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 허망하게 떠난 그대,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시길”
“혹한 속 허망하게 떠난 그대,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시길”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02.07 16:40
  • 호수 36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 사노위·마주협, ‘캄보디아 노동자 속헹 씨 49재 봉행’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는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 속헹 노동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죽음의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속헹 노동자의 49재 모습.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 속헹 노동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죽음의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화와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가 함께 봉행한 속헹 노동자의 49재 모습.

희망찬 꿈을 안고 한국을 찾았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과 처우도 견뎌낼 수 있었다. 고향 캄보디아에서 기다리는 늙은 부모님과 남동생,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그렇게 5년 여 간의 고된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20여 일을 앞둔 지난해 12. 그녀는 경기도 포천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은 영하 18도의 한파경보가 발효된 날이었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그녀의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식도정맥류 파열. 그러나 사고 며칠 전부터 비닐하우스 숙소 내 전기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주민 관련 단체에선 힘든 노동 조건, 열악한 숙소 환경,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상황 등 명백한 산재 사고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 속헹 노동자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죽음의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스님)는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상임대표 호산스님)27일 서울 법련사에서 () 속헹 노동자 49재 및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천도재를 봉행했다.
 

캄보디아 속헹 노동자의 49재 모습.
혹한 속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 속헹 노동자의 49재 모습.
사회노동위원장 지몽스님이 속헹 노동자 영정앞에 헌화하는 모습.
사회노동위원장 지몽스님이 속헹 노동자 영정앞에 헌화하는 모습.

이날 자리엔 사회노동위원장 지몽스님, 위원 시경·대각·서원·주연스님을 비롯해 고인과 같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20여 명이 속헹 씨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특히 군포 캄보디아 불교센터 주지 린사로스님도 참석해 캄보디아 전통의식으로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의미를 더했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스님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지만, 그 분들의 처우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과 복지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정부와 지자체는 이제 면피용 개선으로 이주노동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몽스님은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고용허가제에 있다고 본다이주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고 고통을 가중시키는 고용허가제를 하루 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불교센터 주지 린사로스님도 이주노동자들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여기지 말고, 그들의 희생과 인권, 살아갈 인생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속헹 씨의 49재는 사회노동위원 시경스님과 서원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간절한 스님들의 염불과 목탁소리가 모아져 엄숙함이 감돌았다. 스님의 영가축원에 맞춰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등 참석자들도 속헹 씨의 영정 앞에 헌화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한편 이날 자리에선 그간 국내에서 열심히 일하다 세상을 등진 모든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도 함께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속헹 노동자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명확한 진상규명과 이주노동자들의 숙소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 그리고 고용허가제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그것만이 속헹 씨의 죽음과 한국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진정한 참회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속헹 노동자와 같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도 49재에 참석해 그녀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좌석 간 거리두기 등 코로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기도하는 모습.
속헹 노동자와 같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도 49재에 참석해 그녀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좌석 간 거리두기 등 코로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기도하는 모습.
사회노동위원장 지몽스님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지만, 그 분들의 처우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과 복지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고 고통을 가중시키는 고용허가제를 하루 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스님은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지만, 그 분들의 처우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과 복지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고 고통을 가중시키는 고용허가제를 하루 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속헹 노동자의 49재 기도를 하는 사회노동위원 스님들과 캄보디아 불교센터 린사로스님(오른쪽)의 모습.
속헹 노동자의 49재 기도를 하는 사회노동위원 스님들과 캄보디아 불교센터 린사로스님(오른쪽)의 모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영혼이아름다운 고니 2021-02-07 18:13:04
고인의명복을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