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스님
선행스님

성품과 행실이 곧고 탐욕이 없는 가난을 청빈(淸貧)이라 하며,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이에 만족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는 것을 안빈(安貧)이라 한다. 수행하는 이의 청빈과 안빈은 더욱 갖춰야 할 덕목이기에, 수행자를 빈도(貧道), 빈승(貧僧)이라하여 스스로 경책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빈은 다름 아닌 공사(公私)가 분명한 일이겠다. 일찍이 영암 노스님은 호롱불 두 개를 갖춰놓고 하나는 사중의 공무에, 또 하나는 개인 용무에 밝히셨다고 한다. 월하 노스님은 동국대학교 이사장 재임시 공용차를 타고 가는 중간에도 개인 용무에는 어김없이 내려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셨단다. 그러한 공심으로 평소 보시와 용채를 모아 사중 불사에 출연하시곤 했다.

지난 1년간 연재한 글을 엮어 책자로 발간하면서 가난을 수행에 연계하여 청빈을 ‘맑은 가난’이라고 풀어서 제목을 정하고 부제로 ‘수행은 모든 것에 가난하다는 마음이 절실할수록 더욱 깊어지리라’ 덧붙였다. 가난을 부족한 마음에 비유해서 그 공간을 수행과 정진으로 채웠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6년 전, 출가 30년이 되던 해에 백장암 선원에서 납자 스님들을 외호하는 중간에 통장 잔액 4만원을 확인하고 홀연히 걸망을 졌다. 불현 듯 피폐하리만큼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고 이내, 처음 출가하는 마음으로 다잡았다. 그렇게 이어진 정진으로 지금의 자리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청빈한 수행과 정진은 곧 청복(淸福)을 짓는 일이요. 가뜩이나 어려운 요즘에 수행인이 더더욱 갖춰야 할 모습이겠다.
 

※ 필자는 1985년 진철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통도사 강원과 율원을 거쳐, 은해사 삼장 경학원을 1기로 졸업했다.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에서 10여년 참선을 했고, 해인사 법주사 강원의 강사와 백양사 선운사 강원의 강주를 역임했다. 현재는 영축총림 통도사 포교국장 소임을 보고 있다.

[불교신문3653호/2021년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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