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선까지] <97>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선까지 -십지경의 수행론⑪ 발광지(發光地, Prāvākari)의 수행 2
[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선까지] <97>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선까지 -십지경의 수행론⑪ 발광지(發光地, Prāvākari)의 수행 2
  • 등현스님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장
  • 승인 2021.02.22 14:39
  • 호수 3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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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계 무색계 사무량심 수행 달통

욕계 번뇌장만 소멸된 발광지
3지 보살 오신통 뛰어난 것은
천상보다 ‘보살지’ 완성 목표
등현스님
등현스님

 

발광지에 든 보살은 마음이 항상 고요하고 청정하며, 무상한 세상을 보아서 욕망을 여의고, 선정을 얻기 위해 게으르지 않으며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견고한 마음으로 큰 선정을 이루기까지 작은 선정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매진하여 광대한 우주가 인과 속에서 하나임을 본다. 발광지에 든 보살은 이런 열 가지 마음이 준비되어 있기에 선정에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선정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이 욕계의 대상에 미련이 없으며 신체적으로 계율이 청정해야 한다. 이러한 청정한 마음과 행위를 갖춘 뒤 일체의 형성된 법이 조건에 의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본다. 조건에 의해 발생한 사물은 본래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며, 그러한 것들이 아름답다거나 행복의 대상이라고 오해하여 집착하면 고통이 발생함을 본다. 보살은 의지할 바 없음을 모르는 어리석은 중생들이 사랑과 미움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연민심을 내어 붓다의 지혜로 그들을 해탈로 이끈다.


무상의 고통에서 해탈의 길로 인도하려면 자기가 먼저 해탈을 성취해야 하므로 보살은 불생불멸의 법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혜는 선정에서 발생하므로 보살은 선정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선정에 들기 위해서는 불법(佛法)에 능숙해야 하므로 보살은 밤낮으로 법을 듣고 이해하고 실천하며 산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이 법보다 중요한 것이 없으므로 어떠한 고통도 감내하고, 심지어 법을 위해서라면 몸도 아낌없이 내어준다. 보살은 법 한 구절을 얻기 위해서 지옥의 고통에 몸을 내던지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이러한 법을 충분히 이해한 보살은 고요하게 마음을 집중하고 신체적 행위를 관찰하여 불선법으로부터 떠나고, 대치법을 숙고하여 욕망을 여읜 데서 오는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면서 초선에 들어 머문다. 더 나아가 몸과 마음의 악한 행위와 욕망이 쉬어져서 관찰(尋, vitarka)과 숙고(伺, vicāra)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에 오는 기쁨과 행복, 집중된 마음이 있는 이선에 들어 머문다. 더 나아가 상대적인 기쁨과 근심이 사라지고 몸에 경험되어지는 행복감만 있는 삼선에 들어 머문다. 더 나아가 근심과 기쁨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고락도 사라진 절대적 평온함과 알아차림이 있는 청정한 사선에 들어 머문다.


고락희우에 치우치지 않은 사선에서 의생신을 일으켜 가고 싶은 공간을 마음대로 오고 가는(공무변처) 신족통을 얻고, 또한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천이통을 얻는다. 식무변처를 얻은 보살은 다른 중생의 의도와 의향을 아는 데 능숙하다. 주위의 중생들이 나에게 잘 해주는 것이 탐진치 등의 번뇌에 의해 유발되었는지 아닌지 아는 데 능숙하고, 오장(五障)의 번뇌가 있는 마음인지 아닌지 잘 알고, 색계나 무색계 선정 상태인지, 아니면 탐욕스러운 상태인지, 해탈한 상태인지 아닌지도 잘 알 수 있는 타심통을 얻는다.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는 무소유처의 마음은 개념을 떠나있기에 과거와 미래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인과를 믿지 않는 바르지 못한 자가 신구의 삼업으로 악행을 저지른 뒤 삼악도에 태어나는 것을, 인과를 믿는 바른 견해로 선행을 한 후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 숙명통을 얻는다. 또한 수상(受想)이 멈춰진 비상비비상처의 마음은 신구의 삼업으로 악행을 저지른 뒤 삼악도에 태어나고, 선행으로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는 중생들의 인과를 볼 수 있는 천안통을 얻는 것이다.


이처럼 발광지 보살은 색계의 4선, 무색계 4선과 사무량심 등의 수행에 달통하게 된다. 이처럼 삼매를 성취한 보살이 오신통 즉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천안통에 뛰어난 것은 천상에 태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보살지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이때 집착과 증오는 버려져서 욕계에 대한 번뇌가 모두 쉬어진 상태이나 누진통의 성취는 6지 보살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티베트의 사크야 전통에 의하면 초지 보살은 번뇌장을 모두 소멸하고 2지 이상부터는 소지장을 다스린다고 보지만 겔룩 전통은 경(經)에 의거해서 3지 보살도 탐과 진이 남아 있으며 7지 보살이 되어야만 번뇌장이 모두 소멸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3지 보살은 욕계의 번뇌장만 소멸한 셈이 된다.

[불교신문3654호/2021년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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