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잃어버린 60년...‘불법(佛法)에 대처 없다’
<1> ‘왜색불교’ 옹호한 법원 판결

선암사 부지에 세원진 순천시의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소유자인 조계종 선암사 동의 없이 건립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선암사, 잃어버린 60...‘불법(佛法)에 대처 없다

1. ‘왜색불교옹호한 법원 판결
2. 불법점유 고착미완의 정화
3. 소유권 조계종, 권원 없는 점거 태고종
4. 정화 완성이 불교 정통성 회복

일제 강점기,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따라 한국불교는 변질됐다. 한국불교 말살을 획책한 대처승 허용은 정체성 위기로 이어졌다. 대처승이 생겨난 한국불교의 왜색화’, 해방 이후 시작된 불교정화운동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는 첩경이었다. '불법에 대처 없다'로 대변되는 정화운동의 핵심은 대처승으로 대변되는 왜색불교의 청산이 제일 과제. 법정 투쟁과 물리적 충돌이 빈번한 중에도 기득권을 갖고 있는 대처승들을 사찰에서 내보내는 일은 그만큼 중요했다.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에도 대처승들의 저항은 거셌다. 20교구본사 선암사는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처승들의 불법 점거로 남은 미입주 사찰이다. 불법 점거 중인 대처측은 이제 점유를 넘어 소유권 마저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차체험관 철거소송 파기환송
'실효지배'에만 무게 둔 판결
'사찰 뺏기싸움 부추기는 꼴

불재법 따른 법적 근거는 배제
'일제 잔재 청산' 역사 몰이해

조계종, 선암사 대책위 구성
법원판결 따른 실천행동 천명

조계종 선암사로부터 소유권을 빼앗으려는 태고종 선암사의 움직임이 또 다시 종단 간 분규를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처승들의 불법 점거로 인해 조계종 선암사가 60년 가까이 정당한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고종 선암사가 송사에 의지해 또 다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 선암사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문화공보부는 승주군수(현 순천시장)를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갈등은 양 측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풀리는 듯 했다. 2011년 조계종과 태고종은 합의 하에 재산관리인 해제와 평화적 해결을 모색했다. 그러나 갈등이 또다시 재점화된 것은 201412월이다. 점유자인 태고종선암사가 조계종선암사를 상대로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소송(등기말소소송)을 제기한 것. 해묵은 갈등의 재시작이었다.

태고종선암사는 2011년 양 당사자가 합의한 종단 간 약속을 깨고 조계종선암사를 상대로 조계종 명의의 부동산 등기를 말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태고종 선암사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조계종 앞으로된 선암사 부동산 등기를 말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처승들이 불교재산관리법 시행 이전부터 선암사를 운영해왔다는 점, 조계종 선암사가 실질적으로 주지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해당 소송을 담당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형연)는 태고종선암사의 실효 지배에 초점을 맞췄다. 재판부는 “1911년부터 현재까지 원고 소속 종단인 한국불교태고종 또는 그 전신인 대처측 종단에서 선암사의 주지를 임명하여 왔고, 원고 소속 승려들이 현실적으로 선암사의 사찰 건물 등을 점유사용하면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법요집행과 포교 등을 행하는 등 통합종단의 출범 이후에도 변함없이 대처측의 법통을 이어왔다결국 원고(태고종 선암사)는 종래 선암사의 지위를 이어받은 사찰이자 한국불교태고종 소속으로서 실체를 갖는 사찰이라 할 것이므로 당사자능력이 인정된다며 태고종선암사의 불법 점거를 정당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조계종선암사가 태고종 창종(1970) 이전인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통합종단) 소속 제20교구본사로 지정, 문공부에 등록되고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의거해 전남도에 조계종 사찰로 등록된 점, 1972년 문화공보부가 선암사는 조계종 소유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해 태고종 앞으로 잘못 경료 된 소유권 등기를 바로잡은 점 등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등기말소 소송은 현재 광주고등법원에 계류중이다. 차체험관 철거 소송에 따라 변론이 중단됐다가 311일 변론 재개를 앞두고 있다.

유사한 판결은 최근 대법원에서도 나왔다. 대법원 제2부는 202012, 조계종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순천야생차체험관 건물철거 소송(차체험관 철거 소송)에서 무단으로 건물을 신축하고 등기를 완료한 순천시의 재산관리인 범위를 넘어선 행위를 정당화했다.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었다. 대법원은 앞선 별도의 등기말소소송 판결과 마찬가지로 당시 불교재산관리법을 위반한 태고종선암사 주장을 받아들이는 무리수를 뒀다. 태고종선암사가 조계종 소속 스님들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 판결은 원심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순천시의 권한 밖 행위를 지적하고 철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2014년 순천시에 대해 부지에 대한 사용권이 없으므로 체험관을 철거하고 부지를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광주지방법원도 2015순천시가 토지 사용권을 제3자에게 처분하기 위해서는 선암사 소속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고 판결했다.

선암사에 대한 재산관리권을 갖고 있는 순천시가 소유권자인 조계종선암사의 동의 없이 점유권자인 태고종선암사의 동의만으로 차체험관을 건립한 것은 권한을 벗어난 재산처분 행위라고판단한 것이다. 두 판결 모두 순천시가 조계종 선암사의 소유권을 명백히 침해했다는 점, 원고(조계종) 주지가 재산관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엇갈린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는 불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차체험관 철거 소송과 관련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판단한 것이라는 비판이 인다.

정화 운동은 이른바 왜색불교로 일컬어지던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운동이었다. 일제는 대처승을 허용함으로써 한국불교를 지탱해온 독신 비구승을 말살하고자 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불교 정통성을 회복하고 청정불교의 법통을 다시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불교 정화 운동이었다. 1954년 본격화된 정화는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이 유일한 통합종단으로 출범하며 어렵게 싹을 틔웠다. 1969년 대법원도 이를 인정하는 판례를 남겼다.

법원은 이 같은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았다. 태고종 선암사의 실효 지배에만 무게를 뒀다. ‘대처측이 오랫동안 선암사를 관리했다는 취지로 태고종 선암사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냈다. 해당 판결이 친일 왜색 불교를 옹호하는 판결이자 한국불교 역사와 정통성을 간직한 유일 통합 종단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법원은 1962년 제정된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한 사찰 등록도 배제했다. 당시의 현행법에 따라 이뤄진 선암사의 조계종 등록 사실을 외면한 셈이다. 반면 대처측 대중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주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 모순을 보였다.

등기말소 소송 1심과 차체험관 철거소송 대법원 판결은 조계종 선암사와 태고종 선암사, 당사자 간 갈등은 물론 조계종과 태고종 분규까지 증폭시킬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불법 점거와 일제에 의한 왜색 불교를 법원이 옹호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효 지배라는 명목으로 태고종선암사의 권리만을 인정한다면 조계종은 정당한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 이제라도 강제적인 정화를 실현해 실효 지배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조계종선암사 등록 이후에도 이어진 대처측의 불법 점거, 1970년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문화공보부의 재산관리인 임명과 2011년 분규 종식을 위한 양 측의 재산관리권 공동 인수 합의 등 지난 60년 간 평화 유지를 위한 노력들이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조계종은 차체험관 철거 소송 판결에 대해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한국불교를 또 다시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24‘(가칭)한국불교 역사왜곡 사법부 규탄 및 한국불교 정체성 확립과 정화정신 계승을 위한 대책위원회구성을 결의하고 “200여 명에 이르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선암사 정상화를 위한 종단의 의지와 이를 알려내기 위한 실천행동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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