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토마토를 사도 꼭
물러터진 것이나
말라비틀어진 것들을 사 오셨다.

물짜를 사 왔다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시면

“그 리아카는 아무도 안 사드라.
그리서 물건 갈아주니라고 그맀어어.”

- 서홍관 시 ‘물짜’ 전문
 


‘물짜’는 전라도 사투리이다. 상태가 좋지 않은, 값어치가 없는 물건을 뜻한다. 이 시에는 후덕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토마토를 사서 오시더라도 너무 익어서 물렁물렁해진, 단단하지 않은 토마토나 쭈글쭈글하게 마르고 비틀어진 토마토를 사서 오신다. 상품의 가치로 보면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사서 오시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 시장에서 토마토를 파는 상인의 오래 쌓인 물건을 물갈이 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어려운 형편을 보고선 안쓰러워서 그리 하셨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는 아버지의 마음이 더 없이 훈훈하다.

서홍관 시인은 시 ‘새가 떠난 자리’에서 “맑은 눈 맞추며/ 앉아 있던 박새// 포르릉/ 떠나버린 나뭇가지// 만져보니/ 따뜻하다”라고 썼다. 이처럼 존재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불교신문3647호/2021년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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