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에 태어나는데 걸리는 시간도 각기 다르다

불화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금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고
나와 이웃 모두 정토로 이끄는
아미타신앙 감동 그대로 전해 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인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늘 불안한 존재이다. 아미타신앙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중생들에게 죽은 후에 즐거움이 가득한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이번 소개할 성보문화재는 아미타신앙을 이해할 수 있는 대구 동화사 염불암 극락구품도이다. 여기에서 극락(極樂)이란 불교의 여러 정토 가운데, 서쪽으로 십만억 국토를 지나 있는 아미타부처님이 주재하는 서방 극락세계를 뜻한다. 

불화는 경전의 교리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예배자들에게 경전의 내용을 자세하고, 극적인 효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 아미타신앙과 관련된 불화는 이 신앙이 크게 유행한 만큼 많이 그려졌다. 그러나 시대마다 경전의 내용 가운데 강조하는 장면을 다르게 표현하였다. 이는 그 시대 대중들이 가장 열망했던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불화는 심오한 불교의 교리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므로 불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관련된 경전내용을 알아야한다. 아미타신앙은 아미타부처님을 믿고 귀의하면 현세에서는 편안하며, 업장이 소멸되어 죽은 뒤에는 극락에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미타부처님은 붓다의 광명이 시방세계를 끝없이 비추므로 ‘무량광불’이라고 하고, 극락정토에 태어난 사람들의 수명이 끝이 없으므로 ‘무량수불’로도 명칭 된다. 이러한 신앙은 교리적으로는 <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인 정토삼부경 경전에 근거한다.
 

팔공총림 동화사 성보박물관 소장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8호 ‘대구 동화사 염불암 극락구품도(조선 1841년. 가로163.5×세로172cm)’.
팔공총림 동화사 성보박물관 소장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8호 ‘대구 동화사 염불암 극락구품도(조선 1841년. 가로163.5×세로172cm)’.

➲ 마음 모아 염불하면 극락왕생

<무량수경>은 누구든지 아미타부처님을 믿고 그 이름만 부르면 곧바로 정토에 태어난다는 내용이다. 착하거나 못되거나, 현명하거나 어리석은 인간 누구나 막론하고 마음을 모아 염불만 하면 임종 때 아미타여래가 와서 정토로 인도해 간다고 설한다. <아미타경>은 아미타부처님이 계시는 정토의 장엄한 세계를 설하고 그 정토에 왕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관무량수경>은 극락정토의 장엄함과 무량수불이 계시는 극락세계를 직관해서 볼 수 있는 16가지 관법(觀法)을 설하였다.

경전의 내용은 비극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바로 부처님 재세 시에 극악죄를 범한 인물인 아사세 태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마갈타 국왕이었던 자기 아버지 빔비사라 왕을 가두어 굶겨 죽이고 왕위를 찬탈했다. 석가여래는 감옥에 갇힌 채 슬픔에 빠져 있는 위제희 왕비를 극락으로 구제하기 위해 신통력으로 아미타불, 관음보살, 대세지보살과 극락정토의 땅, 나무, 연못, 누각 등을 각각 보게 하고, 그 곳에 태어날 수 있는 수행법을 알려주었다. 이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 <관경십육관변상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부터 조선 전기시대까지 많이 그려졌다. 왕위찬탈, 부모살생 등 드라마틱한 배경을 통해 아미타극락신앙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불화이다. 

동화사 염불암 극락구품도는 <관경십육관변상도>의 16관 가운데 14관에서 16관까지의 내용인 극락구품을 강조하여 그린 것이다. <관경십육관변상도>의 명맥을 이었지만 새로운 도상과 구도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아래 부분에 쓰여 있는 화기(畫記)에 의하면, 1841(헌종7)년에 염불암의 상단탱(上壇幀)으로 조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841년 중수라고 기록되어 있어, 염불암 극락전 중수 때 그려진 것으로 짐작된다. 비단 바탕에 그려진 그림이다. 크기는 가로 163.5cm 세로 172cm로 거의 정방형에 가깝다. 이 불화는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삼존과 중생들의 왕생장면, 시방제불(十方諸佛) 및 청중 등을 그렸다. 

