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리학의 정점 양자역학과 불교의 만남
현대물리학의 정점 양자역학과 불교의 만남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1.02.08 10:24
  • 호수 3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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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양자역학

빅 맨스필드 지음, 이중표 옮김/ 불광출판사
빅 맨스필드 지음, 이중표 옮김/ 불광출판사

과학과 종교를 어떻게
삶의 지혜로 바꿔야할지
논리적으로 분석한 책

“양자역학과 불교의 결론,
독립적 존재란 결코 없다”

원자, 분자 등 미시적인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현대물리학의 기본이론인 양자역학은 컴퓨터의 주요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하며 현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많은 기술들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 또한 양자역학은 과학기술의 측면뿐 아니라 철학, 문학, 예술 등 다방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20세기 과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양자역학과 불교가 만나 과학과 종교가 어떻게 삶의 지혜로 바뀌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분석한 책이 출간돼 주목된다.

과학과 영성의 결합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 미국의 물리학자 빅 맨스필드 박사는 최근 펴낸 <불교와 양자역학>에서 “양자역학은 정밀도, 수학적 정확성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물리학 역사상 최고의 이론인데, 놀랍게도 불교의 공(空) 이론은 이러한 양자역학의 대체적인 윤곽뿐만 아니라, 세세한 항목에서도 너무나 흡사하다”면서 “이 둘은 독자적인 자기동일성이나 자성(自性)을 지닌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세상 모든 것은 상호 연결돼 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양자역학 연구를 통해 물질을 이루는 원자 단위의 세계에서는 입자들이 자기 본성 없이 지속하며, 그 지속성 속에서 어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본질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이 작은 미시 세계는 상호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물질은 촘촘한 그물처럼 연결돼 있음이 밝혀졌다. 이 사실은 만져지고, 보이는 수많은 것들과 ‘나’를 이루고 있는 육체도 이처럼 자기 본성이 없고, 단지 지속성만 있으며, 상호 의존하는 실체 없는 원자로 형성돼 있음을 말하고 있다.

과학과 영성의 결합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 미국의 물리학자 빅 맨스필드 박사가 최근 ‘불교와 양자역학’을 출간했다. 사진은 양자역학 원리에 기반한 ‘양자 컴퓨터’.
과학과 영성의 결합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 미국의 물리학자 빅 맨스필드 박사가 최근 ‘불교와 양자역학’을 출간했다. 사진은 양자역학 원리에 기반한 ‘양자 컴퓨터’.

불교에서는 2600여 년 전 시작부터 이미 모든 객관적인 현상과 주관적인 현상의 본성을 독립적이거나 본래적인 존재가 없다고 여겼다. 이를 “자성(自性)이 없다”라고 표현하며, 짧게 ‘공(空)’이라고 불렀다. 공이라는 말조차 허상이지만 어쩔 수 없이 자성 없음을 표현하기 위해 방편으로 ‘공’을 말할 정도로 불교는 본성, 궁극의 실체와 같은 것들을 부정했다. ‘나’도 실체가 아닌데 ‘내 것’이 있을 리 없다. 실체 없는 내가 무언가에 집착할 때 번뇌가 생기고, 번뇌는 끊임없이 고통을 선사한다. 불교는 이 번뇌의 고리를 끊는 종교다. 따라서 불교 교리를 공부하고 수행을 실천할 때, 가장 먼저 이 ‘공’의 프로세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부처님은 고도의 정신수행만으로 이 세상의 실체 없음을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이는 21세기의 첨단 과학 분야인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세계관과 너무나도 일치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인류의 문제도 비례하면서 커지고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과학기술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과학 지식은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음에도 자본주의 논리로 인해 인도적 과학의 활용에는 관심이 쏠리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 내면에 도사리는 욕망과 탐욕, 모든 부정적인 감정에는 실체가 없다”면서 “그런 어두운 마음이 공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무엇으로도 실체 없는 탐욕을 만족하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비로소 모든 세상이 연결돼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면, 마음속에서 자연히 자비의 마음이 피어오르게 된다. 이러한 마음은 과학을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양자역학의 세계관과 불교의 공이 말하는 ‘무자성(無自性)’의 이해는 어둠에서 빛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신적, 심리적 변화의 토대가 되는 만큼 과학 지식은 곧 자비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과학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과학 속에서 인류의 바른 길을 찾아야만 인류가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과학과 동일한 철학을 가진 불교에서 그 길을 발견한 물리학자의 간절한 열망이 이 책 속에 깃들어 있다”고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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