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슴
얼마나 날카로운 정으로
쪼아대기에

얼마나 센 칼로
썰어내기에

달그늘 짙어지는
밤이면 밤마다

어흐흥 어흐흥
울어대는가

어루만지던 산도
돌아서서 눈물 훔친다

 

-문효치 시 ‘바위 1’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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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큰 바위가 있다. 바위는 날마다 햇빛과 비바람과 세월에 조금씩 풍화되어 간다. 시인은 그 풍화의 고통에 바위가 밤이면 밤마다 “어흐흥 어흐흥” 운다고 말한다. 마치 슬픔과 속상함과 감동과 기쁨에 우는 한 명의 사람처럼. 바위가 우니 산도 함께 운다고 말한다.


실로 바위는 우리 존재와 다를 바가 없을 테다. 다른 시에서의 시인의 표현대로 우리는 “억장이 꽉꽉 닫혀 있”기도 하고, “속에서 들끓고 있는 암흑과 적막”에 버거워 하고, “무심한 듯해도 생각이 있고/ 평화로운 듯하지만 번뇌가 깊”으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 아울러 “저 미소와 눈길 속에” 우리의 웃음과 눈빛이 있기도 하다.

[불교신문3653호/2021년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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