나를 기다려주곤 했습니다. 그 당시엔 몸도 성치 않아서 분주한 나날 속 정신없는 세월을 보냈지만 그래도 불교신문을 보면 더욱 열악하고 힘겨운 자리에서 전법하고 포교하는 수많은 스님과 불자님들 사연을 접할 수 있어 위안이 됐고 힘이 났습니다.

불교신문은 초보 불자나 갓 출가한 스님들에겐 더욱 값진 도반입니다. 종단의 전반적인 소식을 중심으로 불교예술문화, 교학적인 지식까지 두루 두루 담겨 있어서 불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님들의 법문은 읽는 누군가의 인생을 확 바꾸기고 합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적인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증오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마음 속 집착과 번뇌를 여의지 못해 더욱 아픈 사람들에게…. 작은 종이 위에 적힌 몇줄의 법문일지라도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가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춰주기도 합니다.

불교신문을 만드는 기자들은 그러므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그만큼 양질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쉼없이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신문의 도반으로서 불교신문에 바라는 점도 몇가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불교는 상당히 매력적인 종교이자 철학이고 삶의 방향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불교가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삶과 필요 이상의 거리가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너무 과거 유물처럼 경직된 부분도 있고 옛날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는 생각도 종종 듭니다. 이같은 대목이야말로 불교신문이 종단과 함께 선두에 서서 개선하고 끊임없이 모험하면서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스님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줘야 합니다. 스님들 한 명 한 명이 이 시대 필요한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인재를 육성하고 발굴해야 불교가 생명력을 키워 활기를 되찾을 것입니다. 불교인문학이나 불교문화와 예술, 불교산업적인 부분들을 섹션별로 나눠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종단이 나서서 힘을 실어줬으면 합니다. 10여개 섹션에 전문가 스님들이 투입되어 사찰환경과 불교사상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만들면 승려노후복지기금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능력있는 스님들이 이른바 ‘비빌 언덕’과 ‘온전한 터전’을 만들어 주는 일에 종단과 불교신문이 적극 나서주길 바래봅니다.

템플스테이도 이젠 옛말입니다. 템플스테이는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그 위에 현대인들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얹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의 화두는 ‘건강’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투자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며 살아갑니다. 별다른 콘텐츠도 없이 하루하루 연명을 위한 요양원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모릅니다. 불교와 사찰이 ‘티(tea)스테이’, ‘건강스테이’, ‘상담스테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에게 손짓한다면, 더 알차고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불교신문에 실어주고 이 시대 불교와 스님들의 역할에 관해 지속적으로 모색한다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과거 힘들 때 절에 가서 법당 안 부처님만 뵙고 와도 마음충전이 되었지만, 그 다음 불교 안에 파고들어 불교와 자기 삶을 합치려 할 때 들춰보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불자들의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불자들의 이같은 갈증을 불교신문이 잘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스님들의 세대교체도 중요한 관건입니다. 불교신문에 40~50대 스님들의 활발한 전법활동을 구체적으로 잘 조명해 준다면 스님들이 더욱 신바람이 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스님들도 많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사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한 스님과 사찰을 위해 종단과 불교신문이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 준다면 불교는 위축되지 않고 불자들도 늘어나 불교중흥의 토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계종의 탁발문화가 되살아나길 바라는 바입니다. 조금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비해서 지역별 영역별 탁발제도를 수립한다면 ‘찾아가는 불교’가 되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불교로 발돋움하지 않을까요? 출가자 수가 대폭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요즘은 사찰에 가도 스님 뵙기가 어렵다는 말을 합니다. 스님과 마주앉아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와 환경이 사라지고, 스님들이 너무 높은 곳에 계신다고 불만도 표합니다. 탁발문화가 사라지니까 스님이 아닌 사람들이 스님 흉내를 내면서 탁발 아닌 탁발을 하는가하면, 그러한 집단들 탓에 불교위상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불교신문이 탁발문화의 여론을 한번 진단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젊고 건강하고 능력있는 스님들에게 스님들만의 전문 콘텐츠를 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사찰문화를 되살릴 수 있도록 만전을 다했으면 합니다. 문중과 파벌에 휩싸여 갈등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AI시대에 발맞춰 종단은 온라인 콘텐츠 발굴노력을 이제라도 기울여야 합니다. 주먹구구식 불교 유튜브도 우려될 때가 많습니다. 불교신문TV가 최근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양한 콘텐츠로 꾸며져 있어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님들의 법문을 불교사상별로 정리, 정제화해서 널리 유포했으면 합니다. 부분적인 것들만 툭툭 나오니까 믿고 볼만한 불교 본연의 콘텐츠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신도들이 불교에 관한 어떤 것을 물었을 때, “불교신문TV에 들어가 보세요. 거기에 불교의 모든 것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불교신문은 6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스님들의 도반이었을 것입니다. 출가자 입장에서 불교신문에 담긴 모든 것, 광고까지도 귀한 정보이자 삶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다른 신문도 많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불교신문이라는 이름으로 인쇄된 신문이 손에 들어올 때는 스님이라면 누구나 자부심이 생기고 고마움이 샘솟을 것입니다.

이야기꺼리가 많다는 이유로 유명사찰 큰스님 이야기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름없는 절에서 소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스님들의 일상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불교신문이 그러한 스님들의 삶을 취재와 기사로 공들여 주신다면 그것은 불교신문만이 해줄 수 있는 역할임을 자부하셔도 좋습니다.

불교가 위축되고 출가자와 불자가 줄어든다고들 걱정하지만, 그래도 아직 전국 방방곡곡 보석처럼 빛나고 등불처럼 따듯한 스님과 불자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의 도반 불교신문이 찾아내 소개시켜 주시길 바라고 바랍니다.
나무석가모니불.

 

 -선엽스님은…
2003년 정읍 유선사 성수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불학승가대학원, 유마사 선학대학원 등에서 공부했다. 다도교육을 하면서 차의 세계에 입문했고 명원문화재단 사범과정을 수료하고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린 꽃과 풀 등을 재료로 힐링 약차를 개발해 해외에서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수제차 명인’이다.

[불교신문3654호/2021년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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