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이 세상, 보리심 하나로 잘 살 수 있다”
“험한 이 세상, 보리심 하나로 잘 살 수 있다”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1.02.19 14:30
  • 호수 3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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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사람들의 보리심 기도문

청전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청전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부처님 말씀 담은 경전
부터 달라이 라마까지
티베트인들이 애독하는
기도문 22편 담아 출간

“보리심은 자비·이타심
착한마음과 다르지 않다”

“언제 누구와 함께 있더라도 저를 누구보다 낮은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을 변함없는 마음으로써 가장 높은 사람으로 소중히 섬기게 하소서.”

11~12세기 티베트 고승 게셰 랑리 탕빠가 쓴 <수심팔훈(修心八訓)> 중 한 구절이다. 티베트의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매일 아침 이 기도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망명정부가 있는 북인도의 다람살라에서는 물론 외국에 나가서도 달라이 라마는 아침마다 읽는 이 기도문을 주제로 자주 법문을 하곤 한다.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청전스님이 최근 펴낸 <티베트 사람들의 보리심 기도문>은 <수심팔훈>외에도 <입보리행론> 2장과 3장, <사억념도정가>, <자애경>, <람림 기도문> 등 오랫동안 티베트 사람들이 애독하는 기도문 22편이 담겨 있어 주목된다.

“오늘 잠에서 깨어나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나는 귀하고 얻기 어려운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나를 영적으로 발달시키고 남들에게 나의 마음을 열고 모든 중생을 위해서 해탈을 이루겠습니다. 나는 남들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것이며, 오늘 화를 내거나 남들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남을 돕겠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아침 기도문 중에서)

이 기도문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보리심(菩提心)’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교리적으로는 ‘공(空)’, 신앙적으로는 ‘보리심’이다. 이를 반영하듯 티베트 사람들이 가장 애독하는 기도문들에는 유달리 보리심을 강조하는 구절들이 도드라진다.

보리심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다. 8세기 <입보리행론>을 쓴 인도 출신 수행자 샨티데바는 이 보리심을 두 개로 구별했다. 하나는 원(願)보리심이고 하나는 행(行)보리심이다. 어떤 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그곳에 가기를 바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깨달음을 얻고자 발원해야 한다. 이걸 원보리심 또는 발(發)보리심이라고 한다. 반면에 행보리심은 실천에 무게 중심이 있다. 일체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청전스님이 최근 티베트 사람들이 애독하는 기도문들이 담겨 있는 '티베트 사람들의 보리심 기도문'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부처님 전에 기도를 올리고 있는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청전스님이 최근 티베트 사람들이 애독하는 기도문들이 담겨 있는 '티베트 사람들의 보리심 기도문'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부처님 전에 기도를 올리고 있는 달라이 라마.

이런 이유로 흔히 원보리심과 행보리심을 각각 눈과 다리에 비유하기도 한다. 발보리심을 통해 가야할 곳을 보고, 행보리심을 통해 그곳에 이르는 길을 걷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원보리심이 체현된 사람들이 보이는 가장 특징적인 행동은 삼보에 대한 지극한 예경이다. 그리고 행보리심이 체현된 사람들이 보이는 가장 특징적인 행동은 일체에 대한 지극한 자비심 그리고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하심이다. 달라이 라마도 “보리심은 자비심이나 이타심 그리고 착한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고 심지어 “자비가 나의 종교”라고까지 선언했다.

때문에 이 책에서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불법을 한없이 높이는 절절한 기도문들을 만날 수 있다. 티베트 사람들이 가장 애독하는 것들이다. 경전이나 논서는 물론 티베트 고승들이 지은 시까지 포함돼 있다. 멀리는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숫타니파타>의 한 구절에서부터 인도 출생 샨티데바의 <입보리행론>, 롭상 깰상 갸초, 톡메 쌍뽀 같은 티베트 고승들의 기도문까지, 가깝게는 달라이 라마가 지은 ‘아침발원문’까지다. 청전스님은 머리말에서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도 촛불 한 자루면 거뜬히 길을 나아갈 수 있듯이, 또 아무리 험한 가시밭길일지라도 가죽신 하나 잘 챙겨 신으면 거침없이 대지를 딛고 걸어갈 수 있듯이 우리는 이 험한 세상을 보리심 하나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전스님은 1987년 성지 순례에 나서 달라이 라마, 마더 테레사 등 많은 선지식을 탐방했다. 이듬해인 1988년 북인도 다람살라에 터를 잡았고 이후 31년 동안 달라이 라마 밑에서 티베트 불교를 수학하며 동시에 달라이 라마 한국어 통역을 맡기도 했다. 2000년부터 히말라야 라닥 및 스피티 오지 곰빠(사원), 학교, 마을 등에 의약품을 나눠주는 등 봉사활동을 계속해 온 공로로 2015년 만해대상(실천 분야)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8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는 강원도 영월에 조그만 암자를 짓고 수행과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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