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도반으로 함께
미래 내생에도 지금처럼
도반으로 살아갈 거예요”

“동안거 기간 동안 법우들이랑 함께 수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온라인으로나마 같이 기도한다면 아쉬움이 덜하지 않을까요?”


동안거 결제를 일주일 앞두고 떠오른 생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시점이었다. 매주 두 차례씩 유튜브 실시간 법회로 법문은 이어졌지만 그 외 청년회 활동은 모두 중단된 상태였다. MT, 봉사활동, 사찰순례 등으로 활기가 넘치던 연말연시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때마침 동안거가 시작될 무렵이기도 했다. 스님들께서 정진하는 그 기간을 청년불자인 우리도 함께 하자는 의견이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온라인 홍보를 통해 수행 동참 법우들을 모집했다.


바쁜 연말연시에 100일 기도를 하겠다고 마음을 내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러나 법우들의 호응은 예상 밖이었다. 무려 60여 명이 신청한 게 아닌가! 동안거 수행 단톡방에 입장하는 것으로 입재식을 대신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수행, 기도를 선택했다. 매일 정진을 한 후 단톡방에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을 올리면 수행 인증 완료이다. 하루, 이틀 수행을 놓쳤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시 돌아와 마음을 가다듬고 그날 해야 할 수행을 마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새벽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단톡방 알람을 울리는 ‘나무 석가모니불’은 정진을 빼먹지 않아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고 어느 한 법우는 이야기를 했었다.


수행 인증과 함께 수행 소감이나 발원을 올리기도 한다. 행복과 건강 발원, 불보살님들의 가피 기원, 잘못에 대한 참회 등 법우들의 진실된 수행담에 마음이 찡할 때가 많았다. 그중 인상 깊었던 수행담이 있었다.


“현세에 함께 나눈 인연에 감사합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퍽 감동이 느껴졌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 수행담을 남긴 법우는 동안거 기간에 유독 힘에 부치는 일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법우들과 함께 기도하는 덕분에 이 시간을 잘 이겨내고 있다고 전했었다. 그 한 마디에는 힘든 와중에도 정진할 수 있다는 안도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법우들에 대한 감사함이 묻어나 있었다.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도반은 수행의 반’이라고 말하니 부처님께서는 ‘도반은 수행의 전부’라고 말씀하셨다는 일화가 있다. 선한 도반을 통하여 우리는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삶을 더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으리라. 병아리 수행자인 청년 불자들이지만 함께 한 덕분에 생에 처음으로 동안거 수행 해제를 앞두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단톡방은 석가모니부처님을 부르는 알림으로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 법우에게 답장으로 남겼던 글을 다른 도반들에게도 전하며 조계사청년회 동안거 수행을 회향하고자 한다.


“우리는 과거 전생에도 도반으로 함께 했었고, 미래 내생에도 지금처럼 도반으로 함께 할 거예요. 귀한 불법 인연에 감사합니다. 함께 수행한 공덕을 법계 일체 중생의 행복에 회향하며 우리 모두 위없는 깨달음으로 나아가기를 발원합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교신문3654호/2021년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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