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 비록 출가수행은 못하더라도
능력껏 선행하며 수행하는 재가자 격려

 

人誰不欲歸山修道 而爲不進 愛欲纏
然而不歸山藪修心 隨自身力 不捨善行

어떤 사람인들 산으로 돌아가 도를 닦고 싶지 않으리요마는, 이에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애욕에 얽매였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산중 숲으로 돌아가 마음을 닦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힘껏 선행을 버리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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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관스님
양관스님

 

입산출가만 찬탄하지 않았다

요즘은 수행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산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적당한 포장을 거쳐 방송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어가는 과정과, 삶이 긍정적으로 변해갔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산이 우리에게 주는 치유효과가 정말 대단한 것이구나 하고 느낀다.


산 속 절에 살다보니 등산객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한결같이 “참 좋겠습니다. 아무런 근심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등등의 말을 건넨다. 그럴 때면 애로사항도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지만 순수하게 말을 내뱉는 그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 웃고 말 때가 많다. 그 누구라도 오랜 시간은 아니더라도 산으로 들어와 수행하고 싶은 마음이 많을 것이다. 산에 사는 나조차도 미얀마 밀림 수행자의 사진 한 장을 보고도 마음이 설렐 정도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 초입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그 이유가 모두 애욕 때문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경제활동과 인간관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의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산 속 생활을 그리워하는 마음조차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설령 마음을 낸다 해도 산으로 들어가 출가 수행하기는 더 어려운 것이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다. 이렇듯 일반 재가자의 입장에서는 경제, 사회적 관계 등 여러 가지를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이와 같이 애욕 보다는 각자의 삶의 과정에 따른 여러 이유로 마음은 있으나 선뜻 그리고 굳은 마음으로 실행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애욕이라는 말을 크게 해석하면 이 모든 것들이 그 속에 포함되어 출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애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있었던 단기출가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던 것을 보면서 재가자들도 산으로 들어와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출가하여 산에서 수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이 닿는 대로 선행을 버리지 않고 적극적인 선행을 행한다면 마음자리는 산 속의 수행에는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더 적극적인 선행으로 대승 보살도를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재가자로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선행은 출가하여 머리 깎고 사는 스님들에 비해서 수량적으로 더 많을지도 모른다. 봉사활동을 하고 보시를 행하는 등의 일을 많은 곳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일들은 또한 나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선행임에 틀림없다.


원효스님이 말하는 재가자의 선행이 무엇일까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불교 교리를 대입하지 않더라도, 산에 들어가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선행, 이 선행은 반드시 지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지혜를 바탕으로 한 보시 지계 등등의 육바라밀 실천을 말하는 것이다. “선(善)이란 깨달음에 도움을 주는 일체의 것이고 악(惡)이란 깨달음에 방해되는 모든 것”이란 정의에서 보여주듯이 선행은 깨달음에 도움을 주는 일체의 것이기 때문이다.

원효스님은 반드시 입산출가자만이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행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힘껏 수행을 하는 모든 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출가 수행자에게는 세월을 헛되게 보내지 말라고 채찍질하는 뜻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신문3654호/2021년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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