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가버린 스님의 젊은시절 이야기
바람처럼 가버린 스님의 젊은시절 이야기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1.02.08 10:22
  • 호수 3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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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정목스님 지음/ 모네정원
정목스님 지음/ 모네정원

‘힐링의 아이콘’ 정목스님
출가하던 날 기억 되살려
써내려간 ‘에세이집’ 출간

“그때 열여섯 살, 철없는
저는 들뜨기만 했습니다”

불교계 안팎에 ‘힐링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서울 정각사 주지 정목스님이 최근 젊은 시절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로 사부대중 앞에 나섰다. 특히 이 책의 인세는 정목스님의 뜻에 의해 전액 아픈 어린이 돕기 운동인 ‘작은사랑’에 희사돼 의미가 남다르다.

정목스님은 은사 스님 몰래 통기타를 들고 군포교를 하러 다녔을 정도로 매사에 적극적이고 앞서 가는 출가 수행자였다. 이후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르며 어느새 스님도 회갑을 넘긴 어른 스님이 됐고,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스님의 목소리는 세파에 다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치유의 목소리로 종교를 초월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스님의 책에서는 바람처럼 가 버린 스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출가하던 그날의 기억을 되살려 써 낸 ‘출가하던 날‘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명랑하고 낙천적인 스님의 성품이 드러난다. “그때 저는 학교와 선생님이 모든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가해서 스님이 되면 가지고 있던 의문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그 무렵이었지요. 이윽고 삭발하기로 한 날 아침, 문중의 어른 스님들이 오시고 절집은 가볍게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깨끗한 흰 종이를 깔아놓고, 가위와 삭도가 놓여 있는 상 앞에 함께 머리 깎을 사형과 둘이 나란히 앉자, 스님은 시범이라도 보이듯 가위로 어깨까지 내려온 제 머리를 툭툭 잘라내셨습니다. 삭-삭 머리카락 잘려나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고, 그 머리카락이 하얀 상 위에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그때 열여섯 살, 철없는 저는 들뜨기만 했습니다.”

‘힐링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서울 정각사 주지 정목스님이 최근 젊은 시절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을 최근 출간했다.
‘힐링의 아이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서울 정각사 주지 정목스님이 최근 젊은 시절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을 최근 출간했다.

그렇게 열여섯 나이로 출가해 회갑의 나이가 될 때까지 정목스님은 여전히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출가한 것’으로 꼽고 있다. 어릴 적부터 남을 돕는 일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스님은 남 돕는 일을 체계적으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중앙대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스님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아픈 어린이 돕기 운동인 ‘작은 사랑’ 행사는 1997년부터 시작해 매년 2회씩 서울대병원 소아병동에 입원한 어린이 환자를 중심으로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작은 사랑’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함께 해 온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의료진에 따르면 ‘작은 사랑’은 재발한 어린이 환자 위주로 성금전달 대상을 선택하고 있으며, 신기한 일이지만 ‘작은 사랑’의 도움을 받은 어린이들은 완치율이 높다고 한다. 매년 2회, 총 1억2000~1억5000만 원의 성금을 모아 아픈 어린이를 지원하고 있다.

스님은 “뛰어난 가르침과 덕 높은 스승이 곁에 있다 해도, 기도하기 좋은 환경과 상황이 만들어져도 오래된 습관과 집착에 끌려 우리는 순간순간 미혹한 삶을 살아가며 힘들어 한다”면서 “병에 걸렸을 땐 병만 나으면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 하고, 돈이 없어 쪼들린 땐 돈만 생기면 더 나은 삶을 살 거야 하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갈등할 땐 이것만 해결되면 자유롭게 살 거야 하며 마음은 언제나 뭔가가 결핍되어 있어서 그 결핍으로부터 벗어나기만을 원하며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를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언제나 만족스럽지 못하고, 과거는 후회나 집착 때문에 잘 놓지를 못하여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오히려 그때가 좋았지, 하며 어려웠던 시절을 미화하는 어리석음에 빠지기도 한다”면서 “마음이 만들어내는 그런 결핍을 바로 알아차려 불만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스님이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인연 맺은 모든 이들을 소중하게 받들기 위해, 지금 내게 찾아온 슬픔과 고통을 스승으로 모시기 위해, 그 슬픔과 고통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도 말끔히 사라지기를 발원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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