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홍사성

세속에 사는 재가불자는 살생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 같은 계목을 다 지킬 수가 없다.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절에 가서 스님들을 모시고 여덟 가지 재계(齋戒)를 닦도록 했다. 율장에 규정된 포살일인 만월일(滿月日=15일)과 신월일(新月日=30일)이 그날이다.

중국에서는 하루 전인 14, 29일, 나중에는 나흘 앞둔 8, 23일에도 재계를 지켰다. 한 달에 여섯 번 한다고 해서 육재일이라 했다. 중아함 55권 <지재경(持齋經)>은 팔관재계의 유래가 부처님 당시부터 시행되었음을 알게 해준다.

양력을 사용하는 현대에서는 음력기준의 재일(齋日)을 지키기 어렵다. 그래서 주말이나 주중의 특별한 날을 정해 정기법회를 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기법회 출석이 힘들다. 절에 자주 가지 않으면 바른 신행이 어려워진다. 

일상생활에서 묻은 때를 정기적으로 닦아낼 기회가 없으면 그만큼 게을러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럴 때는 특정한 날이나 시간을 정해 집에서도 경전을 읽고 좌선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반성적으로 돌아보면 우리나라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을 읽는 일에 소홀하다. 정법에 대한 믿음이 낮은 것도 경전을 자주 읽지 않는 것과 유관하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바른 신행의 지침을 일러주는 <법구경>이나 <숫타니파타> 같은 경전을 읽고 베끼도록 해볼 일이다. 아침저녁 좌선을 하도록 하는 것도 적극 권장할 프로그램이다. 불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명상수행을 중시한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성찰과 명상이 필요한 때다.

용어도 낯선 ‘비대면의 시대’를 맞아 기업은 업무성과 유지를 위해 재택근무 수칙을 만들고 있다. 신행에도 그런 지침이 필요하다. 불자들에게 재택수행의 세세한 매뉴얼을 제공해주는 일은 교단의 중요한 책무다. 적극적인 재택수행 지도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불교신문3647호/2021년1월23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