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선 갖춘 보살 ‘가을 달처럼’ 빛나

십선은 십악 허물 이해하고
십악을 저지르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하는 것이기도 해

등현스님
등현스님

십악 중에서 탐욕(貪)은 다른 사람의 몸이나 재산에 대한 집착이다. 다른 사람의 몸이나 재산을 얻는 기쁨에 대한 생각으로 그것들을 열망하면서 다른 사람의 몸이나 재산에 대한 생각을 다스리려 하지 않는 것이 탐욕이다. 또한 그가 일으킨 탐욕의 정도에 따라 삼악도에 환생하게 되는데, 전생에 탐욕의 습관을 가진 사람은 금생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탐욕적으로 된다. 

해로운 의도(嗔)는 미움과 함께 생명 있는 대상(有情)을 해치려는 생각을 자주하는 것이며, 그 해치려는 마음을 대치법을 사용하여 다스리려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가 일으킨 진심(嗔心)의 빈도와 강도에 따라 삼악도에 환생하게 되는데 전생에 진심의 습관을 가진 사람은 금생에도 진심을 일으키기 쉽다. 또한 진심을 자주 일으키는 사람은 그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아무도 그를 돕지 않을뿐더러 다른 이들이 그를 해치게 된다. 

어리석음(痴)은 잘못된 견해 때문에 선, 악, 윤회 등과 그 인과도 없다고 생각하고 남에게도 그 생각을 전하면서 그 사견을 다스리지 않음을 말한다. 그가 일으킨 사견의 정도에 따라 삼악도에 환생하는데, 전생에 사견의 습관을 가진 사람은 그 과보로 인하여 금생에도 그런 사견을 일으키기 쉽고, 그는 사견에 자주 빠지고 남을 기만하는 사람이 된다.

십선은 이러한 십악의 허물을 이해하고 십악을 저지르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하는 것인데, 십선을 갖춘 보살의 몸은 가을 달처럼 밝게 빛난다. 초지보살 또한 계를 수행하지만 이구지와 비교해서 부족한 이유는 이구지에서 온전히 계행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계에 집중하는 이구지의 보살이 불선한 행위에 머물지 않는 것은 마치 바다에 시체가 머물지 못하는 것과 같고, 행운이 불행과 동시에 발생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이처럼 이구지보살은 계행이 원만하기에 불선한 행위가 머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구지의 보살이 자신을 지계자로 높여 생각하거나 계를 범하는 자를 파계자라고 분별하여 낮춰 보지 않는다. 만약 이구지보살이 그러한 생각을 한다면, 그 보살은 계바라밀을 완전히 실천하지 못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그는 수행에 아직 집착함이 있고 또한 보살행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를 비방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오온의 무자성을 보면서 계를 지키는 행위, 계를 지키는 자, 계행이라는 대상에 대한 분별을 여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계바라밀은 크게 세속적 지계바라밀과 출세간적 지계바라밀 둘로 나뉜다. 지계자(持戒者) 계목(戒目) 지계(持戒)라는 개념적 분별이 있는 상태에서 계를 지키는 것을 세속적 지계바라밀이라 하고, 이 세 가지 분별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계를 지키는 것을 출세간적 지계바라밀이라고 한다. 출세간적 지계의 완성은 세 가지 대상에 관념적 분별과 집착이 없는 것을 말한다.

보시의 공덕은 오직 부를 가져다줄 뿐이다. 만일 상계에 태어나기를 바란다면 계를 지켜야만 한다. 누군가가 악취에 태어난다면, 그것은 계행 부족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행과 함께 보시를 수행하면, 그 수행자는 인간 또는 천상의 영역에 태어나서 부유함이라는 과보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계행이 부족한 채 보시만 실천하면 부유한 사람의 개나 고양이 같은 낮은 영역에 태어나서 과보를 받게 된다. 그리고 낮은 영역에 태어난 중생은 원금과 이자를 다 써버린 중생이 미래에 더 이상 부를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다시 보시를 실천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자유롭고 좋은 환경에 처해 있을 때 보시와 지계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면, 아비지옥에 빠진 이후에는 누가 우리를 돕겠는가. 현재 우리는 법을 수행하기 위한 열여덟 가지 필요조건을 부여받은 인간계에 있고, 또한 옳고 그른 행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후에 축생계 등과 같은 낮은 영역에 태어났을 때는 인과에 무지하므로, 낮은 영역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보시와 함께 계를 지킬 것을 가르치신 것이다. 

[불교신문3647호/2021년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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