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붉은 물고기 되어 사람을 살리다

붉은 물고기 구하지 못해
사망자 증가 얘기 들은 연화왕

큰 강물 크고 붉은 물고기 돼
백성들이 그 피와 살을 먹고
병 모두 낫게 해 천신도 ‘탄복’

부처님께서 자신의 몸 버려
물고기들 살린 전생담 ‘감동’
“그대는 뭘 베풀 수 있을까”

그런데 참으로 이해 안 되는
벽화 한 점은 바로 ‘유선도’ …

제천 신륵사 극락전은 보시의 공덕을 알게 해 주는 아름다운 벽화로 인해 더 유명해졌다. 극락전 서쪽 천장 속 붉은색 큰 물고기는 연화왕인 보살을, 물고기 머리 위에 먹으로 그려진 가재는 최상, 일등을 뜻하기 때문에 보살의 보시가 최상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제천 신륵사 극락전은 보시의 공덕을 알게 해 주는 아름다운 벽화로 인해 더 유명해졌다. 극락전 서쪽 천장 속 붉은색 큰 물고기는 연화왕인 보살을, 물고기 머리 위에 먹으로 그려진 가재는 최상, 일등을 뜻하기 때문에 보살의 보시가 최상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보시는 현세에서 바로 복을 얻는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러한 보시의 공덕을 알게 하는 사찰이 제천 신륵사이다. 첩첩산중을 돌고 돌아서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월악산이 턱밑에 와 닿는 곳에 신륵사가 있다. 신륵사 극락전은 특히 내ㆍ외부 아름다운 벽화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큰 물고기 그림은 보시를 통해 부처가 되거나 극락에 간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먼저 극락전 외부 동쪽 천장에 물고기 세 마리가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그림은 <육도집경> ‘보시도무극장’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을 표현 한 것이다.

“예전에 보살이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나라에 갔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부처님을 믿고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며 중생을 제도했다. 그들은 타국에서 온 상인에게 물었다. ‘모두 다 인자하고 은혜롭거늘 그대는 장차 무엇을 베풀겠는가?’ 보살이 대답했다. ‘무릇 몸뚱이는 빌린 것이라 버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바다의 고기들을 보니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잡아먹으니 슬픈 마음뿐입니다. 나의 몸으로 저 작은 물고기를 대신하여 먹이가 되겠습니다’ 하고 바다에 몸을 던지니 큰 고기는 배가 불렀고, 작은 물고기는 살게 되었다.” 이처럼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자신의 몸을 버려 물고기들을 살린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천 신륵사 극락전.
제천 신륵사 극락전.

➲ 붉은색 물고기와 가재 

이뿐만이 아니다. 극락전 외부 서쪽 천장에는 붉은 색 커다란 물고기과 먹으로 그린 가재 그림이 있다. 이번에는 어떤 보시가 있을까? <찬집백연경>과 <육도집경>에 부처님께서 붉은 물고기가 되어 사람을 살린 이야기가 있다. 

“과거세에 연화왕이 다스리는 바라나시 나라는 백성들의 생활이 안락하며 풍요로웠다. 그러나 백성들이 너무 많은 음식을 탐하여 병에 걸렸다. 의원들은 ‘반드시 붉은 물고기의 살과 피를 먹어야 병을 낫게 할 수 있는데, 아무리 붉은 물고기를 구하려 해도 얻을 길이 없어 사망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하고 왕에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연화왕은 ‘제가 큰 강물 속에 크고 붉은 물고기가 되어서 백성들이 그 피와 살을 먹어 병을 모두 낫게 해 주시옵소서’ 이렇게 발원하고 곧 죽어 큰 붉은 물고기가 됐다. 백성들은 병을 고치는 붉은 물고기가 있다는 소문을 듣자, 앞 다퉈 붉은 물고기의 피와 살을 베어 먹었지만 생명이 붙어 있었다. 그러자 천신이 ‘왜 고통스럽게 생명을 유지하는가?’ 물으니 연화왕은 ‘생명을 버리게 되면 이 몸이 곧 썩어지므로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신은 탄복하여 ‘보살이 품은 자비는 세상의 어느 것에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그대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어서 우리 중생을 제도할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신륵사 극락전 서쪽 천장 속 붉은색 큰 물고기는 연화왕인 보살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보시한 그림이다. 물고기 머리 위에 먹으로 그려진 가재는 최상, 일등을 뜻하기 때문에 보살의 보시가 최상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극락전 외부 동쪽 천장의 물고기 세 마리가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그림. 작은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져 희생한 보살의 이야기가 전한다.
극락전 외부 동쪽 천장의 물고기 세 마리가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그림. 작은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져 희생한 보살의 이야기가 전한다.