이 불화는 상단 중앙에 아미타여래와 관음보살, 대세지보살을 크게 배치하고 있다. 아미타여래의 두광 좌우에 극락을 상징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새인 가릉빈가를, 상단 좌우로 오색 빛을 배경으로 53여래를 원형으로 나타냈다. 아미타삼존의 양 옆에는 극락의 보배로운 전각을 그렸다. 연못에서 솟아난 연화대좌에 앉아 법회를 열고 있는 아미타삼존상 주위에, 설법을 듣기 위하여 무수한 시방제불과 상서로운 새들이 모여드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극락구품도 중단의 ‘연화화생’ 장면을 확대한 모습.
극락구품도 중단의 ‘연화화생’ 장면을 확대한 모습.

➲ 극락왕생 ‘연화화생’ 교훈

그림 중단을 꼼꼼히 살펴보자. 칠보로 장엄된 연못이 있다. 극락왕생하는 곳으로 연꽃에서 태어나는 연화화생하는 장면을 배치했다. <관무량수경>의 상품(上品, 제14관)·중품(中品, 제15관)·하품(下品, 제16관)을 다시 각각 상생·중생·하생의 9품으로 나누어 왕생자를 묘사했다. 이 장면을 크게 부각한 그림이므로 불화의 명칭을 ‘극락구품도’라 한 것이다. 

아미타신앙은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기 때문에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그 구제하는 방법도 다르다고 설한다. 그 각각의 단계를 9품으로 나누므로, 아미타부처님도 구품인의 수인을 하고 계신다. 

아미타불은 어떻게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할까. 고려시대에는 임종 시에 아미타삼존이 망자를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해 맞이하러 오는 장면을 표현한 ‘아미타래영도’가 크게 유행하였다. 그러다가 조선말에 이르면 전국의 사찰에서 ‘만일염불회(萬日念佛會)’, ‘미타염불회’, ‘백련결사’를 결성하여 함께 염불하며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신앙형태가 많아졌다. 마음을 모아 아미타부처님을 부르면서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했던 대중들의 희망이 투영되어, 극락구품을 강조한 불화가 유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극락구품도는 죽은 자는 자기가 지은 업보에 따라 상품상생부터 하품하생까지 아홉 개의 차등화 된 꽃에서 태어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연꽃 위에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앉아 있는 인물들은 각기 다른 모습이다. 상품의 보살의 모습과 중품의 스님의 모습, 하품의 속인의 모습으로 차등을 두었다. 연못 좌우의 전각에는 불보살이 나란히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극락에 태어나는데 걸리는 시간도 각기 다르다. 상품상생 하는 사람들은 죽은 즉시 아미타불을 만나므로 활짝 핀 연꽃 속에 상반신을 드러낸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 나머지는 하룻밤부터 12겁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려 태어난다. 아직 피어나지 못한 연꽃들은 이들이 극락에 태어날 것을 기다리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이처럼 구품연못과 연화화생 하는 장면을 부각시켜 묘사한 것은 극락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계와 연화화생 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좋은 업을 쌓도록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림 하단의 중앙에는 붉은 해와 보배로운 나무를 그렸다. 그 아래 붉은 색 바탕에 선을 그어 불화의 조성시기와 봉안장소 등의 화기를 적었다. 해와 나무 양 옆으로는 구름으로 구획을 하여 보살 및 스님들·악기를 연주하는 천녀(奏樂天女)·사천왕(四天王)·신중(神衆) 등이 왕생자를 구품연못으로 인도하는 장면을 그렸다. 이들은 보배로운 가마를 받들고 있는데, 이것은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데려가는 것으로 ‘감로도’에서도 등장하는 모티브이다.

➲ 탄탄한 구성 높은 완성도

원래 동화사 염불암 극락전에 봉안했던 이 불화는 현재는 동화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극락전 앞의 바위에서 염불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사찰 이름을 염불암이라 지었다 한다. 사찰 자체가 아미타정토를 현세에 재현했다 할 정도로 아미타신앙과 관련 깊은 곳임을 알 수 있다. 동화사 염불암 극락구품도는 화면의 탄탄한 구성과 인물과 각 요소들의 적절한 배치, 세련된 표현기법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불화이다. 

이 불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고, 나와 이웃 모두를 정토로 이끄는 아미타신앙의 감동이 전해 온다. 이 불화와 함께 하여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 모두가 고통과 불안에서 위로받기를 바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우며 아미타불에게 귀의해 본다.

[불교신문3648호/2021년1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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