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취정계야말로 불사약, 감로”

삼취정계 갖추면 무상보리 증득
중생 향한 ‘자비행’ 기치 세우자
하늘에서 꽃비…대중 함께 서원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승만부인의 십대수 여섯째에서 아홉째까지는 섭중생계(攝衆生戒)에 해당한다.
원효스님은 <범망경보살계본사기(梵網經菩薩戒本私記)>에서 “섭율의계와 섭선법계만 있고 섭중생계가 없다고 한다면, 오로지 자리행(自利行)만 있는 것이 되어 이승(二乘)에 머무를 뿐”이라며, 또 “섭중생계만 있으면 이타행(利他行)만 있고 자리행이 없게 되는 까닭에 범부와 다를 바 없는 것이 되어 보리(菩提)의 싹을 돋아나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삼취정계를 다 갖추면 무상보리(無上菩提)의 열매를 감득할 수 있어 이 삼취정계야말로 불사약인 감로(甘露)”라고 하였다.


섭중생계(攝衆生戒)에 해당하는 십대수의 여섯째에서 아홉째까지를 살펴보면, 여섯째는 “제가 오늘부터 보리를 얻는 그날까지 자신을 위해 재물을 받거나 모으지 않고 모든 재물은 가난하고 고생 많은 중생들을 성숙시키는 데에만 쓰겠습니다”하는 맹세이다.


일곱째는 “제가 오늘부터 보리를 얻는 그날까지 사섭법을 행하되 자신을 위해 하지 않고, 모든 중생을 위해 애착심을 버리고 또 싫증을 내는 일도 없이 걸림 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섭수하겠습니다”하는 맹세이다.


여덟째는 “제가 오늘부터 보리를 얻는 그날까지 고독하거나 옥에 갇혔거나 병들었거나 기타 갖가지 이유로 곤궁한 중생을 보면, 마침내 잠시도 버리지 않고 반드시 그들의 마음을 편안케 하기 위해 진리를 깨닫도록 도움을 주어 가지가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야 말겠습니다”하는 맹세이다.


아홉째는 “제가 오늘부터 보리를 얻는 그날까지 마구 살생을 한다거나 그밖에 악한 일을 하는 자들을 보면 마침내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고 저에게 힘이 생길 때 그들을 보는 곳곳에서 마땅히 절복해야 할 사람은 절복하고 마땅히 섭수해야 할 사람은 섭수하겠습니다”하는 맹세이다.


이어서 열 번째는 섭선법계(攝善法戒)에 해당한다. 열째는 “제가 오늘부터 보리를 얻는 그날까지 정법을 섭수하여 끝까지 잊지 않고 잘 간직하겠습니다”하는 맹세이다.


승만부인은 십대수를 세운 후 부처님께 이렇게 말한다.


“세존이시여, 증명하옵소서. 중생들은 선근(善根)이 적어서 의심을 일으킬 것이옵니다. 이 열 가지 크게 받는 십수는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니 저 중생들은 기나긴 밤중에 옳은 이익을 받지 못하여 안락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저들을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이렇게 서원하오니 저의 서원대로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천상에서 꽃비가 내리고, 하늘의 미묘한 음성을 듣게 하소서.”


그러자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며 “그렇고 그렇다. 네가 말한 바와 같아서 조금도 다르지 아니하리라”는 미묘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 광경을 본 대중들은 모두 승만부인과 함께 수행하기를 발원하였다. 얼마나 거룩하고 성스러운 장면인가. 한 여인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진리 앞에 굳게 세워서 모든 중생을 향해 자비행을 펼치겠노라 선언하고 끝까지 정법의 기치를 세우겠다고 서원하자 하늘에서는 우화(雨花)가 흩날린다.

[불교신문3654호/2021년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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