➲ 낚시로 보시 공덕을 얘기하다

그런데 제천 신륵사에는 참으로 특이한 벽화가 있다. 극락전 동쪽 외벽에 있는 ‘유선도’인데 살생을 금하는 불교에서 신선이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 벽화를 보면, 거센 물결 파도위에서 신선이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이것을 본 다른 신선은 경사스런 일이라 하여 피리를 불고 하늘에서 내려온 두 명의 천녀는 기쁨이 넘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이 벽화는 <대비경> ‘보시복덕품’을 읽어 보면 아!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고통에서 구하고자 하는 벽화임을 알 수 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어부가 큰 못 속에다 미끼를 설치하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아무리 못 속에 있더라도 곧 나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중생들이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선근을 심고 보시를 행하여 믿게 된다면, 비록 다른 선하지 못한 악업이 방해를 놓아 곤란한 곳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만일 불세존이 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 부처님의 눈으로 모든 중생들을 볼 것이니, 아난아, 여기서 말한 물고기는 범부에 비유한 것이며, 못은 생사의 바다를 말한 것이며, 낚시 바늘은 부처님의 처소에서 하나의 선근을 심는 것을 말한 것이며, 낚싯줄은 사섭(四攝)을 말한 것이며, 고기 잡는 어부는 불ㆍ여래를 말한 것이다.”

참으로 희유한 말씀이다. 물고기가 낚시 바늘에 걸린 것처럼 견고히 부처님을 공경하고 믿는 사람은 생사의 바다를 건너 부처가 되는 길을 알려주는 벽화이다. 
 

극락전 동쪽 외벽에 있는 ‘유선도’. 살생을 금하는 불교에서 신선이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극락전 동쪽 외벽에 있는 ‘유선도’. 살생을 금하는 불교에서 신선이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극락에도 차별이 있다? 

보시의 공덕으로 전생의 보살은 부처님이 되셨다. 그럼 우리 중생들의 보시에는 어떤 결과가 있을까? 더 없이 즐거운 극락에 가는 공덕이 있다. 서쪽 벽은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에 가는 그림으로 가득하다. 용은 목선을 들쳐 메고 성큼성큼 고통의 바다를 건넌다. 황룡은 여의주를 가지고 놀며 달린다. 바람도 거드는 듯 흰 돛이 펄럭인다. 배 앞머리에서는 인로왕보살이 반야용선의 방향타를 잡고, 배꼬리에는 힘센 대세지보살이 천의를 휘날리며 삿대로 노를 젓는다. 연화좌에 앉은 아미타불은 극락의 즐거움을 설하시고, 지장보살은 마중 나오신 부처님께 예경을 한다. 공중의 관세음보살은 반야용선을 총 지휘한다. 스님들은 가사를 걸치고 열심히 부처님 말씀을 듣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반야용선 옆에 밧줄로 연결된 조그마한 목선에도 중생들이 가득하네? 반야용선은 에어컨 나오는 특실에 세분 보살님의 서비스도 받고 설법도 듣는 특별대우이다. 하지만 작은 목선은 반야용선에 연결된 한줄기 밧줄에 극락을 맡기고 위태롭게 딸려간다. 가다가 줄이라도 끊어지면 탄 사람의 과보인가? 극락을 가는 방법도 전생의 보시행위에 따라서 자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극락에 태어남도 구품(九品)의 차이가 있으니 불교의 인과는 분명하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제천 신륵사 반야용선도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극락전 서쪽 벽에는 극락에 가는 반야용선 그림으로 가득하다. 보시의 공덕을 쌓은 스님과 불자들이 배를 타고 극락으로 가는 모습이다.
극락전 서쪽 벽에는 극락에 가는 반야용선 그림으로 가득하다. 보시의 공덕을 쌓은 스님과 불자들이 배를 타고 극락으로 가는 모습이다.

※ 이 글은 유튜브 ‘불교신문TV’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불교신문3649호/2021년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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